고종석 글쓰기 과제_'가을'주제 1600자 자유 글쓰기_첨삭 반영

자유게시판2013. 10. 15. 13:10

* (2013년 10월31일 작성) 4군데를 수정 첨삭받았습니다. 

수정 부분은 밑줄을 그었으며, 수정 전 원본은 이 글 하단으로 내렸습니다. 


고종석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그 세계관을 공유했기 때문인지... 마지막에 '아주 좋습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뿌듯합니다.


* (2013년 10월15일 작성)현재 수강중인 고종석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 첫 번째 공통과제입니다.

3주 혹은 4주 후에 첨삭받아 돌려받을 예정이며, 첨삭 결과도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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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삭 후

대한민국 애국가 3절 가사는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로 시작한다애국가 덕분에 나는 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한반도 가을 하늘이 정말 높은’ 하늘인 줄 알았다더하여 삼천리 화려강산이 아름다운 이 나라에서 길이 보전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스물세 살이 되던 해 삼월나는 인천을 떠나 호주 멜버른에 도착했다남반구 국가 호주는 3월에 가을을 맞이한다멜버른에 처음 도착한 날 도심 풍경과 진정으로 높은’ 가을 하늘은 지금도 눈에 선명하다풍성한 구름도 맘에 쏙 들었다멜버른에선 작은 직사각형 도심만 벗어나면 고층 빌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디서나 지평선이 보인다넓은 하늘과 그 위를 멋지게 부유하는 구름은 어느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됐다.

멜버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끝내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서울의 가을 하늘이었다남반구에서 정말 아름다운 하늘로 눈 호강을 했던지라고층빌딩에 가로막힌 서울 하늘은 도통 맘에 들지 않았다도심을 벗어나면 이번엔 아파트가 하늘을 가린다지평선은 꿈도 못 꾼다하늘을 막아선 고층건물과 아파트를 볼 때마다지평선과 넓은 하늘을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내가 살아갈 곳은 한국일 것이다정말 큰 이변이 없다면 말이다어쩐지 갇힌 기분이기는 하지만 적응할 수밖에 없다.

탈출 기회를 한 번 잡기는 했다올 상반기 교환학생 신분으로 덴마크 오덴세에 다녀왔다다섯 달 지내는 동안높은 하늘을 원 없이 바라봤다비록 앞의 석 달간 회색 하늘빛 아래 유사 우울증에 시달리긴 했지만뒤의 두 달 내내 나는 눈부시게 높은 하늘과 푸근한 구름을 감상했다지평선을 볼 수 있는 평지와 높은 하늘은적어도 나에게한반도 화려강산보다 아름다웠다.

짧은 탈출은 끝났고스물여섯 먹은 나는 8월부터 작은 언론사 인턴기자로 일하고 있다사무실이 17이어서 창문 정면을 바라보면 나름 넓은 하늘이 보인다하지만 시선을 살짝 돌리면 맞은편 건물이 하늘을 가로막는다. 10월 중순 가을로 접어들자 해질 무렵 하늘빛은 세상 그 어떤 보석 빛깔보다 아름답다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서울 건물은 너무 높다내 심미안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곳에 살아야 하는 신세가 애석하기는 하나그렇다고 해서 연고도 직장도 없는 국외로 떠나기란 더 어렵다내 또래 대다수가 그렇듯 나도 현실이라는 환경에 순응하고 있다.

나는 곧 인턴 근무와 대학 마지막 학기를 끝낸 후 진짜 사회인이 될 것이다내 앞날이 어떻게 풀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지만부디 너무 씁쓸하게 전개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소중한 가족절친한 친구사랑하는 애인(10년 후라면 '아내')에 더해 일용할 양식만 주어진다면 나는 그럭저럭 한국 아름다움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멜버른에서 일하며 살 때도오덴세에서 공부하며 살 때도 한국을 그리워하는 순간은 꼭 찾아오곤 했다어쩌면 내가 어린 마음씨를 아직도 버리지 못해 내 곁을 둘러싼 조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작은 다짐을 해본다매년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내 마음을 달래보겠노라고매년 가을이면빌딩 숲에 둘러싸여있을지언정서울 하늘을 즐거이 만끽하겠노라고그리고 더는 외국 살이를 그리워하지 않겠노라고다만 매년 가을 진정으로 높디높은 그 동네 하늘을 그리워하는 건 내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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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삭 전

