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행사 포스터를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

자유게시판2013. 11. 4. 23:47

소위 진보-개혁 세력이 대중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 하나는, 그들의 언어가 너무 어렵다는 데 있다.

민주화 이전 운동권세력은 현란한 사회과학 용어로 그 어려움을 자랑했다. PD,NL,파쇼,약한 고리 이론...
그러나 1990년대 초반 사회주의권이 허망하게 무너지자, 한국 내 진보-개혁 세력의 현란한 이론도 힘없이 바스러졌다.

민주화 이후 20여년간 화려하고 어려운 언어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현란한 언어의 시대가 돌아오는 것 같다.
요즘 진보-개혁 세력은 너무(사전적 의미 그대로의 ‘너무’) 영어에 빠져있다.
툭하면 소셜이고, 걸핏하면 플러스, 심심하면 크리에이티브다.

나는 언어민족주의자가 아니다. 한국어든 영어든, 화자와 청자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다면 매개 언어가 무엇이 되든 상관없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것 같은 영단어 사용은 청자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일상적인 한국어 내에서, 소셜이니 뭐니 하는 단어들은 그 의미가 여전히 모호하다.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편안한 언어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진보-개혁 진영은 그 소규모 세력을 확장하는 데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마치 80년대 이전까지 운동권이 자기들만의 언어로 대중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던 것처럼 말이다.

본인들이 원하는 ‘변화’를 이뤄내고싶다면, 대중 공감이 필수다. 4.19는 김주열 시신에서 촉발된 국민적 감정이 도화선이었고, 87년 6월은 직선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팔할이었으며, 광우병 파동은 개인이 건강 걱정과 국가의 한심한 협상력에 대한 답답함이 원동력이었다.

우연히 일어난 외부 사건에 기대지 말고, 이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편안한 언어를 개발했으면 좋겠다. 영단어 먼저 써놓고 한국어로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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