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 흑백과 빨간색을 넘어서기 위하여.

독서기록2013. 2. 21. 03:56

*2010년 12월 26일 작성했던 글입니다*

민주주의 색깔을 묻는다 -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청춘들에게
손석춘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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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리뷰를 쓴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별 일 아니었던 문제들때문에 9월부터 최근까지 많이 힘들었고 방황했다. 11월 말부터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잉여력'이 잔존하고있다. 이 리뷰를 쓰면서 얼마 안 남은 그 기운을 떨쳐낼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책을 들여다볼 만한 독자들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해방 이래 흑백논리와 색깔공세로 점철된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1945년 해방정국 시기부터 시작된 흑백과 빨강의 협공은 차차 줄어들었으며, 1987년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우리에게 양보했다. 

하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소망이 '표면적으로' 한순간에 이루어진 탓일까? 그 후 민주주의 논의는 왠지모르게 낡아빠진 인상을 풍기는 논의가 되어버렸고,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어가는 것에 대해 무관심해지기 시작했다.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든 사람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고, 2008년 보수정권이 정권을 다시 잡게 되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민주주의가 사실은 표면적으로만 보장되어왔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다. 

바로 그런 흐름을 따라 2008년부터 민주주의를 다루며 고민하는 많은 책들이 쏟아져나왔고, 지금 다루고 있는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참 읽기 쉽게 쓰여졌다. 머리말에 명확하게 밝히고 있듯이 10대가 읽을 수도 있도록 쉽게 쓰여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쉬운 와중에 명확한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점은 '여는 글'이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모을 만큼 잘 썼다는 점이다. 자기계발 서적의 대부라고 할 만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시작하는데, 그 책에서 제시한 '원칙'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살기 위해 노력했던 나로서는 눈에 확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꼭 해당 책을 언급했기 때문에 눈에 들어온다는 것은 아니다. 넘쳐나는 자기계발 메세지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흥미를 느낄 만한 '여는 글'이다.

이어지는 본문은 모두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서 언급한 '7가지 습관'에도 대응되며, 또 닫는 글에서 마무리하듯 '무지개'를 상징하기도 한다.  

각 장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우리 삶에 직접&간접적으로 연관되고 있으며, 또 그러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는 것이 힘들지만 가치있는 일이라는 주제를 인생, 싸움, 대화, 정치, 경제, 주권,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나간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5장 '민주주의는 경제다'와 이어지는 6장 '민주주의는 주권이다'였다. 

  
 

(168쪽)정치와 경제를 나눠서 대학에서 전혀 별개로 가르치고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 사고하게끔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치밀한 노림수입니다. 누구일까요? 현재의 경제 질서가 흡족한 사람들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민주주의가 정치인 동시에 경제임을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치 경제 체제인가를 꼼꼼히 살펴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0대들이나 분별력이 부족한 일부 독자들이 자칫 심각한 음모론으로 독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꼭 틀린 말도 아닌것 같다. 실제로 고전경제학을 집대성했다고 평가받은 밀의 역작은 제목이 '정치경제학 원리'였다(원저명 Principles of Political Economy).    

 

 

  
 (188쪽)노동자는 여러 직업으로 나누어지지만 분명히 짚어 둘 게 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노동자로 살아간다는 사실이지요. 일터에 나가 일(노동)을 하고 월급(임금)을 받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노동자'이니까요. 흔히 '노가다'로 불리는 "가난하고 불쌍한" 일용직 노동자만 노동자가 아니죠. 
  

 

얼마전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나온 말인데, 우리나라 보수층의 교육 정책과 교육 내용 장악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음에 드는 내용은 아니지만,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참 대단한 성공 아닌가? 사회복지의 개념과 유형, 그리고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는 않지만 학생들은 딱 한 단어로 복지 축소가 올바른 정책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복지병'.  
교실에 앉아있는 30여 명의 학생들 중 절대다수가 노동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지만, 노동자라는 단어에 어느샌가 부정적이고 힘든 일생을 살다가는 그런 인상을 성공적으로 입혀놨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노가다'와 '막일'을 떠올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본문에도 언급되는 내용인데, '대학 가서 미팅할래, 공장 가서 미싱할래'라는 급훈을 듣고 공부하는 아이들은 생각이 어떻게 될 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이다. 진보와 개혁을 바라는 나같은 독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며, 자신을 중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약간 불편하지만 큰 무리 없이 읽으며 자신의 시각을 조정하 수 있는 책이며, 스스로 우파 혹은 보수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좀 더 불편하겠지만 화나지 않을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다. 누가 읽더라도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나면 민주주의에는 적어도 일곱 빛깔이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흑백과 빨강이 얼마나 우리 삶과 민주주의를 옥죄어 왔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 전문을 아우르는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이 있는데, 바로 순우리말의 적극적인 사용이다. 이 책을 한 번 정독한다면 전에 알지 못했던 순우리말을 적어도 두 단어 정도는 알게 될 것이다. 

