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됩시다!

2011/워킹 홀리데이 정보2011. 5. 4. 14:06

구직일기를 쓸 때 멜번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가 커피를 배우고 카페에서 일하려고 시도했던거라고 썼는데요, (이유는 이미 많은 경력자들이 있을것이기에 나같은 초보는 일을 구하기 힘들것이다) 저의 섣부른 판단과는 다른 의견과 함께 커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블로거를 찾았습니다.

일단 그분이 쓰신 첫 포스팅의 도입부입니다.



 호주에서의 커피 산업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발전해 있습니다. 아침 일찍 호주 거리를 걷다보면 Take-away 커피를 손에 든 호주 직장인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생활의 일부로서 즐기는만큼 호주엔 많은 카페가 있고 또 커피콩을 공급하는 많은 회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용하는 커피 콩과 그 제조 방법, 그리고 바리스타의 실력에 따라 거의 모든 카페의 커피 맛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카페를 찾아 그 곳의 커피로 하루를 열곤 해요.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커피전문점과 카페들이 여러가지 종류의 커피를 선보이고 있는데요. 흔히들 아시는 카푸치노와 라테같이 뜨거운 우유와 커피를 조합하는 방식의 커피가 이 곳 호주 커피의 기본입니다. 물론 아메리카노처럼 뜨거운 물과 커피를 조합하는 커피도 있긴 하지만요.^^

 

 아무튼 커피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또 해보구요. 일단은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저는 이 나라에서 처음 커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이런 저런 과정 끝에 현재 한 카페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매니저가 되기 전과 된 후에도 카페에서 일을 하는 이상 바리스타라는 기본 역할이 있는지라 계속 커피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건데,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호주에서 일자리를 구하시는 여러분들께 상당히 괜찮은 직종인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이 직업의 괜찮은 점을 꼽자면 첫째로, 바리스타는 기술직의 장점을 가지는 것입니다. 처음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힘들지만 한번 그 기술을 익히고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기술을 가지고 직업을 구하는 것이 당연히 아무 기술이 없는 것보다 훨씬 용이하겠죠.

 

 이력서를 쓸 때도 단순히 웨이터나 웨이트리스(Waiting person)를 희망하는 것보다 바리스타(Barista)를 희망한다고 쓴다면, 카페나 혹은 커피머신을 가진 음식점에서는 당연히 바리스타를 선호합니다. 웨이터는 웨이터의 일만을 할 수 있겠지만, 바리스타는 커피를 만들수 있고 또 가게에서 필요하다면 가끔 웨이터의 역할 역시 할 수 있잖아요. 저도 가끔은 커피를 만들고, 가끔은 웨이터의 일도 하고 있어요. 매니저라고 일을 안하는건 아니라서 ㅠ ㅠ

 

 문제는 기술의 보유여부인데, 한국에서 커피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고 이 곳으로 오신다면 처음부터 이력서를 좀더 아름답게(?) 만드실 수 있겠죠? 물론 커피 머신과 만드는 방식이 달라 적응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것보다야 훨씬 나을거에요.

 그리고 제가 그랬던 것처럼 커피에 대해 문외한이다 하시면 조금 고생이 필요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쉽지는 않아요. 카페에서 일자리를 잡더라도 커피를 잘 만들지 못한다싶으면 바로 웨이팅 포지션으로 빠져서 커피 머신을 잡을 기회를 좀처럼 잡기 힘들어요. (이 점에선 조금 이해해주셔야되요. 저도 처음엔 기회를 안주는 카페 사장 및 매니저들을 엄청 원망하다가 나중에 정작 그 입장에 조금 가까워 져보니 알겠더라구요. 카페의 우유와 커피도 다 돈이고, 손님은 자꾸 오는 데 꼴랑 한 대 있는 커피머신을 트레이닝만을 위해 사용하기가 힘들어요 ㅠ ㅠ) 

 

 제가 처음 카페에 일자리를 구했을 땐 정말 수많은 카페에 이력서(조금 뻥튀기 한)를 내고, 작은 희망이라도 보인다싶은 (예를 들어 비자 타입을 물어본다거나(학생비자를 가지곤 한 주에 20시간밖에 일을 못하거든요. 워킹홀리데이 비자라면 얼마든지 일 가능!) 일 할 수 있는 요일들을 물어본다거나) 카페는 몇 번을 다시 찾아가서 매니저를 만나려하고, 매니저가 없을 땐 조그만 메모도 남기고(To 매니저... 왔는데 너 없더라. 너 정말 보고 싶다. 나 정말 여기서 일하고 싶다. 내일 또 올거니깐 얼굴 좀 보자 등등) 해서 겨우 일자리를 잡았거든요.

