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안녕. 암스테르담 도착!
2011/여행기2011. 11. 21. 06:07순서가 영 지켜지지 않는 여행기 카테고리네요. 그래도 일단 도착했으니 생생한 기억에 의존해서 빨리 써보겠습니다.
전날 함부르크 레퍼반 클럽에서 늦게까지 놀고 친구랑 같이 집에 들어왔을때가 새벽 5시였습니다. 아예 잠을 자지 않고, 샤워를 한 다음에 한시간 후에 바로 나가서 7시 40분 기차를 탈까 하다가.. 그래도 일주일 재워준 집인데 아무 인사도 안하고 아침일찍 나가버리는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반 + 솔직히 잠이 자고 싶다는 생각 반 이렇게 해서 9시 40분 기차를 타기로 하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분명 알람을 맞춰놨는데.... 친구가 깨워서 일어나보니 알람 맞춰둔 때보다 40분이나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일어나서 끈 기억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난건지 황당해하며 서둘러 짐을 챙기고 함부르크 집을 나섰습니다. 덕분에 샤워를 못하고 나왔죠 ㅜㅜ...
아침 9시 46분에 출발해 두 군데 역을 거쳐 낮 3시 22분 암스테르담에 도착하는 일정입니다.
그런데 귀찮은 일이 중간에 발생했습니다. 음악을 듣고있어서 무슨 이유인지 제대로 방송을 듣지 못했는데, 하여간 예정에 없던 환승을 두번이나 더 해야 했습니다. 두 번째 갈아탈때 이어폰을 빼고 이 말은 확실히 들었습니다
"We don't understand ourselves.Really sorry for inconvenience"
어쩌라고...............
처음 타보는 유럽 기차인지라 나름 설레는 기분이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런던부터 여러 도시를 거쳐 함부르크에 갈때까지와는 또달른 설레임이었습니다. 그전까진 버스나 비행기로만 이동했었는데 드디어 '배낭여행'에 어울리는 기차를 탄 날이니까요.
저는 그동안 항상 '유럽여행' 하면 두 단어가 같이 떠올랐습니다.
하나는 '배낭'여행 , 그리고 '유레일'.
[캐리어 vs 배낭] 대결구도를 여기서 불러들이려는건 아닙니다. 그런데 왠지 캐리어를 끌고 다닐때보다 배낭을 메고 다닐때가 더 신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비록 어깨는 무겁고 길을 헤매다보면 짜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배낭을 매고 움직이다보면 왠지 제 자신이 정말 자유인(?)이 된 것만 같아서 저절로 신이 나거든요ㅋㅋ 한 달간 유럽에 있으면서 한번도 유레일로 이동을 안해보다가 오늘 드디어 유레일로 이동을 하니 정말 '유럽' '배낭여행자'가 된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암스테르담 도착예정시간이 3시 22분이었기때문에, 기차를 타고있는 내내 암스테르담카드를 어떻게 살것인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2일권을 사긴 할건데, 제가 오늘은 편히 쉬고 내일, 내일모레 꽉 차게 시내를 돌아보고 그 다음날은 크뢸러뮐러 미술관에 다녀올 계획이라서요.. 2일권을 사서 오늘 바로 개시를 하고 마지막에 24시간 교통권을 끊을지, 아니면 오늘 24시간권을 따로 사서 숙소까지 이동하고 내일부터 암스테르담카드를 개시할까 한참 고민했던겁니다.
그런데..
암스테르담카드 48시간권만 샀습니다.
이제 숙소까지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반고흐 미술관 옆에있는 호텔 반고흐까지요.. 20kg가 살짝 넘는 배낭 무게가 오늘만큼은 원망스럽습니다 ㅜㅜ
그리고 그 옆에 하루키의 1Q84가 자리하고있죠. 핀란드에서 지낼때 카우치 호스트의 집에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영문판도 있었습니다. 감정적으로 '일본'이라고 하면 좋지만은 않은 감정이 먼저 떠오르지만, 여러 나라를 다니다보니 일본의 위상을 너무나 자주 실감합니다. 더불어 중국의 팽창도 느낄수 있을때가 많구요. 한국은 삼성과 엘지가 알리는듯합니다ㅜㅜ
밤의 문트탑입니다.
유럽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다보면 나라별로 언어가 다르지만, 비슷한 단어들을 마주치게 됩니다. 네덜란드어 munt는 영단어 mint와 모음 하나만 다르고 똑같은 철자를 가지고있죠. 의미는 당연히 같구요~ 그러고보니 시드니에서 민트 박물관을 발견했던때가 떠오르네요ㅋㅋ 그냥 생각없이 걷다가 민트 박물관이라길래 '민트향 할때 그 민트?' 이 생각만 하고 무작정 들어갔었습니다. 들어가보니 왠 동전과 지폐들만 가득...... 박물관을 나오고 나서야 mint가 '주조'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라는게 떠오르더군요. 형광등도 이런 형광등이 없습니다 ㅜ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부한 표현이 이번 여행기간 내내 저에겐 참 와닿습니다. 독일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등등 다른 언어를 알면 실제 그 언어가 쓰이는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걸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떠오릅니다.