 

읽은 기간 : 2010년 12월 20일 ~ 2010년 12월 25일  

정리 날짜 : 2010년 12월 26일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 제목 그대로 다시 민주주의를 말해봅시다.

독서기록2013. 2. 21. 03:49

2010년 8월 25일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
도정일.박원순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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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  

나는 아직 20대 초반이다. 우리 20대에게 민주주의는 과연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나는 어릴적부터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자랐고, 지금도 사회적 불평등을 보면 혼자서 고민하고 고뇌해왔다. 그런데 갈수록 그 강렬함이 약해지는걸 느낄 때마다 내 자신이 한심스럽게만 느껴졌는데, 모처럼 그런 느낌들을 되살릴 수 있을만한 좋은 책을 만났다. 참 잘 읽었는데, 다 읽고나니 아쉬운 점은 왜 작년에 미리 이 책의 모태가 되는 민주주의 특강을 알지 못해서 직접 참여할 수 없었을까 하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어찌하랴. 이 책으로라도 다시 생각을 일깨우고, 또 다시 언젠가 그때와 같은 민주주의 특강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너무 자주 열려서야 안되겠지만... 사람이 아플 때 병원을 가듯, 민주주의가 아플 때 민주주의 특강이 열리는 법 아니겠는가?  

모두 12명의 저자가 참여했는데, 정말 화려하고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도정일, 한홍구, 박명림, 정희진, 우석훈, 김상봉, 김종철, 오연호, 진중권, 홍성욱, 김찬호, 박원순.. 이들이 나에게 어떤 식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한번 일깨워줄 지 기대하며 책표지를 열었다. 12명의 저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각자 몸담고 있는 분야가 다르기에 그 분야도 참 다양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흐름을 돌아본 한홍구선생님의 글부터, 정치, 경제, 교육, 법, 언론, 미디어, 과학 등 다양한 각도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되돌아볼 수 있게 쓰여졌다.  

어떤 분의 글인지 하나하나 나열하기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순서대로 책을 다시 보며 인상적인 구절들을 옮겨적고, 그에 대한 생각들을 같이 적어보겠다. 

46쪽, 1990년대 이후에 학생운동의 쇠퇴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당연한 겁니다. 시민사화의 다른 세력들이 성숙하지 못해 지나치게 많은 지을 부여받았던 학생들이 시민사회의 발전에 따라 그 짐을 벗기 시작한 거죠. 그런데 한국 사회가 너무 급격하게 변하다 보니까 여러 다른 요인과 학생들의 탈정치화가 맞물려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뿐입니다.   

 -> 우리 시대 내 또래의 대학생들이 왜 적극적으로 운동에 가담하지 않는가에 대한 많은 이유 중에서, 지금의 현상만을 보고 진단내렸던 다른 많은 의견들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가 분명 있다는 점을 알고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러한 상황 자체는 절대 만족스럽지 않다. 우리는 왜이리 무관심한 태도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할까? 

55쪽, 직접 주인으로서 참여할 공간이 생기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 시장 선거에 20대가 나가서 발랄하게 도전해보면 안 되나요? 

-> 지난 6.2지방선거때 우리 광명시에서 20대 여성 시의원 후보가 당선됐다. 당선 소식을 듣고는 앞으로 쭉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또 내 생활에서 그 시의원에 대한 관심은 멀리 쫓겨나버렸다. 다시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60쪽, 우리는 통제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는 더욱 그렇죠. 

-> 지금 내가 중학교에서 공익근무를 하고 있기에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다. 과연 우리가 학교를 다니면서 받았던 규제들, 그리고 지금 학생들이 받고 있는 규제들은 정당한가? 난 항상 궁금하다. 넘어가면 안 되니까 담장을 세운 것인지, 아니면 담장을 세워 놓으니까 넘어가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 학교 내에서 규칙을 세우고 학생들을 통제하려는 관계자들(단순히 교내 선생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이 부디 아이들의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사고능력을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전혀 손을 대지 않고 방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학교라는 공간 내부에서 공존하는 교사집단과 학생집단이 왜 서로의 요구를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고 한 집단이 일방적으로 다른 집단에게 억눌려야만 하는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69쪽, 기업, 언론, 교육, 종교, 금융, 통신, 유통, 법률 같은 영역들은 역민주화 또는 역근대화하면서 점점 더 소수 상류층에게 권력과 재화와 가치가 집중되었습니다. 지나친 과두화라고 할 수 있죠. 사회 주요 부문의 과두화가 진행될수록 정부와 이들의 갈등도 커졌습니다.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과두화의 공존이자 충돌이죠. (....)결국에는 민주정부가 이들 과두세력에게 포위된 섬이 되어버린 거에요. 

