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4. 이어지는 삽질, 그리고 한류ㅋㅋ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16. 22:27

일단 아침을 놓쳤다ㅜㅜ... 일어나보니 어느새 9시 15분더라. 대충 씻고 정신 차리고, 어제 사놓은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충 때운 다음에 바로 숙소에서 나왔다. 주립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레드망고를 발견했다!


여기서는 매장 이름이 카카오 그린이긴 한데, 암튼 레드망고는 레드망고다ㅋㅋ  왠지모르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문이었는 지한인마트 처음 봤을때보다 더 반가웠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뭘 사먹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도서관. 거의 두시간동안 계속 한인잡지와 인터넷을 보면서 쉐어 정보를 정리하고, 전화하고, 또 노트에 옮겼다.


오늘이 어떻게 흘러갈지 저때 알았다면 어땠을까 ㅋㅋㅋ 암튼 꽤 열심히 정보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별 영양가는 없었지만 그래도 저렇게라도 움직였으니 나중에 집을 구할수 있었던거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저렇게 집 정보를 한시쯤까지 알아보다가 은행에 찾아갔다. 15일 도착하자마자 신청한 체크카드를 받기 위해서 찾아간거였다. 호주에서 볼수 있는 느려터진 일처리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은행업무인데, 대체 왜 체크카드 하나 발급하는데 3일이 넘게걸리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앉아있으면 보안카드까지 그자리에서 바로 받을수있는데ㅡㅡ...

(50달러 지폐와 체크카드. 근데 사실 저거 발급받고도 출금 한번 해본거 말고는 쓴적이 없다..)

은행에서 카드를 받은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또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또다시 도서관으로 고고씽!
그런데 참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짓을 한거였다. 난 이날 그린하우스 백패커 코앞에 있는 시립도서관을 두고서 항상 15분~20분 걸어서 주립 도서관에 갔었다... 하여간 정말이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걸 실감할수 있는 곳이 호주같다.


도서관에서 집정보를 알아보다가 결국 홈스글렌과 세인트킬다에 직접 찾아가기로 약속을 했다. 첫번째로 홈스글렌. 길게 말할것 없이 하여간 별로였다. 그런데 플린더스 역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내자신이 참 처량했다.마침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고, 새들은 시끄럽게 지저귀는데, 그냥 참 쓸쓸했다.

(집도 없는데 처음 간 곳에서 이렇게 해가 지는걸 보니 '아 괜히 와서 집도 못구하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홈스글렌 갔다오는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드디어 시작된 세인트킬다 삽질!! 일단 플린더스 역에서 나와 편의점에 갔고, 힘내자는 의미로 콜라를 하나 사서 마셨다.(이때는 에너지드링크를 마셔본적이 없어서 괜히 시도하기가 꺼림칙했다.) 트램 정류장으로 걸어갔는데 참 신기한게... 어제까진 트램 노선도를 봐도 뭐가 뭔지 파악이 되질 않았었는데, 오늘 막상 어딘가를 가야겠다고 생각이 드니 노선도가 파악됐다!! 사실 이때는 정말 뿌듯했다. '아 홈스글렌에선 삽질했지만, 이제 나도 며칠 여기 있다보니 뭔가 익숙해지고 그러는구나!'

무료 트램을 타고 스펜서 스트리트까지 갔다. 무료 트램에서 내린 다음에 다른 정류장으로 가서122번 트램을 탔다. 세인트킬다 고고씽!!


그.런.데.... 내려보니 이게 왠걸. 여긴 세인트 킬다의 '피츠로이 스트리트'였다... St.Kilda/Fitzroy St.라고 써있는걸 내멋대로 세인트 킬다 '스트리트'라고 생각하고는 (그런거 없다....), '아 그냥 저기로 가면 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던거다.. 정말이지 어쩜 그렇게 개념이 없을수가 있었나 나도 내가 안타깝다.


정류장에서 내리니 그냥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조 집주인한테 전화를 해보니 내가 내린 곳에서 자기 집까지 어떻게 오는지 문자로 알려주겠단다. 623번 버스를 타면 된다길래 그 버스를 탈수있는 정류장을 참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젊은 사람들 빼고ㅋㅋㅋ. 많은 사람들 중에 유난히 기억나는 사람이 두명 있는데, 할머니 한 분과 인도인 아저씨 한 분이다. 그 두분은 아주 자신감 넘치게 '저~~기로 가면 623번 버스를 탈수 있다'라고 친절히 설명해주셨는데, 막상 가보니 900번과 623번만 다니는 정류장이었다ㅜㅜ

결국 한참 헤매다가, 포기하고는 집주인에게 내일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정말이지 너무 힘이 빠졌다. 아 오늘 이렇게 두 집 다 물건너가는구나, 왜 세인트킬다 집주소랑 위치는 정확히 확인 안하고왔을까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고 나서 돌아오는 트램의 노선도와 시간표를 봤다.   4분 후에 도착예정이길래 또 거기에 기분이 좋아졌고ㅡㅡ... 사진을 찍었다



'아 이제 곧 오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있었는데.. 아뿔사! 여긴 반대방향이었다! 길을 건너서 타야 시티로 가는거였고, 그걸 놓치면 이 삭막하고 무서운 밤거리에서 20분정도를 그냥 더 서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거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 반대쪽 차선에서 트램이 다가오고 있었다! 할수없이.... 무단횡단을 하고야 말았다. 아 정말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자랑스런 한국인(?)으로서 여기 사람들한테 욕먹을 행동은 안하겠다고 생각했기에 무단횡단을 절대 안하려고 했는데, 급하니까 나도모르게 그냥 길을 가로질렀고 트램을 탔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계속 씁쓸했다. 외국생활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생각도 들었고, 왜이렇게 오늘하루 멍청했나 내가 참 원망스럽기도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이틀 연장을 했다. 전에도 썼지만 그린하우스 직원들 근무태도가 참 엉망이다.연장 물어봤을때 낮엔 안된다고 하더니 밤에 와서 물어보니까 그냥 다 된단다ㅉㅉ

방 연장을 하고 내 방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대만 여자애들이 들어왔다. 얼굴 보는건 처음이었는데, 그냥 데면데면하게 있었는데, 슬쩍 말을 걸더니 F4 아냐고 물어보더라. 그리고 시작된 한류 대화. 와.. 정말 말로만 들었었지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얘네들 한국 드라마도 꽤 많이 알고있고, 요즘 대만에서는 강심장도 방송된다고 한다. 꽃보다 남자 얘기도 많이 했고, 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얘기도 했다.
원래는 일본 스타일이 대세였는데, 한 3년 전쯤부터는 완전히 한국 스타일이 대세라고 한다. 옷입는 스타일부터 화장법까지 전부 한국 스타일을 따라한다고 한다. 사실 얘네 옷입는거 봐도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스타일이다. 대만, 중국, 일본, 한국 연예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사실 그쪽 나라 연예인들을 알지를 못해서 별 흥미는 없었다.

한참 떠드는 와중에 옆방 사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잘수가없다고 미안하지만 말소리좀 줄여달라기에 알았다고 하고는 바로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