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체류기(≠여행기)

2011/여행기2011. 11. 8. 00:55
본문에 앞서 : 여행을 다니며 쓰는 글 카테고리에 집어넣기엔 그래도 여행기에 가까우니 여기 넣지만.. 사실 헬싱키에 와서는 여행자다운 생활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런던, 에딘버러에서 그랬던 것처럼 숙박이 무료로 해결되다보니 아무래도 긴장이 풀어지고, 게다가 핀란드가 저를 매우 반갑게 맞이해주는 바람에..^^ 좀 기운없이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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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제너레이터 호스텔에서 다섯시 반에 가뿐하게 일어났습니다. 짐을 후다닥 싸고, 체크아웃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며칠 전 페로제도에 갈 때 죽을 힘을 다해 뛰었던 일을 생각하며 잠시 웃어주고..[각주:1] 여유있게 체크인을 합니다. 역시 여유있게 비행기에 올라....  기절해서 잤습니다ㅋㅋ 바깥 풍경이고 뭐고 그냥 잠들었습니다. 정신없이 자다보니 중간 경유지 스톡홀름에 도착했습니다. 원래 직항이었던 비행기 스케줄이 바뀐건데,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한창 시드니에서 여유있게 지내던 때라 6시간 대기를 아무 생각없이 그냥 승낙했었죠.. 스톡홀름에서는 구시가지 구경을 할까 하다가 그냥 공항에 있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루도 안되는 시간 봐서 뭐하겠냐는 생각과 시내 나가는 교통비가 비싸서요ㅋㅋㅋ

그렇게 여섯시간 스톡홀름 공항에 앉아있으면서.. 여행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깊은 슬픔과 회의감에 빠졌습니다ㅜㅜ. 한국도 그리웠지만, 이상하게도 멜번이 무지하게 그립더군요. 3월 15일부터 10월 7일까지 거의 7개월을 살았으니 나름 제 2의 고향처럼 되어버렸나봅니다. 9월 25일 타즈매니아 여행을 다녀왔던 것부터 계산하면 떠돌아다니기 시작한지도 꽤 됐으니 한 번쯤 저렇게 지칠 때가 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스톡홀름 공항에서 기다리던 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축 쳐져서 징징거리다가 비행기를 탔습니다. 이번에도 기절했구요^^

그.런.데........

공항에는 저만 도착했습니다.



제 배낭은 도착을 못했더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하물 담당 직원과 얘기를 마치고 저의 상담 번호를 받고는 일단 공항을 나왔습니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더 나빠지기보다는 그냥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습니다. 사실 처음 짐이 도착하지 않았다는걸 알았을 때는 차라리 아예 잃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그러면 정말 집에 돌아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오히려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신의 존재는 절대 믿지 않지만, 이 사건이 마치 저에게 다가온 '시련'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다고 기분이 좋은 상태는 당연히 아니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일단 카우치서핑 호스트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핀란드가 절 친절하게 대접해줬습니다. 버스기사님이 저를 엉뚱한 곳에 내려주셨거든요^^. 원래대로라면 버스에서 내려서 5분이면 도착했어야 할 집인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30분정도 걸려 도착했습니다ㅜㅜ

그렇게 집에 도착했지만.. 배낭이 없기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옷도 못갈아입었습니다 ㅜㅜ

카우치 호스트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있는데, 이 두 커플 참 대단합니다. 히치하이킹과 카우치서핑만으로 유럽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녔더군요ㅋㅋ. 파리에서부터 터키까지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했다고 합니다.. 

남자친구의 이름은 Tommy, 네덜란드인이지만 영어가 모국어인것 마냥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 합니다. 토미가 그동안 여행 다니며, 카우치서핑을 하며 모으게 됐다는 지폐들 가운데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천원짜리 구권입니다ㅋㅋ 저는 선물로 천원짜리 신권을 주었답니다~

큰 배낭이 없기에 짐을 풀 것도 없어서 저렇게 얘기를 좀 하다가 그대로(정말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역시 그대로(^^) 일어나 그대로 집을 나섭니다. 트램을 타고 시내 중심가로 고고! 11시에 시작하는 시티 투어에 참가합니다. [각주:2]

열한시에 마켓 스퀘어 앞 에스플라나드 파크에 가시면 이런 버스가 있습니다. 미리 예약하시는걸 추천합니다! 전 비수기라 생각해서 그냥 갔었는데, 요 버스는 꽉 차서 뒤에 오는 '육성' 가이드 버스를 탔습니다. 이 버스를 타시면 헤드폰으로 자기가 원하는 언어를 들을수가 있는데, 제가 탔던 버슨느 가이드님께서 영어/스웨덴어로 실시간 가이드를 해주십니다. 스웨덴어 들으면 졸려요..ㅋㅋㅋㅋㅋㅋ



카모메 식당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일본 관광객이 많은건지.. 하여간 일본어는 지원합니다.

위에서는 스웨덴어를 들어서 졸리다고 했는데, 사실 기본적으로 피곤했고 가방의 소재파악이 안 되던 때라 기분이 그냥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별로 없고 그냥 그렇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곳은 모두 다 다녀왔네요. 시벨리우스 파크까지요!









































  1. 런던에서 일단 코펜하겐에 도착한 다음에 페로제도에 들어갔었습니다. 덴마크 시간이 영국 시간보다 한시간 빠르다는걸 생각하지 못하고.. 영국 시간인 손목시계만 보고 멍때리다가 페로제도 가는 비행기를 놓칠 뻔했습니다ㅋㅋㅋ [본문으로]
  2. 어차피 별로 볼 거 없는 시내, 걸어다녀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만약 박물관을 두 군데 이상 가실 생각이시라면 24시간짜리 헬싱키 카드를 사서 이 투어와 함께 하루를 보내면 괜찮은것 같습니다. 카드 가격은 35유로인데요, 이걸 사면 하루동안 교통편 무제한 이용/각종 박물관 무료/그리고 27유로짜리 투어까지 무료입니다. 그런데 한국어 지원은 없습니다..ㅜ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