->강렬한 충격. 우리 사회를 민주화된 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해 강력한 한 방을 선보이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가 갑자기 거꾸로 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원래 우리 사회 자체가 아직은 비민주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단지 그 비민주적 방법이 권력자들에 의해(시간이 갈수록 그들 중에서도 경제권력자들에 의해) 교묘해지고 세련되졌기에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거기에 더하여 민주'사회'를 만드려는 민주'정부'의 노력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이미 민주화 된 것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까마귀 백 마리 있는 곳에서 백로 한 마리가 울음소리를 낸다면 단연 백로의 울음소리에만 우리 신경은 집중될 테니까... 

79쪽, 학원 경영과 인터넷 강의, 논술 시장을 비롯한 사교육을 주도하고 참여하는 세력은 거의 386세대입니다. (...) 저는 이 공동체에서의 삶을 이토록 비인간화하고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하 386세대가 앞으로 역사 앞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정말 두렵습니다. 

->학교에 근무해서 더 심해진 것이 하나 있다면, 아이들 교육에 대한 내 관심이다. 작년 1월 공익근무를 시작하기 전에도 항상 교육에 관심이 많았고, 나 자신이 사교육시장의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씁쓸했지만(영어과외를 쭉 했었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지난번 조선일보에서 본 기사가 떠올랐다.(바로가기) 거기에 이 기사까지..(바로가기) 학원 강사들에게 왜이리 공격을 퍼붓는가 싶었는데, 그들이 386세대라는 점을 다시한번 인식하자(두 기사 모두 그들의 사상적 배경(?)을 언급하고 있지만, 기사를 읽을 당시에는 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언론들의 공격적 태도가 조금 더 이해될수 있었다. 물론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해였지만.. 

106쪽, 저는 갈 길의 방향을 놓고 소통하는 과정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전제해서는 안 되는 거죠. 민주주의는 목표나 결과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목표나 결과가 아니라고 했지만, 과정의 건강함을 확보하는 것도 목표나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도로란 자동차가 다니기 위한 수단이지만, 도로의 완공도 하나의 목표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통을 위한 통로가 얼마나 건강하느냐 건강하지 못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이고, 그 통로에 완벽한 완성은 없겠지만 일정 수준을 향한 목표는(추상적 목표일 수밖에 없지만) 세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쪽, 제가 생각하는 파시즘의 특징은 혼란을 정리하는 거에요. 혼란을 정리하는 사람이 파시스트이고 권력자이며, 혼란을 조직하는 사람이 지식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동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이 될 수 있고, 학교별 다른 실정 부분을  다 반영하지 못하는, 또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 간의 정책 의견이 다를 경우에 충돌이 예상됩니다.] 출처 sbs(바로가기) 한국교총 대변인은 위 분류에서 어떤 사람인가? 

109쪽, 모든 발언은 평등해야 합니다. 하지만 평등은 같음이 아니라 공정함입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발언권을 더 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특혜가 아닙니다. 특혜는 조건이나 기회가 같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인데, 사회적 약자는 이미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니까요. 

->평등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앞으로는 이 견해를 항상 마음에 품어야겠다. 그동안 평등이라는 개념에 대해 막연히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큰 진전이 없었는데, 이 글 덕분에 내 머리속 평등이 개념이 조금은 더 분명해졌다.

161쪽, 학벌사회라는 책을 냈는데, 학벌 문제에 대한 현상적인 비판 말고 이론적인 분석을 하겠다고 작심하고서 썼습니다. 

->큰 울림이 있다기보단..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왠지 구별짓기 이론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된다.  

