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7년만에 다시 만난 내 인생의 첫 번째 사회과학서적.

독서기록2013. 2. 21. 03:53

*2010년 9월 24일 작성한 글입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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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리뷰에서도 두세번 언급했지만 책과는 '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댐을 쌓고 지냈던 내 학창시절, 나도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이 책을 읽었다. 

학교 도서실에서 책을 꺼내고 자리에 앉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그 시절 내 생활습관을 생각하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대체 난 왜 이 책을 읽었던 걸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만남이었지만, 그 책에서 나는 유시민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고, (그때는 '어 이름이 시민이네?ㅋㅋㅋ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책장을 덮는 동시에 그 이름도 내 인생에서 잊혀졌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컴퓨터공학도를 꿈꾸던 중학생은 사회정의와 인문정신에 대해 고민하는 영문학도로 바뀌었고, 참여정부 핵심인물 중 한명이었던 유시민은(물론 난 그당시에 유시민이 그런 사람인줄 전혀 몰랐다.) 또 다른 정당의 중심인물로 현재 한국정치계의 한 축을 떠맡고 있다.(아직은 미약하지만...) 

다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드레퓌스사건을 내가 알고 있던 이유는 이 책 덕분이었으며,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기 전부터 베트남전쟁에 대해 이유모를 부정적 느낌을 갖고 있던것도, 영어 이름에서 성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했던 것도 다 이 책 덕분(때문?)이었다. 내가 먼 훗날 『청춘의 독서』와 같은 책을 쓸 수있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이 책이 포함될 것이다. 유시민에게 리영희가 그랬듯, 나에겐 유시민이 사상에 은사인 것 같다. 의식화의 원흉까지는 아니지만.. 왜냐면 그때 난 의식을 가질 수 있을만한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부분인데, 전환시대의 논리에서 리영희가 서술한 내용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서술이었다. 70년대 당시 다니엘 엘즈버그가 폭로한 미 국방성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리영희가 우리나라에 베트남전쟁의 실체를 전달했고, 리영희의 책을 읽은 유시민은 그것을 다시 한 번 읽기쉽게 재구성해 자신의 책에 썼다.   

별 대단한 일 아니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면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느낄 수 있었을 때,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라고 느꼈다. 지식, 사실, 혹은 진리가 사람과 사람, 책과 책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7년 만에 다시 읽었지만 그동안 워낙 많은 세월이 지나서인지 처음 읽는 느낌이었다. 다시 7년 후면 내가 서른이 된다. 그 때 이 책을 다시 읽어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물론 이 책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으면 색다른 느낌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