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2. 무기력함. 그리고 한국인 친구를 만나다.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6. 16:01

호주에서 첫날을 성공적으로 보낸 다음 맞이한 둘째날. 
늦잠을 자버렸다....... 그린하우스 백패커에서는 7시에서 9시 사이에 무료로 아침식사를 제공하기에 그걸 먹기 위해 알람을 일곱시 반에 맞춰놨었다. 눈을 뜨긴 했지만 곧바로 다시 잠들어버렸고 일어나보니 이미 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아... 어제 너무 피곤했던걸까? 아침 일곱시에 도착하고 하루종일 돌아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만에 풀어져버린 내모습에 기분이 별로였다.
아무튼 정신을 차렸을때 어제저녁 417호에 들어온 독일인 J와 E는 방을 옮기기 위해 짐을 싸고 있었다.

얘들은 처음 볼때 당연히 커플인줄 알았다. 성인 남자와 여자가 단둘이 같이 장기간 해외여행을 한다면 보통 사이는 아니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냥 친구랜다. 흠....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ㅋㅋㅋㅋ 그런데 좀 지켜보다보니 아무리봐도 J는 E를 정말 친구로만 생각하지만E는 J를 좋아하는것같다. 그러면 그렇지..

걔들이 방 옮기는걸 조금 도와줬다. 그런 다음 샤워를 하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뭘 할지 딱히 생각도 없었지만 그냥 나왔다. 어차피 백패커에 그냥 있어봤자 할일없는건 마찬가지니까.. 뭘 해야하나 생각하면서 플린더스 역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시티 서클트램[각주:1]이 눈에 들어왔고 바로 그걸 탔다.


F1 광고가 한창이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F1에 큰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던거같다.

이민 박물관. 호주는 이민자 국가니까.. 나중에 가봤는데, 중국 이민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됐을줄은 몰랐다.



그땐 이 경기장 옆에 살게될줄은 전혀 생각 못했지만.. 어찌하다보니 요 경기장 옆에 있는 아파트에 살게 됐다ㅋㅋ

빅토리안 항구 옆 쇼핑센터. 그저 그렇다.

지금까지도 하고있는 뮤지컬.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저 남자주인공은 대체 왜저렇게 노골적으로 촌스러운건지..

어디였더라? 온지 3주가 넘었지만 아직도 이 좁은 시티 지리조차 꿰고 있질 못하다ㅡㅡ 아마 플래그스태프 정원인거같다.

처음 본 한국상점!! 외국에서 한국 간판을 본다는게 너무나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뒀는데, 멜번 시티에만 한국 마트가 4~5개는 되는것 같다. 아니 내가 본것만 그정도니까 훨씬 많으려나?

날씨가 참 좋았다.. 

트램에서 내린 후 발견한 두번째 한국 상점.
 
도심 한바퀴를 돌고 났는데.. 여전히 할일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때 좀 확실히 놀았어야 했다. 뭘 하려해도 어차피 안될 시기였으니깐 말이다(ㅋㅋㅋ...)
결국 아무 할일도 없고 배도 고파서 숙소 바로 앞 세븐일레븐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무려 6달러.... 편의점에서 파는 샌드위치 하나가 6달러다. 미친놈이라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호주 물가가 장난이 아니라는걸 온몸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가서 샌드위치를 먹고있자니.. 내가 여기서 뭐하는건지 싶은 생각과 피곤함이 밀려왔다. 결국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서 그냥 그대로 낮잠을 자버렸다.

눈을 떠보니 한시간쯤 지났었는데, 그래도 기분이 좀 나아져서 넷북을 들고 6층으로 갔다. 인터넷으로 방 정보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이놈의 숙소는 정말이지 인터넷이 기본적으로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게 마음 편할정도로 무선인터넷 환경이 엉망이다. 홈페이지 가보면 무료 와이파이 제공이라고 아주 자랑처럼 써놨는데, 사람이 많이 몰리는 저녁이면 아예 접속 자체가 안된다.


