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A. 멜번 워킹홀리데이 구직일기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21. 17:46
3월 15일 도착, 도착하자마자 커피코스[각주:1] 등록
 
3월 22일 처음으로 이력서 인쇄- 아래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50장 복사. 카페에만 지원함


영어이름때문에 고민을 좀 했는데, 원래 내 이름의 발음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Joe나 John처럼 뻔한 이름은 싫어서 Joel로 결정! 그치만 나중에 결국 바꾼다..

구직 초반에 저지른 엄청난 실수 : 디그레이브스 거리 모 카페에서 오전 파트타임으로 샌드위치 만드는 일을 해보겠냐는 제의를 받았지만, 시급 '캐쉬' 13불이라는 말에 거절.. 그땐 나정도면 당연히 수월하게 택스잡을 구할수있을거라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각주:2] 

3월 25일 D레스토랑에서 키친핸드 트라이얼 세시간 
 : 시립 도서관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있길래 얘기를 좀 나눴는데 그친구가 소개해준 자리. 결국 구직에 실패하긴 했지만 이때 인맥으로 일을 구한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음.

3월 30일. 이력서 첫번째 수정 - 오로지 카페에만 지원하고있던 상황이었기에 커피 얘기를 조금 추가. 그리고 드디어 진짜 '뻥'을 치기 시작.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2008년 커피샵에서 일한걸로 뻥을 치고, 한국에 있으면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친구 폰번호를 적어놨음. 감당할수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경력을 거짓으로 적어도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절대 비추천. 결국 나중엔 거짓 부분을 지웠음



4월 1일. K 백패커 청소일을 놓치다. 택스 16불짜리 청소일이었는데, 전날밤 호주바다에서 광고를 봤다. 사장이 아침 9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있으니 그 사이에 이력서 들고 방문해달라는 글을 보고는 11시쯤 여유있게 가봤다. 그랬더니 이게 왠걸. 사장이 출근하기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고, 그사람한테 일을 줬단다. 내가 아직 덜 배고프고, 일을 구하는 태도가 글러먹었구나(..) 하고 자조하기 시작.

4월 2일 한인 가라오케 업소에 지원했지만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해야한다는 말에 생각해보다 결국 포기. 난 잠없이는 못산다... 시급은 캐쉬14불이었기에 괜찮은 편이었음. 정말 너무 기운이 없었고, 간만에 펜으로 일기를 썼다. 지금 보니 [진짜 그냥 집에 가고싶다.]라고 써있다.

4월 3일. 금~토(1~2일) 연이은 실패에 한참 풀이 죽어있었지만 이대로 무너질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이력서 수정하고 집을 나섬. 이때부터 카페 말고 다른곳에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함.

오전부터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낮 한시쯤 L 카페에서 전화가 왔고 바로 트라이얼로 세시간 일함. 트라이얼을 끝내가는데 S한국식당에서 또 전화가 옴. 바로 달려가서 일하기로 결정. 하루만에 낮에 할 일과 저녁에 할일을 모두 잡아버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트램에서 호주 현지 '마케팅' 회사에서 전화가 와 화요일에 인터뷰 약속을 잡음. 갑자기 행운이 몰려오는듯해서 엄청 기뻤던 날.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4월 4일. 카페 트라이얼 도중 실수를 해서 사장한테 찍힘. 그래도 기회를 절대 놓치기 싫었던 나는 바로 커피스쿨로 달려가 네시간동안 연습을 했고, 가장 잘 나온 라떼아트 동영상을 들고 다시 L카페로 찾아가 사정을 했고 다음날 하루 더 나와보라는 허락을 받음. 저녁엔 S한국식당에서 일함.

4월 5일. 세번째 카페 트라이얼을 마치고 나니 매니저 曰 '난 너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 지금 멤버로도 충분하지만 널 써본 이유는 지금 일하고있는 바리스타가 6월에 떠날 예정이기때문에 그를 대신할수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니가 이렇게 매일 와서 어깨너머로 배우고싶다면 그건 니 자유다. 대신 내 앞에서 제대로된 커피를 만들기 전까지 난 돈을 줄수가 없다.' 
결국 내 실력으로 멜번에서 바리스타가 된다는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결론을 내렸고, 괜찮은 실력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더 연습해야할지 가늠할수가 없었기에 바리스타 일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버렸다.

