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0-3. 떠나기 전의 일상들, 전날밤의 짐싸기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3. 26. 14:33


3월 14일 멜번행 비행기를 예약한 후, 참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려고 했었는데.. 그게 또 마음처럼 되지가 않았다. 준비를 미리미리 다 해놨었다면 떠나기 전 2주간 많은 사람들을 만났을텐데, 준비 자체가 어설프다보니 짧은 시간 안에 (떠날 준비 + 사람들 만나기)를 한번에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3월 3일엔 대학교에서 친한 선배 자취방 이사를 도와주고, 오후에 같은 과 동기들, 그리고 다른 선배와 술을 마셨다. 7일 밤엔 원래 고등학교때 친구들과 밤새 놀자고 했었지만... 하필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그냥 저녁에 만나서 밥먹고 위닝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버리고 나니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고, 12일 저녁 가장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같이 술을 마신 후 13일 하루는 계속 출발 준비를 했다. 미리미리 차분하게 했다면 전날밤 잠을 푹 잤겠지만...


결국 네시가 넘어서야 이렇게 가방 싸는걸 마쳤다.

20kg 맞추느라 계속 짐을 넣었다 뺐다 반복한 캐리어

캐리어 무게를 줄이기 위해 주로 책을 집어넣은 백팩, 그리고 바로바로 필요한걸 보관하고 또 호주에서도 계속 쓰려고 챙긴 크로스백. 좀 더 큰걸 샀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주 약간의 후회가..

그래서 저 가방에 뭐가 들어있느냐... 아래처럼 엑셀 파일로 정리를 했다. 맨처음엔 다 빨간색이었고, 하나하나 챙길때마다 검은색으로 바꾸었다. 꼼꼼히 챙긴다고 챙겼는데 결국 몇가지는 빼먹었다..





그리고 두 번째 탭에는 해야할 일들을 적었다. 이것도 역시 하려고 했는데 다 하지 못했다.. 혹시 이 글을 보고계신 분이 워홀을 준비중이시라면.. 아니 워홀뿐만 아니라 여행 준비하는 분이시라면.. 부디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가시길 바랍니다 ㅜㅜ

아참 도착해서 이후 일들은 18+카드와 rsa빼고는 모두 처리했다. 저 두개는 지금 당장 할 필요가 없는것같아서.. 18+카드는 있으면 편하긴 할텐데, 사실 지금까지 술집도 따로 안가봤고, 또 여권이나 국제학생증으로 신분증을 대신하는게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그런데 돈 따로 내면서까지 18+카드 받기에 아직은 돈에 여유가 없다.. rsa는 바텐더 할 생각이 없기에 패쓰!


저 준비물을 다시 보다보니 갑자기 또... 슬프다ㅋㅋㅋㅋㅋ 바로 말라리아 예방약때문!!
호주 워킹홀리데이 후에 동남아/인도/터키 지역을 여행할 예정이기 때문에 말라리아 예방약을 챙겨가려고 했다. 물론 이것도 출국날 삼일전인가.. 아주 다급하게..쯧쯧. 강북삼성병원에 찾아가서 처방전을 받았는데, 해당 지역에 대충 2개월 반에서 3개월정도 머물 생각이라고 했다. 의사선생님이 처음엔 일주일에 한번 먹는 약으로 처방해주겠다고 했다가, 터키 지역 말라리아가 그 약에는 내성이 있기 때문에 매일 먹는 약으로 바꿔서 처방했다고 하셨다. 그렇게 되면 양이 일곱배로 늘어나는게 아닌가? 가격이 비싸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렇게 되면 더 비싸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어차피 그게 그거라고 하시더라.. 둘다 비싸다고..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으로 갔다. 90일치라는 처방전을 보더니 약국 수납원들이 깜짝 놀라더라. 

여러분들 잠시 생각해보세요. 정말 비싼 약입니다. 그리고 90일치예요. 그럼 얼마일까요?


아 정말............ 안그래도 워홀 준비하느라 돈쓴게 장난이 아니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의사나 약사분, 아니면 비싼 치료를 받고 계신분들이 본다면 웃을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정말.. 세달치 약이 아무리 비싸봤자 10만원이나 하겠냐 싶은 마음이었는데 아놔...... ㅜㅜ

아 의사양반.. 의사선생님 아니다 의사양반이다. 의사양반!!!! 26만원이 뭡니까. 미리 말좀 해주지...

아무튼 전날까지 계속된 짐싸기는 저렇게 끝났다. 지금 와서 보건데 옷을 좀 더 많이 가져왔어야했다. 그것도 따뜻한 옷으로. 지금 멜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