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독서기록2012. 7. 19. 01:53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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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만에 쓰는 독서 리뷰인가.. 마지막으로 쓴 게 심재천씨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리뷰이고 무려 2월 17일에 쓴 글이다. 3월에 접어들면서 학교 생활을 하느라 너무 바빴다. 3년만에 돌아간 학교는 날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고, 나도 나름대로 학교 밖 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느라 바빴다. 그런 와중에 역시 가장 먼저 줄어든 시간은 독서시간이었다. 학기 내내 틈틈히 책을 읽긴 했지만, 정리해서 리뷰를 쓰지는 못했다. 이제 방학하고 거의 한 달이나 지나간 시점에서 드디어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마이클 샌델의 저작은 두 번째로 읽는다. 전작『정의란 무엇인가』를 2011년 1월에 읽었으니 꼭 1년 반만에 다시 샌델을 만났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이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전작의 초반부에서 다루었던 문제를 확장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이후 다양한 저작들이 우리나라에 번역,소개되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실상 『정의란 무엇인가』를 전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샌델이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이미 다른 매체나 리뷰어들의 글에서 언급되었기에 내가 또다시 언급해 인터넷 공간에 불필요한 문장을 더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끝까지 읽은 결과, 샌델의 가장 주효한 뒷받침 명제는 결국 '시장은 단순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규범을 나타낸다.' 이 문장에 집약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매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교환에서 그치지 않고, 거래되는 대상의 규범, 가치, 존재 방식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우선 샌델이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을 보면 시장은 비시장의 영역이었던 것들을 대부분 '부정적'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이스라엘 어린이집 이야기는 시장 규범이 어떻게 '미안함'과 '책임감'을 밀어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는 우리도 늘상 겪는 경우라 생각한다. 해야할 일을 제 때 하지 못하고 우리는 버릇처럼 '돈'으로 그 잘못을 대신한다. 대학생들이 늘상 만드는 스터디에서는 자주 지각비 제도가 만들어진다. 서로간의 책임감이 아니라 결국 돈으로 규제를 하는 형국이다. 


시장 원리와 도덕 가치의 대결에서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는 사례들을 쉼없이 제시하는 샌델은 책의 마지막 세 문단에서 최종적인 관심사이자 우려를 말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점차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고 일하고 쇼핑하며 논다. 우리 아이들은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닌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되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민주주의에 좋지 않으며 만족스러운 생활방식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고,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5~276쪽)


이 부분을 읽으며 샌델이 그냥 철학자가 아니라 롤스 정의론을 비판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정치' 철학자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결국 샌델이 걱정하는 것은 재산에 기반한 신분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중심적(미국 사회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단어라고 김선욱 교수님의 해제에 설명되어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샌델에게 있어, 신분제 사회화 되어가는 미국의 모습은 사실 차분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작의 후광으로 출판 업계와 독자들 사이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번 저작은 사실 사회적 후폭풍으로만 본다면 전작에 한참 못미치는듯 하다. 그래도 포기할수는 없지 않은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제시하는 미국과 여러 나라의 사례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읽은 기간 2012년 7월 8일 ~ 2012년 7월 16일

정리 날짜 2012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