바리스타 일을 포기하니까 3일에 연락받았던 호주 '마케팅' 회사에 아무 거리낌 없이 인터뷰를 보러 감. 그날따라 영어가 '대박' 잘나왔고, 쉽사리 합격했다. 사실 말이 좋아 마케팅 회사였지, 그냥 다단계 세일즈 회사였다. 
워킹 와서 '세일즈' 일을 한다는 애기를 못들어봤기에 내가 이런 일을 할수있다는게 마냥 신나고신기했다. 그리고 사실.......... 약간의 자뻑도 느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해 온 보람이 있구나!' 이틀 전 최악의 상황에서 갑자기 구직에 성공했기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기분이 계속 좋은걸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경솔한 선택. 하루 일한 S한국식당에 다시 찾아가서 호주 회사에 취직되었기에 일을 못나올거같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4월 6일. 세일즈 관찰의 날. 실제로 일을 하지는 않았고 현재 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두시간정도 옆에서 보기만 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하나에 40달러나 하는 자동차 클리너가 두시간동안 열 개 넘게 팔렸다. 그리고 일하고있던 중국 대학생 曰 '이걸 하나 팔때마다 회사한테 20달러를 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원래 40달러다. 그러니까 하나를 제대로 팔면 20달러를 버는거다. 그렇지만 얼마에 팔든 그건 너의 재량이다.' 하나 팔때마다 20달러라는 말에 대박을 건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잘 팔리는 제품이라면 당장 일해도 되겠다!

4월 7일. 세일즈 오리엔테이션. 회사 사무실에서 세일즈의 기본과 판매 제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기본 임금이 없이 오로지 실적으로만 돈을 버는 구조라더라. 그렇지만 전날 워낙 잘팔리는 장면을 직접 봤고, 하나에 20달러라고 알고있었기에.. 기본 시급이 없다는건 별로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다.

4월 8일. 실전 투입. 장사 드럽게 안됐다
4월 9일. 쪽박
4월 10일. 일요일이라 하루 쉬엇다. 그래도 일을 하고있다는 만족감이 있엇기에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미술관에 다녀옴
4월 11일. 쪽박
4월 12일. 중박
4월 13일. 쪽박
4월 14일. 쪽박

시간이 지나고 보니, 6일 장사가 잘 됐던건 그냥 그날 운이 유난히 좋아서였다.....

13일밤 같이 사는 형의 진지한 충고에다가 14일날 본 4년차 직원의 판매실적을 보고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함.
14일 아침 6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해 사무실에 7시 15분까지 도착 후 오전회의를 하고 재고파악 후 9시 30분부터 6시까지 단데농에 있는 주유소에서 일하고 집에는 거의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 그렇게 하루종일 일해서 번 돈 : 18달러

게다가 일하다보니 맨처음 중국 대학생 녀석이 말한 '20달러'는 사실이 아니었다. 
-소비자판매가는 40달러가 맞음
-소비자 직거래 세일즈이기때문에 그보다 싸게 넘기는게 기본
-사무실에서는 한캔을 '25달러'에 판매하라고 지시함
-현장에서 세일즈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이 클리너가 원래 40달러인데, 오늘 여기서 사시면 35달러에 드리고 거기다가 원래 30달러인 극세사 수건(사무실 지정:10달러)을 무료로 드린다고 말함.
   :  실제 사무실의 지정대로 25+10달러에 팔게됨. 내게 남는돈은 25달러중 5달러와 10달러중 2달러. 
-혹은 60달러에 두 개와 극세사 수건을 공짜로 준다고 말함 
  :  25+25+10 = 60 딱 맞아떨어짐. 그래도 나한테 들어오는 돈은 5+5+2 = 12달러

이런식이었다. 말 그대로 '원래' 40달러에 팔리는건 맞지만, 그건 정말 '원래' 가격이고.. 길거리 직판에선 그렇게 파는게 아니었다. 아 중국친구야... 설명을 하려면 너부터 제대로 알고 설명했어야지..



4월 15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력서를 수정함.
 일단 이름을 바꿨다. Joel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내가 생각했던 발음은 [Jo-el]이었지만, 그건 한국어 화자인 내 착각이었다. 영어를 모국어, 혹은 제2언어로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oe를 한 음절로 발음했고, 내가 내 이름을 발음하는데 자신이 없어지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그냥 쉽디쉬운 이름 가운데 Harry로 결정.

T한국식당, M한국식당에 이력서를 넣음. M식당에선 약간의 말실수를 했기에 큰 기대 안함.
그런데 T식당 사장님이 커버레터를 보시더니 '첫 문단은 잘 베꼈네' 라고 말씀하심.. 사실 그 부분은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베낀 부분이 맞았다. 내가 보기엔 인상적인 구절이라 생각해 그대로 넣었지만, 업주들 눈에 그렇게 보인거라는 사실에 당장 수정했다.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내 소개를 했고, 전체적으로 문장은 단순하게, 강점은 두드러져보일수 있도록 수정했다.



