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워킹홀리데이 8. 구직활동 시작!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6. 7. 22:30

당시 써놨던 일기를 바탕으로 지금 다시 쓰는 일기입니다. 당시 기분 상태가 기본적으로 반영되지만 요즘의 기분도 반영되는지라.. 지금까지와 다르게 유난히 들뜬 말투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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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하우스에 적응을 다 한건지 아침에 잘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여유있게 버터까지 발라서ㅋㅋㅋ
씻고 바로 오피스워크로 고고! 데스크에서 직원이 해주는 인쇄는 쪽당 8센트였고 내가 직접 복사기로 복사하는건 쪽당 6센트였다. 8센트 주고 한 첫 인쇄.. 우와 종이 품질 진짜 끝내주더라. 그렇게 좋은 a4종이는 처음봤다 ㅋㅋㅋㅋ 직원한테 15센트를 주고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받고 그걸 50장 복사했다.



종이 품질이 우왕ㅋ굳ㅋ

오피스웍스 복사카드. 여기에 돈을 충전해서 복사기를 이용


그런데.. 인쇄한 이력서들을 끼워넣고 다니려고 가져왔던 유학원 팜플렛이 a4용지보다 좀 작았다ㅡㅡ 할수없이 그린하우스로 돌아갔는데, 아뿔싸 출입카드도 놓고나왔다ㅋㅋㅋㅋㅋ
전날에도 카드키를 방에 놓고나오는 바람에 리셉션에서 재발급받았기에 좀 민망해서 리셉션에 다시 올라가진 못하고.. 같은방 대만 여자애들한테 전화를 해봤다. 다행히 그린하우스 바로 앞이었다. 친절하게 다시 돌아와주고, 거기다가 자기네는 어차피 계속 같이 다닐거니까 카드 하나 가지고 있다가 저녁에 달라고 하더라. 님들 ㄳ ㄳ


그런데 이렇게 힘들수가... 생각했던거보다 엄청 기운빠진다. 밖에서 가게들 보면 왠지모르게 기도 죽고.. 내가 여기 들어가도 되나? 막 이런생각도 들고.. 동양에서 온 쪼그만 남자애가 얼쩡거리는거 같아서 왠지 자신감이 없어지더라. 그럴 필요 없는건 알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ㅜㅜ

중간에 센터 플레이스에서 한 자리가 바로 지원 가능하긴 했는데.. 아직 배가 덜 고픈건가 캐쉬잡은 하기가 싫다ㅋㅋㅋ ㅉㅉ.. TFN 신청도 했는데 이왕이면 세금 내는 알바를 구해봐야지!
[당시 쓴 일기 그대로 인용!    저때 나를 보는 지금의 내 심정 : 미친놈!!!!!! ]

계속 이력서를 내다가 일단 12시쯤 숙소로 돌아왔다. 컵라면 하나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ㅜㅜ), 방에 들어가서 십오분정도 낮잠을 잣다. 그런데 그게 부족했던건지.. 자고 일어나서 밖에 나갔는데 조금만 돌아다녔을뿐인데도 너무 피곤했다. 몇 군데 이력서를 넣으려는데 자신감도 안 생기고 하여간 이상한 기분으로 휘적거리기만 했던것같다.

시티 도서관으로 갔다. 호텔 온라인 지원을 하려고... 그런데 진짜 너무 피곤하고 무기력해서 뭘 하려해도 할수가 없었다. 결국 그냥 방으로 돌아갔고, 기약없는 낮잠^^

세시쯤부터 잔 것 같은데 5시 20분까지 잤다. 자고 일어나니 엄청 개운했다. 역시 난 잠이 약이고 잠 안자고는 못산다.

사진은 못찍었지만, 이날 그린하우스에서 저녁으로 파스타가 나왔다. 맛은 정~말 없었다ㅡㅡ..내가 너무 한국식 입맛이라 그런걸까? 우리나라에 있는 쏘렌토에서 먹는게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ㅋㅋ

그 다음에 딱히 한건 없고.. 그냥 인터넷응로 집 정보도 다시 좀 보고, 호텔에 이력서도 넣었다. 호텔 몇군데 온라인 지원을 한 다음 9시 반쯤 밖으로 나가봤다. 혹시 밤에 여는 가게가 있으면 이력서를 내볼까 하는 생각에 나갔던건데, 우와.. 알고는 있었고 또 보기도 했었지만 막상 이력서를 넣으려고 하니까 정말 연 가게가 없더라.