대한민국 애국가 3절 가사는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로 시작한다. 애국가 덕분에 나는 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한반도 가을 하늘이 정말 높은하늘인 줄 알았다. 더하여 삼천리 화려강산이 아름다운 이 나라에서 길이 보전하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스물세 살이 되던 해 삼월, 나는 인천을 떠나 호주 멜버른에 도착했다. 남반구 국가 호주는 3월에 가을을 맞이한다. 멜버른에 처음 도착한 날 도심 풍경과 진정으로 높은가을 하늘은 지금도 눈에 선명하다. 풍성한 구름도 맘에 쏙 들었다. 멜버른에선 작은 직사각형 도심만 벗어나면 고층 빌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디서나 지평선이 보인다. 넓은 하늘과 그 위를 멋지게 부유하는 구름은 어느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됐다.

멜버른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끝내고 서울에 돌아왔을 때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서울의 가을 하늘이었다. 남반구에서 정말 아름다운 하늘로 눈 호강을 했던지라, 고층빌딩에 가로막힌 서울 하늘은 도통 맘에 들지 않았다. 도심을 벗어나면 이번엔 아파트가 하늘을 가린다. 지평선은 꿈도 못 꾼다. 하늘을 막아선 고층건물과 아파트를 볼 때마다, 지평선과 넓은 하늘을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가 살아갈 곳은 한국일 것이다. 정말 큰 이변이 없다면 말이다. 어쩐지 갇힌 기분이기는 하지만 적응할 수밖에 없다.

탈출 기회를 한 번 잡기는 했다. 올 상반기 교환학생 신분으로 덴마크 오덴세에 다녀왔다. 다섯 달 지내는 동안, 높은 하늘을 원 없이 바라봤다. 비록 앞의 석 달간 회색 하늘빛 아래 유사 우울증에 시달리긴 했지만, 뒤의 두 달 내내 나는 눈부시게 높은 하늘과 푸근한 구름을 감상했다. 지평선을 볼 수 있는 평지와 높은 하늘은, 적어도 나에게, 한반도 화려강산보다 아름다웠다.

짧은 탈출은 끝났고, 스물여섯 먹은 나는 8월부터 작은 언론사 인턴기자로 일하고 있다. 사무실이 17층인지라 창문 정면을 바라보면 나름 넓은 하늘이 보인다. 하지만 시선을 살짝 돌리면 맞은편 건물이 하늘을 가로막는다. 10월 중순 가을로 접어들자 해질 무렵 하늘빛은 세상 그 어떤 보석 빛깔보다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서울 건물은 너무 높다. 내 심미안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곳에 살아야 하는 신세가 애석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연고도 직장도 없는 국외로 떠나기란 더 어렵다. 내 또래 대다수가 그렇듯 나도 현실이라는 이름에 순응하고 있다.

나는 곧 인턴 근무와 대학 마지막 학기를 끝낸 후 진짜 사회인이 될 것이다. 내 앞날이 어떻게 풀릴지 감조차 잡을 수 없지만, 부디 너무 씁쓸하게 전개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소중한 가족, 절친한 친구, 사랑하는 애인(10년 후라면 '아내')에 더해 일용할 양식만 주어진다면 나는 그럭저럭 한국 아름다움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멜버른에서 일하며 살 때도, 오덴세에서 공부하며 살 때도 한국을 그리워하는 순간은 꼭 찾아오곤 했다. 어쩌면 내가 어린 마음씨를 아직도 버리지 못해 내 곁을 둘러싼 조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은 다짐을 해본다. 매년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내 마음을 달래보겠노라고. 매년 가을이면, 빌딩 숲에 둘러싸여있을지언정, 서울 하늘을 즐거이 만끽하겠노라고. 그리고 더는 외국 살이를 그리워하지 않겠노라고. 다만 매년 가을 진정으로 높디높은 그 동네 하늘을 그리워하는 건 내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을듯하다.


2013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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