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도 책을 읽기 시작하다.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5. 23. 17:58

한국에서 지내던 때, 책을 많이 읽고 싶었고 또 실제로 주변의 대다수 친구들보다는 많이 읽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느꼈고, 책을 통해 상상력을 키웠다.
그렇지만 뭐든지 과하면 모자르니만 못한 법. 몸으로 경험하지 않으며 책으로만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호주 생활을 시작으로 대략 1년간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절대로 책을 읽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눈으로 피부로 손끝으로 세상을 겪고 싶어 해외로 나왔기에 적어도 이 기간동안은 책과 만나지 않기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체육관 청소를 하던 와중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원래 내 모습대로라면 머리속 생각이 몸으로 내려오기까지 며칠이 걸려야 하지만.. 저 생각을 품고는 바로 다음날 멜번 시립 도서관을 찾았다. 그것도 바닷가에 놀러갔다와서 피곤한 상태로!

영문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잘 아는 '재미있는' 작품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검색해본 몇몇 작품들은 이미 대출중이었다.

'할 수 없지' 라는 생각 절반과 '역시 한글 소설이 아직 나에겐 활력소지'라는 생각 절반으로 한글 소설 책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니 시립도서관에서 2009년을 전후로 한번에 책을 들여온 후 새로운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보였다. 몇몇 작품을 꺼냈다 집어넣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던 와중 눈에 들어온 작품, 『노서아 가비』. 책을 다루는 방송에서 소개된적이 있었고, 한국에 있을때 그 방송을 본 후 항상 제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던 소설이다. 다만 한국에 있을 때는 다른 책들에 더 끌리는 바람에 읽지 못했는데, 2년 전부터 이름과 소재를 기억하고 있던 책을 만나니 바로 손이 갔다.







'러시아 커피'의 한자 표기를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은 말, '노서아 가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읽어보기를 추천하며, 그냥 재미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라면 19세기 말에도 이미 커피를 즐기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는 (엄연한) 사실에 놀라며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라면 19세기 말 개화기 조선을 둘러싼 어지러운 정세를 떠올리며 그때 그 시절 러시아 공사관의 공기를 맛볼 수 있을테며,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김탁환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입체적인 인물들에, 특히 '여자' 주인공 따냐의 대사 하나하나에 빠져들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여자라는 사실에 왜 강조를 했는지는 끝까지 읽어본 후 작품해설을 읽어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기에 따로 적을 필요는 없는것 같다. 그리고 사실 정말 오랜만에 책 서평을 쓰는지라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는지까지 쓰려니 막막하기도 하다.

몇 달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7. 멜번의 중심에서 위닝일레븐2011을 즐기다.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5. 5. 17:15

어제 일찍 잤으니까 충분히 일찍 일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8시에 눈뜬 후 조금만 더 자야지 하고 눈감았다가 일어나보니 9시 10분이었다.. 어차피 아침 못먹게됐으니 그냥 더 자기로 하고 10시 20분까지 잔 다음에 일어나서 씼었다. 아참 어제밤 샤워하면서 속옷을 빨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 안말랐길래....... 화장실에 있는 핸드 드라이어로 속옷을 말렸다ㅋㅋㅋㅋㅋㅋ 누가 들어올까봐 조마조마했지만 다 말릴때까지 아무도 안들어왔다. 여행자숙소에 있다보니 별별 짓거리를 다 하게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열한시쯤 숙소에서 나왔다. 주립 도서관으로 ㄱㄱ!

(이렇게 정리해놓고 도서관 자리에 앉으면 일단 '뭔가 하는 기분'이 든다.)