 처음 일한 카페의 주인이 중국인 커플인지라 시급은 적었지만 그래도 여기서 일단 기술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기회가 날때마다 커피머신을 잡고 우유 낭비해가며 연습하다가 사장한테 경고도 몇 번 받았구요. 그러다 그 카페가 장사가 잘 안되서 슬슬 망해가는 조짐을 보일 때(지금은 이미 망했어요.) 아침에 일찍 가서 몰래 연습하고(100% 불법이지만) 매니저 없을 때 죽어라 연습해서 좀 괜찮은 커피를 만들게 됬어요.

 

 그 이후 바로 이력서 재뻥튀기...(이젠 커피가 좀 있어 보이잖아요?) 바리스타 견습생 및 웨이터 경력 몇 개월을 참 맛있게 뻥튀겨 보다 아름다운 이력서를 만든 뒤 또 열심히 일자리를 구하러 다닌 끝에, 마침내 다른 호주인 카페의 바리스타 직업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기술이 없어도 일단 어떻게든 커피 머신이 있는 가게에 일자리만 잡는다면, 죽자사자 노력해서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 기술을 토대로 호주 어디를 가나 카페가 있는 곳이라면 바리스타라는 직업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바리스타는 말씀드렸다시피 하나의 기술직이라 대우가 좋아요. 동양인 카페만 아니라면 호주인 카페에서 받는 시급도 상당히 높구요. 그리고 손님과 카페 동료들과 만나는 시간이 너무도 많기 때문에 영어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요.

 

 또한 처음에 영어가 서툴더라도, 일단 커피를 만들 줄 안다는 기술 하나로 밀고 들어가 일자리를 잡은 뒤, 손님들과 또 동료들과 부대껴가며 점점 늘어가는 자신의 영어도 기대할 수 있구요.(저도 처음에 일할 때는 조용히 침묵의 커피만 만들었다는...)

 


셋째로, 동양인들은 손재주가 좋고 서양인보다 섬세하여 라테 아트(Latte art) 능력이 서양인들에 비해 더 좋아요. 라테 아트란 커피에 우유를 붓는 방법을 조절해서 그 위에 여러가지 패턴을 그려내는 것인데요. 제가 봐온 바로는 동양인들의 라테아트가 서양인들의 그것에 비해 보편적으로 월등하더라구요. 이 점은 호주에서 많은 카페를 다녀보신다면 금방 확인해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라테아트를 그냥 안합니다. '이걸 하든 안하든 받는 돈은 똑같잖아?' 라는 그들의 사상 때문이랄까요.)

 

 

 이런 장점들을 토대로 저는 감히 여러분들께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적극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저 직업을 목표로 하시는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기 위해 지금부터 호주 카페에서 커피를 만드는 것에 대해 하나 하나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수많은 카페들이 다들 다른 종류의 커피 머신과 커피 콩, 다른 도구들과 방식을 사용하여 제가 말씀드리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저의 경우를 먼저 참고 하신다면 다른 환경을 마주치셔도 적응 하시기 좀더 용이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자, 이제 시작해보겠습니다.



흥미를 느끼셨다면..

바로가기! : 호주의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됩시다!


저도 다시 바리스타에 도전해보고 싶어지네요ㅋㅋㅋ

호주 워킹홀리데이 6. 캠버웰 선데이 마켓에 다녀오다 & 담배 직거래 헛수고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5. 4. 13:59

어제밤 약속한대로 대만 친구들 Joe, Babara, Cindy, Candy와 캠버웰 선데이 마켓에 갔다왔다. 여덟시 사십분쯤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플린더스역으로 갔다. 선데이 세이버[각주:1]를 구매하고, 기차타고 캠버웰로 ㄱㄱ!


캠버웰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시장이 보인다.
시장에서는 참 다양한 물건들을 팔더라. 주로 잡다한 옷가지들, 그리고 음반이나 책, 심지어 카세트테이프까지 ㅋㅋ

캠버웰역. 왜 플래폼을 안찍고 이걸 찍었지?


캠버웰 선데이 마켓. 캠버웰 일요시장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옛~~날 신문을 파는 아저씨도 있고

화분을 파는 아줌마도 있고

옷을 파는 젊은이들도 있고

하여간 사람이 많다ㅋㅋ

오래된 LP판을 파는 매장

애기들은 역시 장난감!

나보다 더 세상에 일찍 나온 카세트테이프. 탑건 OST

포켓몬스터 모자를 쓰고있는 서양초딩

그런데 우왕... 정말 햇빛이 장난이 아니었다! 멜번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강렬한 햇빛은 처음이었다. 첫날 엘리자베스 스트릿에서 느꼈던 강렬함보다 훨씬 강한 느낌이었다. 선크림 바르고 나간게 정말정말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등이랑 목이랑 다 익는 느낌이었다 ㅋㅋ

그런데 문제는.. 사고싶은게 하나도 없었다 ㅜㅜ 내가 거길 왜 간다고 했는지 진심으로 후회했다. 햇볕은 뜨겁지.. 살건 없지.. 그저 짜증뿐ㅋㅋ 그래도 그나마 Joe랑 같이 갔으니 망정이지, 딸랑 나만 따라갔으면 개뻘쭘하고 짜증만 났을뻔했다. 아.. Joe가 간다고 안했으면 나야 당연히 안갔겠지 ㅋㅋ 뭐 대충 둘러보다가, 핫도그 하나 사먹고, 목마르니까 음료수 사러 울워스에 들어갔다. 1달러짜리 오렌지주스가 있길래 싼맛에 샀는데.. 최악의 오렌지주스였다!!! 뭐 저런맛이 다 있나 싶었다... 음료수든 뭐든 먹던걸 버려본적이 거의 없는데, 이건 정말이지 계속 마실수가 없어서 결국 버리고야 말았다. 호주애들 입맛은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게 맛있나 ㅡㅡ....