한참 인터넷 접속 시도를 하던 와중에 6층에서 M을 만났다. 멜번엔 동양인이 참 많은데, 한국사람은 그냥 보면 딱 티가 난다. 물론 그사람들도 날 보면 한국인이라고 바로 생각하겠지만... 아무튼 M은 호주에 온지 일주일쯤 됐는데 생각했던거랑 많이 달라서 그냥 바로 돌아갈까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M이 동갑인 친구를 소개해주겠다고 했고, 잠시 후에 J까지 합류했다. 셋이 이런저런 넋두리를 풀어놓다가, M은 잠깐 밖에 나갔다오겠다고 했다. J랑 남아서 또 계속 신세한탄&넋두리.. 첫날 만났다면 신나게 얘기했겠지만 아침부터 기운빠지는 날이었던 둘째날이었기에 게속 그런 얘기만 했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져서 숙소 밖으로 나갔는데, 뭘 사먹자니 비싸서 사먹을 엄두가 안났다. 결국 서브웨이에 갔다.... 4.75달러짜리 가장 싼걸 주문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재료를 고를수가 있네? 한국 서브웨이도 그랬었나?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3년전쯤에 딱 한번 가봤으니까..ㅋㅋㅋㅋ

(아.. 점심에도 샌드위치였는 저녁도 서브웨이다)

J와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저녁을 때우고 그냥 스완스톤 거리를 따라 쭉 걸어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길거리에서 M을 다시 만났다. 외국인 친구와 함께 있었는데, 대충 봐도 그 외국인이 지금 M한테 찝쩍대는 분위기였다. 암튼 어쩌다보니 그 사람은 가버렸고 J,M과 나까지 셋이서 멜번 도심의 밤거리를 구경했다. 멜번 센트럴 상가에도 들어가봤는데, 이런걸 발견했다.


가운데 빨간 배경의 큰 글씨를 볼때까지만 해도 체중계가 상가에 있다는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래를 보니 정말 정나미 떨어졌다. 대체 왜 체중계 따위에 1달러를 내라는건지..ㅡㅡ 돈을 내고 저기 위에 올라가서 자기 몸무게를 재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 (있다면야 할말 없는거고..)

그렇게 잠시 돌아다니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각자 자기 방으로 흩어졌는데, 자기 전에 다시 인터넷을 하려고 6층에 올라갔다. 그리고.... 호주에 오기 전에는그렇게 피하겠다고 다짐했던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서 앉아있는 자리에 갔다. 전날 무료 바베큐때 대충 인사했던 H와 제대로 인사를 했고, L과 S까지 알게됐다. [각주:2]


전체적으로 첫째날에 비하면 뚜렷하게 해놓은게 없어서 그런지 참 많이 허무했다. 전날엔 하루종일 영어만 썼는데, 둘째날부터 한국사람들이랑만 밥을 먹었고.. 다행인건 그래도 그렇게 만난
한국사람들이 모두 좋은 친구들이라는거! 서로 놀기 바쁘고 남한테 피해주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건 당연히 피해야겠지만, 지금 친하게 지내고 있는 이 친구들은 모두 참 괜찮다.

무료 트램 타고 도심 한바퀴를 돌아본걸 의미있게 생각하기로 했고 그렇게 둘째날 밤이 지나갔다. 

  1. 멜번의 가장 기본적인 교통수단은 트램이다. 전차라고 하는게 더 잘 와닿는다. 꽤 많은 노선의 트램이 운행중인데, 무료로 운행되는 시티 서클 트램은 35번이다. 대부분 갈색의 낡은 외관이다. 오전10시~오후6시까지 매 12분간격으로 운행하며, 목.금.토요일만 저녁9시까지 운행한다. [본문으로]
  2. 그렇게 초반에 모이게 된 여섯명이 그 후로도 쭉 연락하면서 지내고있다. 초반에 만난 사람들이랑 계속 친하게 지내는건 고등학교때나 대학교때나 여기 와서나 다 똑같다. 물론 한국사람끼리만 그런것도 아니고, 외국 애들이랑도 처음 만난 사람이랑 아무래도 더 친하게 지내는것 같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