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6. 캠버웰 선데이 마켓에 다녀오다 & 담배 직거래 헛수고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5. 4. 13:59

어제밤 약속한대로 대만 친구들 Joe, Babara, Cindy, Candy와 캠버웰 선데이 마켓에 갔다왔다. 여덟시 사십분쯤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플린더스역으로 갔다. 선데이 세이버[각주:1]를 구매하고, 기차타고 캠버웰로 ㄱㄱ!


캠버웰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시장이 보인다.
시장에서는 참 다양한 물건들을 팔더라. 주로 잡다한 옷가지들, 그리고 음반이나 책, 심지어 카세트테이프까지 ㅋㅋ

캠버웰역. 왜 플래폼을 안찍고 이걸 찍었지?


캠버웰 선데이 마켓. 캠버웰 일요시장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옛~~날 신문을 파는 아저씨도 있고

화분을 파는 아줌마도 있고

옷을 파는 젊은이들도 있고

하여간 사람이 많다ㅋㅋ

오래된 LP판을 파는 매장

애기들은 역시 장난감!

나보다 더 세상에 일찍 나온 카세트테이프. 탑건 OST

포켓몬스터 모자를 쓰고있는 서양초딩

그런데 우왕... 정말 햇빛이 장난이 아니었다! 멜번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강렬한 햇빛은 처음이었다. 첫날 엘리자베스 스트릿에서 느꼈던 강렬함보다 훨씬 강한 느낌이었다. 선크림 바르고 나간게 정말정말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등이랑 목이랑 다 익는 느낌이었다 ㅋㅋ

그런데 문제는.. 사고싶은게 하나도 없었다 ㅜㅜ 내가 거길 왜 간다고 했는지 진심으로 후회했다. 햇볕은 뜨겁지.. 살건 없지.. 그저 짜증뿐ㅋㅋ 그래도 그나마 Joe랑 같이 갔으니 망정이지, 딸랑 나만 따라갔으면 개뻘쭘하고 짜증만 났을뻔했다. 아.. Joe가 간다고 안했으면 나야 당연히 안갔겠지 ㅋㅋ 뭐 대충 둘러보다가, 핫도그 하나 사먹고, 목마르니까 음료수 사러 울워스에 들어갔다. 1달러짜리 오렌지주스가 있길래 싼맛에 샀는데.. 최악의 오렌지주스였다!!! 뭐 저런맛이 다 있나 싶었다... 음료수든 뭐든 먹던걸 버려본적이 거의 없는데, 이건 정말이지 계속 마실수가 없어서 결국 버리고야 말았다. 호주애들 입맛은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게 맛있나 ㅡㅡ....

문제의 1달러짜리 오렌지주스. 먹다 버렸다.


열두시 반쯤 다시 만났다. Joe랑 나는 할일도 없고 햇빛에 지쳐있었는데, 나머지 여자 셋은 신나게 쇼핑을 하고 돌아왔다ㅡㅡ. 내가볼땐 다 후줄근해보이는 옷들이었는데, 그래도 어디서 찾아냈는지 괜찮은 옷들을 한두벌씩 가져왔더라.

메이스톤 스트리트에 있는 소피아 레스토랑에 갔다. 크기도 크지만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맛있을줄 알았는데, 글쎄... 별맛 없더라. 심지어 스파게티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쏘렌토가 더 맛있다고 느껴질정도? 음.. 내가 한국 맛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ㅋㅋㅋㅋ 암튼 피자도 별로였고, 샐러드도 뭐 이런게 있나 싶었다. 전체적으로 그저 그랬다. 그래도 남은 음식 포장은 아주 깔끔하게 잘 해줬다. 그건 맘에 들었다ㅋㅋ


캠버웰역 근처 유명 맛집 소피아. 나한테는 별로였다.