문제의 1달러짜리 오렌지주스. 먹다 버렸다.


열두시 반쯤 다시 만났다. Joe랑 나는 할일도 없고 햇빛에 지쳐있었는데, 나머지 여자 셋은 신나게 쇼핑을 하고 돌아왔다ㅡㅡ. 내가볼땐 다 후줄근해보이는 옷들이었는데, 그래도 어디서 찾아냈는지 괜찮은 옷들을 한두벌씩 가져왔더라.

메이스톤 스트리트에 있는 소피아 레스토랑에 갔다. 크기도 크지만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맛있을줄 알았는데, 글쎄... 별맛 없더라. 심지어 스파게티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쏘렌토가 더 맛있다고 느껴질정도? 음.. 내가 한국 맛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ㅋㅋㅋㅋ 암튼 피자도 별로였고, 샐러드도 뭐 이런게 있나 싶었다. 전체적으로 그저 그랬다. 그래도 남은 음식 포장은 아주 깔끔하게 잘 해줬다. 그건 맘에 들었다ㅋㅋ


캠버웰역 근처 유명 맛집 소피아. 나한테는 별로였다.

점심을 먹는데 어느순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내가 영어 쓰려고 여기 온건데, 지금 뭐하고있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만 친구들이 정말 계속해서 다양한 한국말을 물어봤다.. 자기소개하는 말, 숫자표현, 다양한 욕설(^^)들까지.. 한국문화를 좋아하다보니 알고싶고 궁금해서 그런거겠지만..그래도 삼일째 되니까 갑자기 기분이 상하더라. 나는 얻어가는것도 하나 없고.. 얘들만 신나서 계속 한국말 물어보고 서로 신기해하고 좋아하고 ㅜㅜ..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고있는 상황이 조금 답답했다.
 

숙소에 다시 돌아온 후, 세시 반쯤 Joe가 떠났다. 대만애긴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마음 맞는 외국인이었는데, 줄리앙 이후로 또 떠나버려서 아쉽다. 흠.. 백팩에 살면 항상 이런 일이 생기겠지? 물론 그전에 누구랑 좀 친해지는게 먼저지만..ㅋㅋㅋㅋ



(Babara & Joe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얘들은 여기 와서 정말 잘 놀러다니는것같다.)


그리고....호주 와서 한동안은 정말 하루라도 안좋은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었는데, 이날도 그랬다.

Joe가 떠나고 나서 담배를 팔기 위해 호주바다에 글을 올렸다.[각주:2] 바로 전화가 왔는데.... 불상사의 시작이었다ㅜㅜ 첫날 핸드폰을 개통하면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난 초반에 어느 누가 전화를 걸더라도 항상 Unknown이라고만 나왔었다. 당연히 제때제때 전화를 받지 못하면 다시 걸수도 없었고, 전화를 받더라도 번호가 저장되지 않았다.

전화를 준 사람에게 '지금 서던크로스역으로로 갈게요'라고 해놓고는 번호를 안물어봤다...
약속시간이 되면 전화가 오겠지 싶은 생각에 일단 서던크로스역으로 갔다. 계속 서던크로스역 앞을 왕복으로 돌아다녔다. 한시간 넘도록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전화도 오지 않고 하필 그날은 길거리에 동양 남자도 없었다. 난 무슨 밀거래 하는 사람마냥 담배 한보루를 손에 들고 계속 서던크로스역 앞을 배회했다ㅜㅜ

(문제의 말보로 레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후져빠진 핸드폰이며, 그냥 다 힘빠지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 크레딧을 아껴서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었다.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ㅡㅡ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왔고, H형 만나서 얘기좀 하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형이 사온 콜스 스테이크[각주:3]에다가 점심에 소피아에서 싸온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저녁을 먹고 뭘 해야하나 하고 멍하게 있었는데, 낮에 만난 한국인 형들이 맥주를 사오셔서 그린하우스 6층에서 '하이트' 맥주를 마셨다ㅋㅋㅋㅋ
하루종일 돌아다녀 피곤해서 그랬는지 캔맥주 두캔에 알딸딸해졌다. 저녁에 담배와 핸드폰때문에 힘들었지만, 밤에는 맥주와 함께 재미있게 떠들다가 하루를 마감했다.