(똑딱이로 찍어본 플린더스역의 밤)


그냥그냥 한시간 돌아다녔다. 그래도 서브웨이 한곳이랑 von이라는 레스토랑에 이력서 넣었으니 그럭저럭 만족! 

다시 백패커로 돌아가서 씻고, 일기 쓰려고 6층으로 올라갔는데 대만 애들이 있었다. 일기 쓰려고 앉았는데.. 자기들 까먹던 키위를 나한테도 나눠주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얘네는 날 좋아하는것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카이프로 걔네 가족이랑도 인사했는데 다들 한국사람이라니까 엄청 신기해하고 반가워했다. 한류 드라마 만세!

키위 먹고 일기 쓰고 바로 잤다ㅋㅋ


호주 워킹홀리데이 5. 집을 구했다! 그리고..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26. 23:02

H형이 전화로 깨워준 덕분에 그린하우스 아침을 먹을수 있었다. 난 아침 준다는게 뭔가 했는데.. 이런거구나나 싶었다. 빵, 우유, 땅콩버터, 딸기잼 등이 있었고 별로 맛없는 시리얼과 우유도 있었다.좀 일찍 내려오면 베이컨이랑 샐러드도 먹을 수 있나보다. 시리얼을 잔뜩 담아 우유를 붓고, 토스트를 해먹었다. 이때 처음 베지마이트(Vegimite)를 봤다. '호주에서 홀로서기' 책에서 베지마이트를 설명하면서 호주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우리입맛엔 별로라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한번 먹어봤는데...... 베지마이트 바른 식빵을 버릴수밖에 없었다. 그정도로 맛이 없었다.(이런 글도 있습니다: 바로가기) 이게 진짜 사람이 먹는게 맞나 싶을정도였다. 누구든 베지마이트가 맛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좀 만나보고싶다.

아무튼 대충 아침을 먹고 또 넷북으로 쉐어하우스 정보를 찾아봤다. 바로 직전에 올라온 남자 쉐어생을 구한다는 글을 발견했고, 글을 보자마자 연락하고는 또 곧장 집을 보러갔다. 호주바다에서 보든 검트리에서 보든 남자 쉐어생을 구한다는 집주인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방이 약간 작긴 했지만 살고계신분들 인상도 다들 좋았고, 작지만 깔끔해서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사실 맘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 빨리 그린하우스를 나가서 정착을 하고싶었기때문에 무조건 들어가고 싶었다. 일단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집에서 나왔다. 

다시 그린하우스로 돌아가 잠깐 쉬다가 커피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날 커피스쿨에 있던 열명정도의 사람 중 나만 한국사람이었고. 나머지는 다 중국사람이었다. 두시간동안 여기가 호주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말 엄청나게 풍부한 중국어를 듣고 왔다... 이때 왠지 커피스쿨에 낚인거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래도 나름 수확이 있었는데, 같이 연습하던 중국 학생들 중 한명이 RMIT 학생이었고, 그 친구가 RMIT 몇번 건물로 가면 쉐어 정보가 있는지 알려줬다. 그당시엔 엄청 고마웠는데, 결과적으로 아무 도움도 안되었고 또 엉뚱한 일을 겪게된 첫 단추였다.

커피 연습 후, 그린하우스에 들러 넷북과 노트, 디카를 챙겨 바로 다시 나왔다. RMIT로 진입!!!!
 

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의 약자 RMIT. 정말 도심 한가운데 있다.

8번 건물로 가는 길
  

아까 중국 친구가 알려준대로 RMIT 8번 건물을 찾아 들어가는데,, 저~쪽에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교회 부속 모임이지만 꼭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참여할수 있는 모임이라고 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는 내 볼일을 봤다. 쉐어 정보를 노트에 옮겨적고 다시 주립도서관으로 가려는데, 내가 들어온 방향과 반대 방향에도 문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대로 복도에 갇혔다....................