4월 16일.  T식당에서 다시 연락이 와 면접을 보러 갔다. 역시 약간의 말실수를 했고, 미련없이 가게를 나와 이력서를 대충 돌렸다.

4월 17일. 기분전환을 위해 머리를 자르다. 멜번의 하늘에서 알게된 연습생 무료 헤어컷이었는데, 결과는 대만족. 멜번에서 머리자르실분들, NARA HAIR[각주:3] 괜찮습니다 ㅋㅋㅋㅋ(론스데일 203)
머리를 자르고 나와 H형과 세인트킬다 해변에 갔다옴. 어차피 구직 잘 안될거, 일요일인데 하루정도 쉬어주자!

H형이나 나나 그리 신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놀러간김에 사진은 좀 즐거워'보이게'

세인트킬다 해변에 가면 이렇게 야생 펭귄을 볼수가 있다! 펭귄 펭귄 펭귄!


집에 돌아와 호주바다를 뒤적거리다 집 바로 앞 헬스장 청소일을 발견하고 지원 메일을 보냄


4월 18일. 일단 청소업체에서 연락이 왔음. 저녁에 바로 시작하기로함. 하루종일 이력서를 돌렸다. 4시에 T한국식당에서 전화가 왔음. 수요일부터 일하기로 결정. 다시 일이 좀 풀려가는것같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국 한국식당에서밖에 일할수없다는 사실에 씁쓸함.
그러기도 잠시, T식당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쪽에선 저녁 9시 마감까지 책임질수있는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저녁 청소일을 하고있다면 안되겠다는 통보. 하루 2시간 30분짜리 청소일때문에 풀타임 식당일을 놓침. 진짜 허무했지만, 원래부터 그닥 기쁜 일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냥그냥 받아들임. 저녁엔 청소일을 시작

4월 19일. 이력서를 또다시 약간 손보고 40장 인쇄. 계속 지원함. 라이곤 스트리트에 가봤지만 경력자만 뽑는다는 말만 여러번 듣고 돌아옴. 집근처 하버베이 쇼핑센터에 있는 가게들에도 몇군데 지원

4월 20일. 늦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날씨도 최악. 아무 희망 없이 이어지는 날들에 지쳐가고 있었음. 룸메이트 형들은 일과 공부를 하러 나갔고, 혼자 남겨진 집에서 컴퓨터에 저렇게 일기를 썼다.

 
저걸 쓰고 컴퓨터를 끄니 시간이 2시 45분이었고, 일단 15분정도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누웠다. 눈을 뜨니 3시 10분. 그리고...

알람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정말 '곧바로' 모르는 번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제 지원한 Nando's[각주:4]식당이었고, 한번 보자더라. 당장 집에서 튀어나갔고, 다음날 트라이얼 하기로 약속을 했다. 

4월 21일. 아침 11시 45분까지 식당에 갔고, 3시간동안 접시닦이 일과 식탁 닦는 일만 했다. 그리고 점장과 확실히 계약을 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교육 시작이다. 교육 기간동안 시급 9달러, 교육이 끝나면 그때부턴 시급이 18달러다. 

당분간 지금 하고있는 저녁 체육관 청소일과 병행할 예정이다.


3월 15일에 도착한 워홀러, 4월 21일 드디어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취직하다.



 
  1. 아 진짜 커피... 멜번 와서 저지른 최악의 실수였다. 돈,시간 모두 버린 선택이었음. [본문으로]
  2. 호주에서는 그냥 파트타이머도 세금을 내면서 일하는게 법이지만(=택스잡) 세금계산을 하지 않고 그냥 현금으로만 임금을 받는 일(=캐쉬잡)도 많습니다. 어떤 일이 더 대우를 잘 받을지는 분명하겠죠. 호주 내에서 아무 경력도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택스잡을 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것같습니다. [본문으로]
  3. 돈이 정말 부족한데 무료로 정말 잘 다듬어주셔서 엄청 고맙다. 홍보해드린다고 약속했으니 여기서 약속을 지키고있다ㅋㅋ [본문으로]
  4. 호주 내에선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 닭고기 요리를 주료 한다. 프랜차이즈 관리가 약간 느슨한지.. 매장마다 사장님마다 근무조건이 천차만별인듯하다. 난 호주인이 운영하는 Nando's에서 일하게되었다ㅜ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