그렇게 멜번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이 지나갔다.


 


  1. 일요일에만 판매되는 대중교통 티켓. 3.20달러에 하루종일 존1과 존2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본문으로]
  2. 호주는 담배 반입을 250개피로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이런저런 꼼수로 더 많이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래도 나는 처음 혼자 오는 외국이었기에 안전하게 한보루만 사왔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말보로 레드 한갑이 20달러정도 하는데, 호주에서 한국 사람한테 직거래로 팔면 70달러정도에 팔 수 있다. 호주에선 담배가 한갑에 대략 15달러정도 하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문으로]
  3. 호주에선 정말 모든게 다 비싼데, 소고기 하나만큼은 우리나라보다 얼마든지 저렴하게 먹을수 있다. 대형마트에 가면 3~4달러정도에 남자 둘이 먹을만큼의 스테이크 고기를 살 수 있다. [본문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5. 집을 구했다! 그리고..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26. 23:02

H형이 전화로 깨워준 덕분에 그린하우스 아침을 먹을수 있었다. 난 아침 준다는게 뭔가 했는데.. 이런거구나나 싶었다. 빵, 우유, 땅콩버터, 딸기잼 등이 있었고 별로 맛없는 시리얼과 우유도 있었다.좀 일찍 내려오면 베이컨이랑 샐러드도 먹을 수 있나보다. 시리얼을 잔뜩 담아 우유를 붓고, 토스트를 해먹었다. 이때 처음 베지마이트(Vegimite)를 봤다. '호주에서 홀로서기' 책에서 베지마이트를 설명하면서 호주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우리입맛엔 별로라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한번 먹어봤는데...... 베지마이트 바른 식빵을 버릴수밖에 없었다. 그정도로 맛이 없었다.(이런 글도 있습니다: 바로가기) 이게 진짜 사람이 먹는게 맞나 싶을정도였다. 누구든 베지마이트가 맛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좀 만나보고싶다.

아무튼 대충 아침을 먹고 또 넷북으로 쉐어하우스 정보를 찾아봤다. 바로 직전에 올라온 남자 쉐어생을 구한다는 글을 발견했고, 글을 보자마자 연락하고는 또 곧장 집을 보러갔다. 호주바다에서 보든 검트리에서 보든 남자 쉐어생을 구한다는 집주인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방이 약간 작긴 했지만 살고계신분들 인상도 다들 좋았고, 작지만 깔끔해서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사실 맘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 빨리 그린하우스를 나가서 정착을 하고싶었기때문에 무조건 들어가고 싶었다. 일단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집에서 나왔다. 

다시 그린하우스로 돌아가 잠깐 쉬다가 커피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날 커피스쿨에 있던 열명정도의 사람 중 나만 한국사람이었고. 나머지는 다 중국사람이었다. 두시간동안 여기가 호주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말 엄청나게 풍부한 중국어를 듣고 왔다... 이때 왠지 커피스쿨에 낚인거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래도 나름 수확이 있었는데, 같이 연습하던 중국 학생들 중 한명이 RMIT 학생이었고, 그 친구가 RMIT 몇번 건물로 가면 쉐어 정보가 있는지 알려줬다. 그당시엔 엄청 고마웠는데, 결과적으로 아무 도움도 안되었고 또 엉뚱한 일을 겪게된 첫 단추였다.

커피 연습 후, 그린하우스에 들러 넷북과 노트, 디카를 챙겨 바로 다시 나왔다. RMIT로 진입!!!!
 

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의 약자 RMIT. 정말 도심 한가운데 있다.

8번 건물로 가는 길
  

아까 중국 친구가 알려준대로 RMIT 8번 건물을 찾아 들어가는데,, 저~쪽에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교회 부속 모임이지만 꼭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참여할수 있는 모임이라고 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는 내 볼일을 봤다. 쉐어 정보를 노트에 옮겨적고 다시 주립도서관으로 가려는데, 내가 들어온 방향과 반대 방향에도 문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대로 복도에 갇혔다....................

스완스톤으로 나갈수 있는줄알았는데..

셀프 클로징이라는게 그냥 자동으로 닫힌다는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계단식 복도에 그냥 갇혀버렸다



결국 할수없이 아까 번호를 교환한 그분에게 전화를 했고, 그분이 와주셔서 겨우겨우 복도에서 건물 안쪽으로 다시 들어올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주말 대학건물 복도에 갇혔을땐.. 별 생각이 다 들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미안하더라도 백패커 친구들한테 전화했어도 되는 거였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런 생각들을 했던것같다.

그 형과 같이 나오면서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건물을 빠져나와 인사를 했다. 난 다시 주립도서관으로 들어가 쉐어 정보를 검색하다가 아침에 다녀온 집주인에게 다시한번 문자를 해봤다. 세시쯤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길래 내가 먼저 어떻게 결정됐냐고 물어봤는데..