294쪽, 최근에 위험 연구자들은 이런 내용을 종합해서 보통 사람들의 위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열 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1.비자발성 2.불평등성 3.위험에서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지 않았을 때 4.새로운 위험일 때 5.인간이 만든 위험일 때 6.감춰지고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일 때 7.어린아이들이나 다음 세대에 지속되는 위험일 때 8.두려운 것일 때 9.과학자들이 그 내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을 때 10.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사람들이 언제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연구결과인데, 매우 인상적이다. 위험이라는 단어로 일반적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상황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면서 마주칠 수 있는 의견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바랄 때, 그 사람에게 그 일은 비자발적인가, 불평등한가, 싫을 땐 하지 않을 수 있는가 등을 생각해 본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 더 많은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 

364쪽, 일본의 '가나가와 생활클럽'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 공동체' 

->예전에 읽었던 한겨레21 기사가 떠올랐다.(바로가기)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하자. 생활협동조합. 아직까지 나의 내면에 남아있는 보수적 기질 때문에 (누구나 보수적 기질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꼭 정치적 의미를 가지느 보수성이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거기에서 이어지는 기존 것들에 대한 친숙함이 보수성 아닐까?)협동조합을 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했었는데, 다시한번 노력해봐야겠다.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었다. 마음 속 시들시들해져가고 있던 사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줬다. 다 쓰고나니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버렸는데, 일단 이 글을 마무리짓는대로 자야겠다. 자고 일어난 내일아침은 분명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아침이 되리라 기대하며 글으 마무리짓는다.

결국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독서기록2012. 7. 19. 01:53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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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만에 쓰는 독서 리뷰인가.. 마지막으로 쓴 게 심재천씨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리뷰이고 무려 2월 17일에 쓴 글이다. 3월에 접어들면서 학교 생활을 하느라 너무 바빴다. 3년만에 돌아간 학교는 날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았고, 나도 나름대로 학교 밖 생활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느라 바빴다. 그런 와중에 역시 가장 먼저 줄어든 시간은 독서시간이었다. 학기 내내 틈틈히 책을 읽긴 했지만, 정리해서 리뷰를 쓰지는 못했다. 이제 방학하고 거의 한 달이나 지나간 시점에서 드디어 한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마이클 샌델의 저작은 두 번째로 읽는다. 전작『정의란 무엇인가』를 2011년 1월에 읽었으니 꼭 1년 반만에 다시 샌델을 만났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듯 이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전작의 초반부에서 다루었던 문제를 확장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이후 다양한 저작들이 우리나라에 번역,소개되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실상 『정의란 무엇인가』를 전작이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샌델이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들은 이미 다른 매체나 리뷰어들의 글에서 언급되었기에 내가 또다시 언급해 인터넷 공간에 불필요한 문장을 더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


끝까지 읽은 결과, 샌델의 가장 주효한 뒷받침 명제는 결국 '시장은 단순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규범을 나타낸다.' 이 문장에 집약되어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매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교환에서 그치지 않고, 거래되는 대상의 규범, 가치, 존재 방식 등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다. 


우선 샌델이 제시하는 여러 사례들을 보면 시장은 비시장의 영역이었던 것들을 대부분 '부정적'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이스라엘 어린이집 이야기는 시장 규범이 어떻게 '미안함'과 '책임감'을 밀어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는 우리도 늘상 겪는 경우라 생각한다. 해야할 일을 제 때 하지 못하고 우리는 버릇처럼 '돈'으로 그 잘못을 대신한다. 대학생들이 늘상 만드는 스터디에서는 자주 지각비 제도가 만들어진다. 서로간의 책임감이 아니라 결국 돈으로 규제를 하는 형국이다. 


시장 원리와 도덕 가치의 대결에서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는 사례들을 쉼없이 제시하는 샌델은 책의 마지막 세 문단에서 최종적인 관심사이자 우려를 말한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점차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고 일하고 쇼핑하며 논다. 우리 아이들은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닌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가리켜 스카이박스화(skyboxification)되고 있다고 말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민주주의에 좋지 않으며 만족스러운 생활방식도 아니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고,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 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275~276쪽)


이 부분을 읽으며 샌델이 그냥 철학자가 아니라 롤스 정의론을 비판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정치' 철학자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겨보았다. 결국 샌델이 걱정하는 것은 재산에 기반한 신분제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중심적(미국 사회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단어라고 김선욱 교수님의 해제에 설명되어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샌델에게 있어, 신분제 사회화 되어가는 미국의 모습은 사실 차분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작의 후광으로 출판 업계와 독자들 사이에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이번 저작은 사실 사회적 후폭풍으로만 본다면 전작에 한참 못미치는듯 하다. 그래도 포기할수는 없지 않은가?『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제시하는 미국과 여러 나라의 사례는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읽은 기간 2012년 7월 8일 ~ 2012년 7월 16일

정리 날짜 2012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