문트탑 바로 맞은편에 영어 서점이 있습니다. 시간이 되면 한 번 구경이나 가야겠습니다. 짐이 늘어나면 곤란하니까 뭘 사진 못하겠지만요..
짙은 안개는 밤이 되자 암스테르담의 풍경을 너무나 매력적으로 바꾸어주었습니다.
낮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흐리멍텅한 날씨에 실망했었는데, 밤이 되니까.. 그저 모든게 다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 커플이 조금만 더 다정히 걸어갔으면 훨씬 분위기가 좋았을텐데요..ㅜㅜ
체크인을 하고,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를 받고 도미토리룸에 짐을 풀어놓습니다.
주방을 슬쩍, 정말 슬쩍 살펴보고는 카운터 직원에게 주방을 쓸 수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쓸 수 있다는 대답과 함께 저 옆의 전자레인지까지 써도 된다네요.
헬싱키에서부터 가지고 다녔던 쌀을 드디어 요리해먹을 때가 왔다고 생각했고, 근처 슈퍼마트에서 볶음밥 해먹을 재료를 사왔습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다시보니 가스레인지가 없습니다!!!!!!!!!!! ㅜㅜ..... 밥은 커녕 요리 자체를 할수가 없는 주방입니다. 그냥 서양식 아침을 간단히 준비할만한 정도만 갖춰진 주방이었던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세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내일은 마트에서 전자레인지로 해먹을수있는 맛있는것들을 사와야겠습니다 ㅜㅜ
어느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여행기를 쓴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부디 내일도 내일모레도 글을 쓸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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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여행기-1. 워킹투어/크리스티아나/리즈라즈
2011/여행기2011. 11. 7. 00:47둘째날, 원래 제 나름대로 계획해놓은 루트가 있었지만 무료로 진행되는 워킹 투어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또 같은방 여행자들이 적극 추천하길래 워킹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http://www.newcopenhagentours.com/ 뉴 유럽 워킹 투어에 속하는 투어인데, 저는 Rikke라는 가이드와 함깨했고, 쉬운 영어로 진행되며 2시간 40분 안에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뉘하운 항구입니다. 겨울에 가면 아~주 휑하다던데 10월 말은 괜찮았습니다.
자치라는 고상한 가치와 그래피티, 마리화나가 함께 머무르는 곳입니다.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는데, 이유는 '마리화나를 파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들어가보면 다들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고, 대놓고 마리화나를 팔고 있습니다. 저는 안 샀습니다ㅋㅋㅋ
아참 그러고보니 투어가 끝나고 난 후 멕시코에서 온 아저씨와 계속 같이 다녔습니다. 빈에서 1년 살았다는 아저씨 말에 따르면 빈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없다더군요. 그리고 아예 jaywalking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호주나 영국 여행책자를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사람 우선' 운전/보행 문화라는 설명인데... 항상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저로서는 코펜하겐의 보행문화를 보며 무단횡단이 '사람 우선'이라는 말로 포장될만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뭐가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렇게 포장될만한 행위는 아니라는 말이죠.
숙소에 돌아와보니 8인실에 저 혼자만 남아있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체크아웃 했더군요. 신나게 손빨래를 하고 근처 2층침대 두 개를 모두 옷걸이삼았고, 일기를 쓴 후 편하게 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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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의 Cafe Esplanad에서 쓴 글 [11월 5일]
2011/글2011. 11. 6. 23:31핀란드.. 생각보다 별 거 없다. 역시 사람 사는곳인가?
어떤 거대한 무언가를 보고 싶어 이곳에 왔지만, 사람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것 같지 않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너에게는 신기하듯, 너에게 당연한 것들이 나에게는 신기하다. 그런데 당연한 것들은 인지하기가 어려운지라, 설명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나는 그 어려운 것들을 찾아 나선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실상 노력은 하지 않고, 또 관광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다름'을 끊임없이 만나기에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멜번에서 에딘버러까지 아주 당연했던 무단횡단, 코펜하겐에 도착하자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라마다 같은 상품의 가격이 달랐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나에게는 처음 겪는 것들이었다. 멜번에서 그렇게 자주 지나쳤던 카페들을 점점 만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기회만 되면 커피를 마시는걸 보니 나는 정말 카페인 중독인가보다.
내가 나의 생각 속에서만 머무른다면 저 바깥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지 알지 못할텐데, 여행은 그걸 알게 해준다.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을 가던 기차에서 만난 출판사에서 일하는 형님, 코펜하겐을 같이 돌아다닌 10개월째 세계 배낭여행중이라던 멕시코 아저씨, 지금 같이 지내고있는 5개국어를 말하고 이해할줄 아는 카우치서퍼까지.. 아참 호바트 백패커에서 만났던 일본인들까지! 아주 거대한 무언가를 발견하지는 못했고, 또 준비가 부족했던지라 관광도 어설프게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나와 다르고 대단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기에
나오길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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