도서관 안이었지만 저 문자를 본 순간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를뻔했다. 되는게 없다고 생각하던때였는데 집이 정해지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아까 만났던 그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하여간 나는 기분에 따라 너무 쉽게 변하는게 정말 큰 문제다.

기분 좋아서 따라간 모임은.. 정말 순도 100% 교회 모임이었다. 처음엔 단체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하느님 얘기가 시작되더라.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인 나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뛰쳐나왔다. 
이날 좀 심각하게 깨달았는데, 나 정말 사기당하기 쉬운 사람인것 같다. 교회 모임이라는데 왜 아무 경계도 하지 않고 그냥 연락처를 줬을까.. 물론 그덕분에 RMIT 건물에서 쉽게 빠져나올순 있었지만 정말 다음부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로 돌아와 H형을 만났다. 그런데 위에 사진처럼 여섯시에 연락을 주겠다던 집주인이 계속 연락을 주지 않았고, 내가 전화해도 받지도 않았다.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집도 일도 못구한 한국 남자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녁으로 한국음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전날 M누나가 맛있다고 말해준 으뜸분식! 이젠 멜번에서 한글 간판을 봐도 어색하지 않다ㅋㅋ)
 

(이름은 까먹었지만, 하여간 치즈 올려서 먹는 이거 정말 최고다 최고 ㅋㅋ)


진짜 맛있더라..... 밥이 약간 별로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만에 먹어보는 밥인지 ㅜㅜ 요리도 정말 맛있었다!! 외국에서 한국 음식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정말 엄청 많이 들었다. 한참 감탄하면서 먹고 있었는데, 다행히 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다음주 목요일에 들어오면 될것같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때 조금 실망했다. 당장 들어가고싶었는데 며칠이나 더 기다려야한다니.. 그래도 집구하는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걸 느끼고있을 시기였기에 일단은 엄청 기분이 좋았다.


 

돌아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일찍  일기쓰고 이력서 수정을 하려 했는데..
대만인 룸메이트 Joe와 그의 여자친구가 들어왔다. 지난밤 여자애들과 한류 얘기에 이어 오늘도 또 한류 얘기를 참 많이 했다. 한참 얘기하다보니 Joe가 영화 '아저씨' 얘기를 꺼내는데, 자기 넷북에 저장돼있다고 같이 보자더라. 재생하고보니 자막이 없길래 무슨말인이 알아듣냐고 물어봤는데.. 한국말 잘 모르지만 하도 많이봐서 대충 무슨내용인지 안다더라 헐..
나라면 무슨말인지도 모르는 영화 한번 보기도 힘들것같은데.. 한류열풍, 정말 헛것이 아니더라.

한참 얘기하보니 같은방 대만 여자애들도 들어왔다. 다섯명(Joe,여친,같은방 대만여자애 둘, 그리고 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일 선데이 마켓에 같이 가자더라. 할일이 딱히 없었던 나는 당연히 알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대만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잠을 청했다. 

건물 복도에 갇히고, 교회 모임에 낚이고, 밤엔 일찍 자고싶었지만 대만애들이랑 떠드느라 일찍 잠들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집을 구해서인지 푹 잘수 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A. 멜번 워킹홀리데이 구직일기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21. 17:46
3월 15일 도착, 도착하자마자 커피코스[각주:1] 등록
 
3월 22일 처음으로 이력서 인쇄- 아래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50장 복사. 카페에만 지원함


영어이름때문에 고민을 좀 했는데, 원래 내 이름의 발음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Joe나 John처럼 뻔한 이름은 싫어서 Joel로 결정! 그치만 나중에 결국 바꾼다..

구직 초반에 저지른 엄청난 실수 : 디그레이브스 거리 모 카페에서 오전 파트타임으로 샌드위치 만드는 일을 해보겠냐는 제의를 받았지만, 시급 '캐쉬' 13불이라는 말에 거절.. 그땐 나정도면 당연히 수월하게 택스잡을 구할수있을거라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각주:2] 

3월 25일 D레스토랑에서 키친핸드 트라이얼 세시간 
 : 시립 도서관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있길래 얘기를 좀 나눴는데 그친구가 소개해준 자리. 결국 구직에 실패하긴 했지만 이때 인맥으로 일을 구한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음.

3월 30일. 이력서 첫번째 수정 - 오로지 카페에만 지원하고있던 상황이었기에 커피 얘기를 조금 추가. 그리고 드디어 진짜 '뻥'을 치기 시작.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2008년 커피샵에서 일한걸로 뻥을 치고, 한국에 있으면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친구 폰번호를 적어놨음. 감당할수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경력을 거짓으로 적어도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절대 비추천. 결국 나중엔 거짓 부분을 지웠음



4월 1일. K 백패커 청소일을 놓치다. 택스 16불짜리 청소일이었는데, 전날밤 호주바다에서 광고를 봤다. 사장이 아침 9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있으니 그 사이에 이력서 들고 방문해달라는 글을 보고는 11시쯤 여유있게 가봤다. 그랬더니 이게 왠걸. 사장이 출근하기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고, 그사람한테 일을 줬단다. 내가 아직 덜 배고프고, 일을 구하는 태도가 글러먹었구나(..) 하고 자조하기 시작.