점심을 먹는데 어느순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내가 영어 쓰려고 여기 온건데, 지금 뭐하고있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만 친구들이 정말 계속해서 다양한 한국말을 물어봤다.. 자기소개하는 말, 숫자표현, 다양한 욕설(^^)들까지.. 한국문화를 좋아하다보니 알고싶고 궁금해서 그런거겠지만..그래도 삼일째 되니까 갑자기 기분이 상하더라. 나는 얻어가는것도 하나 없고.. 얘들만 신나서 계속 한국말 물어보고 서로 신기해하고 좋아하고 ㅜㅜ..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고있는 상황이 조금 답답했다.
 

숙소에 다시 돌아온 후, 세시 반쯤 Joe가 떠났다. 대만애긴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마음 맞는 외국인이었는데, 줄리앙 이후로 또 떠나버려서 아쉽다. 흠.. 백팩에 살면 항상 이런 일이 생기겠지? 물론 그전에 누구랑 좀 친해지는게 먼저지만..ㅋㅋㅋㅋ



(Babara & Joe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얘들은 여기 와서 정말 잘 놀러다니는것같다.)


그리고....호주 와서 한동안은 정말 하루라도 안좋은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었는데, 이날도 그랬다.

Joe가 떠나고 나서 담배를 팔기 위해 호주바다에 글을 올렸다.[각주:2] 바로 전화가 왔는데.... 불상사의 시작이었다ㅜㅜ 첫날 핸드폰을 개통하면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난 초반에 어느 누가 전화를 걸더라도 항상 Unknown이라고만 나왔었다. 당연히 제때제때 전화를 받지 못하면 다시 걸수도 없었고, 전화를 받더라도 번호가 저장되지 않았다.

전화를 준 사람에게 '지금 서던크로스역으로로 갈게요'라고 해놓고는 번호를 안물어봤다...
약속시간이 되면 전화가 오겠지 싶은 생각에 일단 서던크로스역으로 갔다. 계속 서던크로스역 앞을 왕복으로 돌아다녔다. 한시간 넘도록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전화도 오지 않고 하필 그날은 길거리에 동양 남자도 없었다. 난 무슨 밀거래 하는 사람마냥 담배 한보루를 손에 들고 계속 서던크로스역 앞을 배회했다ㅜㅜ

(문제의 말보로 레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후져빠진 핸드폰이며, 그냥 다 힘빠지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 크레딧을 아껴서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었다.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ㅡㅡ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왔고, H형 만나서 얘기좀 하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형이 사온 콜스 스테이크[각주:3]에다가 점심에 소피아에서 싸온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저녁을 먹고 뭘 해야하나 하고 멍하게 있었는데, 낮에 만난 한국인 형들이 맥주를 사오셔서 그린하우스 6층에서 '하이트' 맥주를 마셨다ㅋㅋㅋㅋ
하루종일 돌아다녀 피곤해서 그랬는지 캔맥주 두캔에 알딸딸해졌다. 저녁에 담배와 핸드폰때문에 힘들었지만, 밤에는 맥주와 함께 재미있게 떠들다가 하루를 마감했다.

그렇게 멜번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이 지나갔다.


 


  1. 일요일에만 판매되는 대중교통 티켓. 3.20달러에 하루종일 존1과 존2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본문으로]
  2. 호주는 담배 반입을 250개피로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이런저런 꼼수로 더 많이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래도 나는 처음 혼자 오는 외국이었기에 안전하게 한보루만 사왔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말보로 레드 한갑이 20달러정도 하는데, 호주에서 한국 사람한테 직거래로 팔면 70달러정도에 팔 수 있다. 호주에선 담배가 한갑에 대략 15달러정도 하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문으로]
  3. 호주에선 정말 모든게 다 비싼데, 소고기 하나만큼은 우리나라보다 얼마든지 저렴하게 먹을수 있다. 대형마트에 가면 3~4달러정도에 남자 둘이 먹을만큼의 스테이크 고기를 살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