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끝난 9월 18일의 일기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9. 19. 00:23

글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 시간이 이미 19일로 넘어가는 밤 1시다. 그래도 오늘은 꼭 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쓴다. 펜으로 일기장에 쓰는 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시간도 늦었고 좀 피곤한 감도 있기에 컴퓨터로 써야겠다.

9월 18일을 마지막으로 호주에서 '일'을 하는 생활이 드디어 끝났다. 몸이 힘든 날도 많았고, 마음이 힘든 날도 많았던 지난 6개월. 내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있는건지 알수가 없었으며 유럽여행은 왜 가겠다고 결심해서 이 고생을 하고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나자신을 이해할수 없었던 순간순간들이 지나고 지나 결국 오늘이 왔다.

아침 9시 15분경 레스토랑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품고있는지 한 순간에 느낄수 있었다. 처음 도착한 날의 설레임, 쉐어룸을 구하기 직전의 혼란, 첫 일을 시작하기 전의 길지는 않았지만 깊었던 고민과 불안감, 즐겁지 않은 일을 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 그리고 정말 즐기면서 할수 있는 일을 찾은 뒤 알게된 일의 보람.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지나고 보니 참 별 것 아니었던 일들이 당시에는 왜그렇게 무겁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참 많았고, 워킹이고 유럽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 지금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것이라는 고차원적인 이유 하나, 한국에 돌아가버리면 주위 사람들에게 창피할것같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곳 생활을 정리하는것마저도 귀찮아했던 나의 나태함까지 더해져 지금까지 올수 있었다.

최근에 쓴 포스팅에서는 나 자신을 실패한 워홀러로 묘사했는데... 사실 지나고 보니 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 지난 6개월이기에 충분히 성공한 워홀러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남들보다 재미없게, 남들보다 외롭게, 남들보다 단조롭게 생활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건너와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구했고 목표했던 만큼 돈도 벌었고 마지막으로... 세상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정말 좋았다. 마치 3월 15일 멜번에 도착하던 바로 그 날의 날씨처럼. 힘들고 또 힘들었던 6개월 일의 나날이 끝난 오늘. 내 머리 위 내리쬐는 햇살, 내 볼을 스쳐지나가는 바람, 햇살과 바람에 동시에 흩날리는 가로수 나뭇잎까지 모두 다르게 느껴지고 다르게 보였다. 

죽지 않을 만큼의 고난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힘들고 괴로웠던 지난 시간을 지나보내고 모든 일을 마무리지은 오늘, 나 자신의 됨됨이가 한 뼘은 자란 느낌이었고 '성취감'이 무엇인지 정말 오랜만에 다시한번 느꼈다.

이제 유럽을 향해 나아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