4월 2일 한인 가라오케 업소에 지원했지만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해야한다는 말에 생각해보다 결국 포기. 난 잠없이는 못산다... 시급은 캐쉬14불이었기에 괜찮은 편이었음. 정말 너무 기운이 없었고, 간만에 펜으로 일기를 썼다. 지금 보니 [진짜 그냥 집에 가고싶다.]라고 써있다.

4월 3일. 금~토(1~2일) 연이은 실패에 한참 풀이 죽어있었지만 이대로 무너질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이력서 수정하고 집을 나섬. 이때부터 카페 말고 다른곳에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함.

오전부터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낮 한시쯤 L 카페에서 전화가 왔고 바로 트라이얼로 세시간 일함. 트라이얼을 끝내가는데 S한국식당에서 또 전화가 옴. 바로 달려가서 일하기로 결정. 하루만에 낮에 할 일과 저녁에 할일을 모두 잡아버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트램에서 호주 현지 '마케팅' 회사에서 전화가 와 화요일에 인터뷰 약속을 잡음. 갑자기 행운이 몰려오는듯해서 엄청 기뻤던 날.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4월 4일. 카페 트라이얼 도중 실수를 해서 사장한테 찍힘. 그래도 기회를 절대 놓치기 싫었던 나는 바로 커피스쿨로 달려가 네시간동안 연습을 했고, 가장 잘 나온 라떼아트 동영상을 들고 다시 L카페로 찾아가 사정을 했고 다음날 하루 더 나와보라는 허락을 받음. 저녁엔 S한국식당에서 일함.

4월 5일. 세번째 카페 트라이얼을 마치고 나니 매니저 曰 '난 너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 지금 멤버로도 충분하지만 널 써본 이유는 지금 일하고있는 바리스타가 6월에 떠날 예정이기때문에 그를 대신할수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니가 이렇게 매일 와서 어깨너머로 배우고싶다면 그건 니 자유다. 대신 내 앞에서 제대로된 커피를 만들기 전까지 난 돈을 줄수가 없다.' 
결국 내 실력으로 멜번에서 바리스타가 된다는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결론을 내렸고, 괜찮은 실력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더 연습해야할지 가늠할수가 없었기에 바리스타 일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버렸다.

바리스타 일을 포기하니까 3일에 연락받았던 호주 '마케팅' 회사에 아무 거리낌 없이 인터뷰를 보러 감. 그날따라 영어가 '대박' 잘나왔고, 쉽사리 합격했다. 사실 말이 좋아 마케팅 회사였지, 그냥 다단계 세일즈 회사였다. 
워킹 와서 '세일즈' 일을 한다는 애기를 못들어봤기에 내가 이런 일을 할수있다는게 마냥 신나고신기했다. 그리고 사실.......... 약간의 자뻑도 느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해 온 보람이 있구나!' 이틀 전 최악의 상황에서 갑자기 구직에 성공했기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기분이 계속 좋은걸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경솔한 선택. 하루 일한 S한국식당에 다시 찾아가서 호주 회사에 취직되었기에 일을 못나올거같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4월 6일. 세일즈 관찰의 날. 실제로 일을 하지는 않았고 현재 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두시간정도 옆에서 보기만 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하나에 40달러나 하는 자동차 클리너가 두시간동안 열 개 넘게 팔렸다. 그리고 일하고있던 중국 대학생 曰 '이걸 하나 팔때마다 회사한테 20달러를 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원래 40달러다. 그러니까 하나를 제대로 팔면 20달러를 버는거다. 그렇지만 얼마에 팔든 그건 너의 재량이다.' 하나 팔때마다 20달러라는 말에 대박을 건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잘 팔리는 제품이라면 당장 일해도 되겠다!

4월 7일. 세일즈 오리엔테이션. 회사 사무실에서 세일즈의 기본과 판매 제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기본 임금이 없이 오로지 실적으로만 돈을 버는 구조라더라. 그렇지만 전날 워낙 잘팔리는 장면을 직접 봤고, 하나에 20달러라고 알고있었기에.. 기본 시급이 없다는건 별로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다.

4월 8일. 실전 투입. 장사 드럽게 안됐다
4월 9일. 쪽박
4월 10일. 일요일이라 하루 쉬엇다. 그래도 일을 하고있다는 만족감이 있엇기에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미술관에 다녀옴
4월 11일. 쪽박
4월 12일. 중박
4월 13일. 쪽박
4월 14일. 쪽박

시간이 지나고 보니, 6일 장사가 잘 됐던건 그냥 그날 운이 유난히 좋아서였다.....