자리를 잡고, 우리은행 홈페이지부터 접속했다. 집이 계약되긴 했지만, 돈도 내지 않았고 또 24일이 입주 예정일이었기때문에 조금 더 빨리 들어갈수있는 집을 찾으면서 동시에 돈에 대한 압박감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선 exe파일 다운로드와 액티브엑스 설치가 안되기때문에 어제밤 백패커 앞 피씨카페에 가서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보안프로그램을 다 다운받아왔다. 그런데 이게뭥미.. 어제 그 피씨카페에선 잘 접속되더니 내 넷북에 설치하니까 접속이 안된다...그 피씨 카페에서만 된건가? 결국 계속 삽질하다가, 이력서나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씩 손보다가, 잠시 쉬려고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페이스북 온라인상태셨다. 채팅창을 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ANZ계좌로 500달러만 송금해달라는 부탁을 했다ㅜㅜ 


그렇게 이력서 수정과 커버레터 작성을 마쳤다. 일주일만에 집에 손벌리게된 처지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송금 문제까지 해결하고 나니까 그전에 비해 훨씬 의욕이 생겼다. 어제에 이어 담배 파는 글을 올렸고, 70불에 사겠다는 사람과 바로 연락이 됐다. 이번엔 연락처를 문자로 남겨달라고 말을 했고, 약속한 시간에 만나서 거래를 했다.

무사히 담배를 70불에 팔고, 숙소로 돌아와서 H형과 S랑 저녁 얘기를 했다. 또 스테이크를 해먹기로 결정! 백패커 근처 콜스 ㄱㄱㅆ


(신기해서 찍었다. 한국식품점이 아니라도 왠만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이정도는 있다.)

3달러짜리 스테이크 하나랑, 원래 6달러인데 4달러에 할인해서[각주:1] 파는 스테이크 하나씩을 사왔는데, 원래 6달러짜리는 맛이 영 별로였다. 3달러짜리가 훨씬 연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같이 저녁을 먹고나서는 인터넷을 좀 뒤적거렸다. 메일 확인도 하고, seek 가서 이력서 돌릴만한데도 검색했다. 그러던 중 H형은 거실쉐어 나온 집을 보러 간다고 했고, 난 계속 하던일을 했다.

그리고.. 형이 전화를 했는데, 지금 시립 도서관이라고 위닝 하자고 하는거다 ㅋㅋㅋㅋㅋ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겠다고 했고, 가서 회원등록을 하고 패드를 받아 위닝 두게임을 하고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종일 딱히 한게 없는 하루였지만, 저녁에 위닝 두 게임을 하고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사실 조금 씁쓸하기도 했지만..ㅋㅋㅋㅋ)


시립도서관의 플레이스테이션3, 위닝일레븐 2011-여기선 프로 에볼루션 사커 2011이다)
 

게임을 하고 다시 숙소에 돌아왔을때가 8시 10분쯤이었고, 그때부터 계속 인터넷으로 집 정보와 일 정보를 알아보다가 일찍 잠들었다. 

그전 날들에 비하면 참 아무일 없던 날이었다.

  1. http://kjw8124.tistory.com/script/powerEditor/pages/%EA%B3%BC%EC%9D%BC,%EC%B1%84%EC%86%8C,%EC%9C%A1%EB%A5%98%20%EB%93%B1%20%EC%8B%A0%EC%84%A0%ED%95%A8%EC%9D%B4%20%EC%A4%91%EC%9A%94%ED%95%9C%20%EC%A0%9C%ED%92%88%EB%93%A4%EC%9D%80%20%EC%8B%9C%EA%B0%84%EC%9D%B4%20%EC%A7%80%EB%82%98%EB%8F%84%20%ED%8C%94%EB%A6%AC%EC%A7%80%20%EC%95%8A%EC%9D%84%20%EA%B2%BD%EC%9A%B0%20'Still%20Fresh'%EB%94%B0%EC%9C%84%EC%9D%98%20%EC%8A%A4%ED%8B%B0%EC%BB%A4%EA%B0%80%20%EB%B6%99%EC%97%AC%EC%A7%80%EA%B3%A0%20%EA%BD%A4%20%EC%A0%80%EB%A0%B4%ED%95%98%EA%B2%8C%20%ED%8C%94%EB%A6%B0%EB%8B%A4.%20%EA%B0%80%EB%82%9C%ED%95%9C%20%EC%9B%8C%ED%99%80%EB%9F%AC%EB%93%A4%EC%9D%80%20%EB%8B%B9%EC%97%B0%ED%9E%88%20%EC%9D%B4%EB%9F%B0%EA%B2%8C%20%EC%A2%8B%EB%8B%A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