스완스톤으로 나갈수 있는줄알았는데..

셀프 클로징이라는게 그냥 자동으로 닫힌다는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계단식 복도에 그냥 갇혀버렸다



결국 할수없이 아까 번호를 교환한 그분에게 전화를 했고, 그분이 와주셔서 겨우겨우 복도에서 건물 안쪽으로 다시 들어올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주말 대학건물 복도에 갇혔을땐.. 별 생각이 다 들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미안하더라도 백패커 친구들한테 전화했어도 되는 거였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런 생각들을 했던것같다.

그 형과 같이 나오면서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건물을 빠져나와 인사를 했다. 난 다시 주립도서관으로 들어가 쉐어 정보를 검색하다가 아침에 다녀온 집주인에게 다시한번 문자를 해봤다. 세시쯤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길래 내가 먼저 어떻게 결정됐냐고 물어봤는데..

도서관 안이었지만 저 문자를 본 순간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를뻔했다. 되는게 없다고 생각하던때였는데 집이 정해지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아까 만났던 그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하여간 나는 기분에 따라 너무 쉽게 변하는게 정말 큰 문제다.

기분 좋아서 따라간 모임은.. 정말 순도 100% 교회 모임이었다. 처음엔 단체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하느님 얘기가 시작되더라.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인 나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뛰쳐나왔다. 
이날 좀 심각하게 깨달았는데, 나 정말 사기당하기 쉬운 사람인것 같다. 교회 모임이라는데 왜 아무 경계도 하지 않고 그냥 연락처를 줬을까.. 물론 그덕분에 RMIT 건물에서 쉽게 빠져나올순 있었지만 정말 다음부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로 돌아와 H형을 만났다. 그런데 위에 사진처럼 여섯시에 연락을 주겠다던 집주인이 계속 연락을 주지 않았고, 내가 전화해도 받지도 않았다.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집도 일도 못구한 한국 남자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녁으로 한국음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전날 M누나가 맛있다고 말해준 으뜸분식! 이젠 멜번에서 한글 간판을 봐도 어색하지 않다ㅋㅋ)
 

(이름은 까먹었지만, 하여간 치즈 올려서 먹는 이거 정말 최고다 최고 ㅋㅋ)


진짜 맛있더라..... 밥이 약간 별로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만에 먹어보는 밥인지 ㅜㅜ 요리도 정말 맛있었다!! 외국에서 한국 음식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정말 엄청 많이 들었다. 한참 감탄하면서 먹고 있었는데, 다행히 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다음주 목요일에 들어오면 될것같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때 조금 실망했다. 당장 들어가고싶었는데 며칠이나 더 기다려야한다니.. 그래도 집구하는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걸 느끼고있을 시기였기에 일단은 엄청 기분이 좋았다.


 

돌아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일찍  일기쓰고 이력서 수정을 하려 했는데..
대만인 룸메이트 Joe와 그의 여자친구가 들어왔다. 지난밤 여자애들과 한류 얘기에 이어 오늘도 또 한류 얘기를 참 많이 했다. 한참 얘기하다보니 Joe가 영화 '아저씨' 얘기를 꺼내는데, 자기 넷북에 저장돼있다고 같이 보자더라. 재생하고보니 자막이 없길래 무슨말인이 알아듣냐고 물어봤는데.. 한국말 잘 모르지만 하도 많이봐서 대충 무슨내용인지 안다더라 헐..
나라면 무슨말인지도 모르는 영화 한번 보기도 힘들것같은데.. 한류열풍, 정말 헛것이 아니더라.

한참 얘기하보니 같은방 대만 여자애들도 들어왔다. 다섯명(Joe,여친,같은방 대만여자애 둘, 그리고 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일 선데이 마켓에 같이 가자더라. 할일이 딱히 없었던 나는 당연히 알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대만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잠을 청했다. 

건물 복도에 갇히고, 교회 모임에 낚이고, 밤엔 일찍 자고싶었지만 대만애들이랑 떠드느라 일찍 잠들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집을 구해서인지 푹 잘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