13일밤 같이 사는 형의 진지한 충고에다가 14일날 본 4년차 직원의 판매실적을 보고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함.
14일 아침 6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해 사무실에 7시 15분까지 도착 후 오전회의를 하고 재고파악 후 9시 30분부터 6시까지 단데농에 있는 주유소에서 일하고 집에는 거의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 그렇게 하루종일 일해서 번 돈 : 18달러

게다가 일하다보니 맨처음 중국 대학생 녀석이 말한 '20달러'는 사실이 아니었다. 
-소비자판매가는 40달러가 맞음
-소비자 직거래 세일즈이기때문에 그보다 싸게 넘기는게 기본
-사무실에서는 한캔을 '25달러'에 판매하라고 지시함
-현장에서 세일즈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이 클리너가 원래 40달러인데, 오늘 여기서 사시면 35달러에 드리고 거기다가 원래 30달러인 극세사 수건(사무실 지정:10달러)을 무료로 드린다고 말함.
   :  실제 사무실의 지정대로 25+10달러에 팔게됨. 내게 남는돈은 25달러중 5달러와 10달러중 2달러. 
-혹은 60달러에 두 개와 극세사 수건을 공짜로 준다고 말함 
  :  25+25+10 = 60 딱 맞아떨어짐. 그래도 나한테 들어오는 돈은 5+5+2 = 12달러

이런식이었다. 말 그대로 '원래' 40달러에 팔리는건 맞지만, 그건 정말 '원래' 가격이고.. 길거리 직판에선 그렇게 파는게 아니었다. 아 중국친구야... 설명을 하려면 너부터 제대로 알고 설명했어야지..



4월 15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력서를 수정함.
 일단 이름을 바꿨다. Joel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내가 생각했던 발음은 [Jo-el]이었지만, 그건 한국어 화자인 내 착각이었다. 영어를 모국어, 혹은 제2언어로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oe를 한 음절로 발음했고, 내가 내 이름을 발음하는데 자신이 없어지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그냥 쉽디쉬운 이름 가운데 Harry로 결정.

T한국식당, M한국식당에 이력서를 넣음. M식당에선 약간의 말실수를 했기에 큰 기대 안함.
그런데 T식당 사장님이 커버레터를 보시더니 '첫 문단은 잘 베꼈네' 라고 말씀하심.. 사실 그 부분은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베낀 부분이 맞았다. 내가 보기엔 인상적인 구절이라 생각해 그대로 넣었지만, 업주들 눈에 그렇게 보인거라는 사실에 당장 수정했다.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내 소개를 했고, 전체적으로 문장은 단순하게, 강점은 두드러져보일수 있도록 수정했다.



4월 16일.  T식당에서 다시 연락이 와 면접을 보러 갔다. 역시 약간의 말실수를 했고, 미련없이 가게를 나와 이력서를 대충 돌렸다.

4월 17일. 기분전환을 위해 머리를 자르다. 멜번의 하늘에서 알게된 연습생 무료 헤어컷이었는데, 결과는 대만족. 멜번에서 머리자르실분들, NARA HAIR[각주:3] 괜찮습니다 ㅋㅋㅋㅋ(론스데일 203)
머리를 자르고 나와 H형과 세인트킬다 해변에 갔다옴. 어차피 구직 잘 안될거, 일요일인데 하루정도 쉬어주자!

H형이나 나나 그리 신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놀러간김에 사진은 좀 즐거워'보이게'

세인트킬다 해변에 가면 이렇게 야생 펭귄을 볼수가 있다! 펭귄 펭귄 펭귄!


집에 돌아와 호주바다를 뒤적거리다 집 바로 앞 헬스장 청소일을 발견하고 지원 메일을 보냄


4월 18일. 일단 청소업체에서 연락이 왔음. 저녁에 바로 시작하기로함. 하루종일 이력서를 돌렸다. 4시에 T한국식당에서 전화가 왔음. 수요일부터 일하기로 결정. 다시 일이 좀 풀려가는것같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국 한국식당에서밖에 일할수없다는 사실에 씁쓸함.
그러기도 잠시, T식당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쪽에선 저녁 9시 마감까지 책임질수있는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저녁 청소일을 하고있다면 안되겠다는 통보. 하루 2시간 30분짜리 청소일때문에 풀타임 식당일을 놓침. 진짜 허무했지만, 원래부터 그닥 기쁜 일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냥그냥 받아들임. 저녁엔 청소일을 시작

4월 19일. 이력서를 또다시 약간 손보고 40장 인쇄. 계속 지원함. 라이곤 스트리트에 가봤지만 경력자만 뽑는다는 말만 여러번 듣고 돌아옴. 집근처 하버베이 쇼핑센터에 있는 가게들에도 몇군데 지원

4월 20일. 늦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날씨도 최악. 아무 희망 없이 이어지는 날들에 지쳐가고 있었음. 룸메이트 형들은 일과 공부를 하러 나갔고, 혼자 남겨진 집에서 컴퓨터에 저렇게 일기를 썼다.

