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주의 외』 - 이기주의자가 아닌 개인주의자가 되자.

독서기록2013. 2. 21. 03:55

*2010년 11월 8일 작성했던 글입니다*

나의 개인주의 외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0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훈 옮김 / 책세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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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교수의 『생각하는 힘』을 읽고 소세키에게 관심이 생겼다. 도서관에서 나쓰메 소세키를 검색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원래 문학작품보다 비문학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당연히 이 책에 흥미를 느꼈고, 소세키의 소설 『문』과 함께 이 책을 빌렸다.  

옮긴이는 이 번역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국내 독자가 소세키의 작품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15쪽) 나는 소세키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이 책을 읽었을 때 분명 무언가 느껴지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소세키는 메이지 유신 1년 전인 1867년 태어나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생을 마감했다. 당시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설명이지만, 소세키는 근대 일본이 형성되었던 의미있는 시기를 살다 갔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개화가 진행될수록 경쟁이 점점 격렬해져 생활은 마침내 곤란해지리라는 느낌을 가졌다는 것이다.(93쪽) 

일본인 절대다수가 동아시아 최후진국이었던 일본이 근대화에 성공해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상황을 자축하기만 하던 당시, 소세키는 일본의 개화가 내부의 힘으로 이루어진 서양의 개화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인식했고, 그러한 자신들의 상황을 공허감,불만,불안의 상념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표현했다.(103쪽) 

특히 자본주의가 발전하며 욕망에 사로잡혀가는 사회를 정확히 바라보았던 소세키는, 국산 담배와 수입 담배의 예를 들며 불필요한 경쟁심에 사로잡히며 사치스러워지는 인간을 바라본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것처럼 모두가 말하고 있는 지금, 이 부분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전체를 인용한다. 

적극적 활력의 발현 편에서 보더라도 이 파동은 동일한 형태로, 요컨데 지금까지는 시키시마인지 뭔지를 피우며 참고 있었는데 이웃 남자가 맛 좋은 듯 이집트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역시 그쪽을 피우고 싶어집니다. 게다가 피워보면 분명 그쪽의 맛이 좋습니다. 결국 시키시마 따위를 피우는 사람은 인간 축에 끼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아무래도 이집트 담배로 옮겨 피워야 한다는 경쟁심이 일어납니다. 통속적으로 말하면 인간이 사치스러워집니다. 도학자는 윤리적 입장에서 항상 사치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는데 자연의 대세에 반한 훈계이므로 언제나 실패로 끝나리라는 점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어느 정도 사치스러워졌는지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 이 정도로 노력을 절감할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나도 그 고마움이 수긍되지 않고 이 정도로 오락의 종류와 범위가 확대되어도 전혀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상, 고통 위에 '대단한'이라는 문자를 부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개화가 낳은 일대 패러독스라고 나는 생각합니다.(94~95쪽)

나는 정치나 사회적으로는 진보적이라 자처하지만, 첨단기술의 수용에서는 보수적이다. PMP가 보급되기 시작할 때도, DMB기술이 상용화에 돌입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 스마트폰이 시장을 넓혀가는 이 상황에도... 사람이 대체 어디까지 기술에 의존해서 생활을 해나가야 하는 것인지 나는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쓰느 사람들이 얼마나 그 기계의 혜택을 누리는지 알고 있지만, 동시에 그 기계에 얼마나 종속되어가는지도 심심찮게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언젠가 결국 나도 스마트폰 사용자가 될 것이다. 컴퓨터 혹은 PC가 이렇게나 우리 삶에 파고들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주 소수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자연의 대세에 반한' 훈계는 오래 가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나는 가능한 한 오래 스마트폰 사용자로 가지 않으련다. 

요즘 우리 모습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인지라 잠시 다른 얘기를 했다.

여섯 편의 글이 실려있는 책이지만 '나의 개인주의'를 제목으로 택하고 있는만큼, 「나의 개인주의」가 가장 중요하고 또 의미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개인주의라 생각한다. 이기주의와 구분되는 개인주의말이다. 이기주의가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이득과 욕구,욕망만을 추구하는 태도라면, 개인주의는 뿌리 없는 개구리밥처럼 아무렇게나 방황하던 태도(51쪽)를 버리고 미세한 물방울이나 안개 때문에 번민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여기다'하고 파낼 수 있는 곳까지 도달한(57쪽) 태도를 말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기 개성의 발전을 완수하고자 한다면 동시에 타인의 개성도 존중해야 하며, 자신의 권력을 사용하고자 할 때 수반되는 의무를 생각해야 하며, 금력을 휘두르고자 할 때도 따라오는 책임을 중히 여겨야 한다.(64쪽) 쉽게 말해 타인을 존경함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를 존경한다는 것(68쪽)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과연 자기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세우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확실하게 인식하며, 광고와 유행에 휘둘리는 개성이 아니라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것에 기초한 개성을 발휘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자기 자신에게서 발생하는 확고부동한 자존감이 없기에 사람들은 유행하는 옷에, 값비싼 명품에, 최신 전자기기에, 인맥에, 학벌에 의존해 자신을 내세운다. 그런 와중에 타인의 개성을 배려할 줄 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상황이 썩 좋지만은 않아보인다. 진정 자기 자신을 근거로 하여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에야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의 주체성, 타자와의 개방적 관계를 항상 추구하는 나에겐 참 읽기 좋은 책이었다. 이를 발판으로 소세키의 문학 작품으로도 진출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