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3. 기분좋게 시작한 날, 씁쓸하게 끝나다.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9. 21:30

세번째 날, 아침부터 출발이 참 좋았다. 제때 일어나서 밥을 먹었고, 약간 쉬다가 커피 수업을 들으러 갔다. 첫번째 포스팅에도 언급했지만, 멜번에 온 날 바로 한 일이 바로 커피스쿨 등록이었다. 커피코스를 등록하고 바리스타가 되어보겠다고 결심한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내가 커피를 좋아하고, 둘째로 멜번의 하늘에서 커피스쿨 광고를 보았고, 셋째는 출국 2주전에 참석했던 모 유학원 설명회때문이었다. 설명회를 진행하던 직원분이 말하길 멜번은 거의 커피의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카페가 많기 때문에, 바리스타가 참 해볼만한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원래도 커피를 좋아하고, 또 커피코스 광고를 보았기에 끌리는 상황이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던거였다. 

(멜번 도심에서 지내시는 분들이라면 어딘지 아시는분도 계실듯합니다 ㅋㅋ)


뭘 하든 사실 학습엔 자신이 있기에 의기양양하게 첫 수업을 들었는데.. 역시 머리로만 하는거랑 손으로 하는건 다르더라. 아무리 해도 거품을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튼 첫 수업을 마치고는 다시 숙소로 가서 넷북과 다이어리를 가지고 주립 도서관으로 갔다. 그린하우스의 후줄근한 와이파이에 진절머리가 나있었는데, 전날 만난 M이 주립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쓸수있다기에 갔던거다.
 


참... 그리스 시대 건축물과 비슷하게 생긴게.. 멋지더라ㅜㅜ  바로 앞에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시간 보내는 사람들도 참 좋아보였고.. 여기가 서울 중심가보다 더 발달된 도시였으면 도시였지 못한 도시는 아닌데.. 왜 여기가 더 여유로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부러울 따름.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겉모습과는 달리 참 깔끔하고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무선인터넷 접속을 시도했다. 비밀번호 없이 접속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크롬을 켜서 페이스북에 접속하려고 보니 엉뚱한 페이지가 나왔다. 빅토리안 뭐뭐뭐뭐뭐.. 도서관 네트워크에 로그인하라는 페이지였는데, 이메일 주소 쓰고 30초만 기다리면 되는 간단한 인증절차였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딴짓을 조금 하고 난 후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을 하려고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런데 접속하려고 할때야 한국에서 액티브 엑스 설치를 해놓지 않고 왔다는걸 깨달았다. '아... 여기서 액티브엑스 설치하고 하려면 인터넷도 느려서 귀찮은데ㅜㅜ'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안프로그램들을 설치하려고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도서관 네트워크는 모든 액티브 엑스와 exe파일 다운로드를 막아놨다.... 정말 깝깝했다. 가져온 돈이야 [그당시엔] 충분했기에 당장 송금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세상 일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기때문에 조금 더 송금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주립도서관이 나한테 협조를 안해줬다. 결국 그날은 일단 집정보를 알아봤다.


집정보를 알아보다가 엘리자베스 스트리트에 있는 한 아파트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곧장 살펴보러 달려갔다. 집을 둘러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거실도 넓었고, 또 도시 중심에 있으면서 그렇게 깔끔한 아파트가 가격도 적당했다. 백패커 돌아온 후 전날 만난 H와 같이 들어가기로 합의를 하고 다시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때 시간이 아마 5시쯤이었던것같다. 집주인은 우리에게 10시쯤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정말 완벽하게 내 착각이었는데, 나는 집주인이 날 상당히 마음에 들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린하우스를 하루 더 연장하고, 들뜬 여세를 모아 전날 알게된 한국 친구들을 꼬드겨서 백패커에서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펍 투어에 갔다. 원래 매주 목요일마다 그린하우스에서는 5달러를 내고 술집 3군데를 돌면서 각각 맥주 한잔씩을 마실수 있는 투어를 제공하는데 그날은 마침 성 패트릭데이와 겹치는 날이라 그날은 성 패트릭 투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드레스 코드는 녹색! 심지어 녹색으로 머리 염색한 사람도 있었다 ㅋㅋㅋ 스프레이로 하는 1회용 염색약이 있구나..?


오른쪽 직원이 친절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엔 안나왔지만 빨간머리 여직원은 정말 태도 최악이다

투어 가는길!

입장할때 저렇게 표시를 해줬다. 한국사람들끼리..ㅋㅋㅋㅋㅋ ㅜㅜ

두번째 술집 명함. 멜번 센트럴 역 상가에 있는 술집이다. 시끌시끌한 분위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잘 어울릴만한 술집



첫번째 술집에선 독일 여자애들이랑 같이 어울렸는데, 정말 서양애들은 외모로 나이를 가늠할수가 없더라..  둘이 비슷한줄 알았는데 한명은 18살이고 한명은 26살이었다ㅡㅡ

두번째 술집에 가서도 재밌게 놀긴 했는데, 집주인이 약속한 열시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불안해졌고 결국 9시 50분쯤 술집에서 나가서 그냥 혼자 돌아다녔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한인 마트에 들어갔다. 집 계약이 안된거나 마찬가지라고 단념하고는 사리곰탕 컵을 네 개 샀다. 낮에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이 먹는걸 보고 먹고싶었기 때문에..ㅋㅋㅋㅋ  
컵라면 네 개를 사들고 나오면서 집주인한테 전화를 해봤다. 결과는 역시나 꽝!
그 다음부터 갑자기 기운이 엄청 빠졌다. 한국에서 지낼땐 사실 원하는걸 거의 이루면서 살았기에 외국에 나와 혼자 산다는게 맘 편한 일이 아닐거란건 충분히 예상했지만, 막상 [혼자 착각해서] 잘 될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잘 안풀리니까 기운도 빠지고 갑자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버렸다. 씻고 잠깐 쉬다가.. 그냥 넷 다 해산. 나는 씻고 나서 조금 있다가 다시 6층으로 올라가서 쉐어 정보를 알아봤다. 그러나 역시 별 영양가는 없고.. 호주바다에서 도시쪽 쉐어 정보를 하나 보긴 했는데, 토요일에나 살펴보는게 가능하고, 입주는 다음주 목요일이라나? 당장 내일모레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건 아니될일이었다. 물론 연장하면 되긴 했지만 그당시엔 정말 연장하기가 싫었고 하루빨리 숙소에서 나가고만 싶었다. (그런데 다른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이사를 24일에 했다..)

씁쓸함과 피곤함을 뒤로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잠이 참 안왔다.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랬나보다. 그냥 누워서 눈만 감고 있는데, 같은방 쓰는 아일랜드 여자와 대만 여자 둘이 같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것들이 왜 하필이면 '내가 자고있으니 괜찮다'(No no, it's okay. He's sleeping. 아직도 기억난다 이것들아!)고 말하는지.. 그렇게 말하니까 눈뜨지도 못하고, 뒤척이지도 못하고 한 5분 괴로웠다ㅡㅡ

다행히 잠시후에 잠들었고 그렇게 멜번의 셋째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