 
저걸 쓰고 컴퓨터를 끄니 시간이 2시 45분이었고, 일단 15분정도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누웠다. 눈을 뜨니 3시 10분. 그리고...

알람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정말 '곧바로' 모르는 번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제 지원한 Nando's[각주:4]식당이었고, 한번 보자더라. 당장 집에서 튀어나갔고, 다음날 트라이얼 하기로 약속을 했다. 

4월 21일. 아침 11시 45분까지 식당에 갔고, 3시간동안 접시닦이 일과 식탁 닦는 일만 했다. 그리고 점장과 확실히 계약을 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교육 시작이다. 교육 기간동안 시급 9달러, 교육이 끝나면 그때부턴 시급이 18달러다. 

당분간 지금 하고있는 저녁 체육관 청소일과 병행할 예정이다.


3월 15일에 도착한 워홀러, 4월 21일 드디어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취직하다.



 
  1. 아 진짜 커피... 멜번 와서 저지른 최악의 실수였다. 돈,시간 모두 버린 선택이었음. [본문으로]
  2. 호주에서는 그냥 파트타이머도 세금을 내면서 일하는게 법이지만(=택스잡) 세금계산을 하지 않고 그냥 현금으로만 임금을 받는 일(=캐쉬잡)도 많습니다. 어떤 일이 더 대우를 잘 받을지는 분명하겠죠. 호주 내에서 아무 경력도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택스잡을 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것같습니다. [본문으로]
  3. 돈이 정말 부족한데 무료로 정말 잘 다듬어주셔서 엄청 고맙다. 홍보해드린다고 약속했으니 여기서 약속을 지키고있다ㅋㅋ [본문으로]
  4. 호주 내에선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 닭고기 요리를 주료 한다. 프랜차이즈 관리가 약간 느슨한지.. 매장마다 사장님마다 근무조건이 천차만별인듯하다. 난 호주인이 운영하는 Nando's에서 일하게되었다ㅜㅜ [본문으로]

제가 사는 동네입니다.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4. 17. 20:36
멜번 도시 중심부 바로 옆 도클랜드에 살고있습니다. 다들 요즘 집에 있으면 정말 춥다는데 창문 닫고있으면 춥지도 않고, 같이 사는 형들도 정말 좋으신분들입니다. 멜번 와서 딱 한가지 잘 풀린일이라면 바로 지금 살고있는 이 집에 들어온거라고 생각할정도입니다. 

처음 집 본날 밖에서 찍은 사진.. '아 여기가 내가 살곳이 될수있을것인가!?'


집앞 트램 정류장



룸메이트 형과 함께 쓰는 방

제 책상입니다. 이사온 첫날 찍은 사진이라 많이 깔끔하네요 ㅋㅋ



집앞 에티하드 스타디움


















오늘 찍은 저녁 풍경입니다. 집앞이 바로 항구니까요 ㅋㅋㅋㅋ




 

호주 워킹홀리데이 4. 이어지는 삽질, 그리고 한류ㅋㅋ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16. 22:27

일단 아침을 놓쳤다ㅜㅜ... 일어나보니 어느새 9시 15분더라. 대충 씻고 정신 차리고, 어제 사놓은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충 때운 다음에 바로 숙소에서 나왔다. 주립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는데, 우연히 레드망고를 발견했다!


여기서는 매장 이름이 카카오 그린이긴 한데, 암튼 레드망고는 레드망고다ㅋㅋ  왠지모르게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문이었는 지한인마트 처음 봤을때보다 더 반가웠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뭘 사먹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그리고 도착한 도서관. 거의 두시간동안 계속 한인잡지와 인터넷을 보면서 쉐어 정보를 정리하고, 전화하고, 또 노트에 옮겼다.


오늘이 어떻게 흘러갈지 저때 알았다면 어땠을까 ㅋㅋㅋ 암튼 꽤 열심히 정보를 모았다. 결과적으로 별 영양가는 없었지만 그래도 저렇게라도 움직였으니 나중에 집을 구할수 있었던거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서 저렇게 집 정보를 한시쯤까지 알아보다가 은행에 찾아갔다. 15일 도착하자마자 신청한 체크카드를 받기 위해서 찾아간거였다. 호주에서 볼수 있는 느려터진 일처리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은행업무인데, 대체 왜 체크카드 하나 발급하는데 3일이 넘게걸리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앉아있으면 보안카드까지 그자리에서 바로 받을수있는데ㅡㅡ...

(50달러 지폐와 체크카드. 근데 사실 저거 발급받고도 출금 한번 해본거 말고는 쓴적이 없다..)

은행에서 카드를 받은 후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또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또다시 도서관으로 고고씽!
그런데 참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짓을 한거였다. 난 이날 그린하우스 백패커 코앞에 있는 시립도서관을 두고서 항상 15분~20분 걸어서 주립 도서관에 갔었다... 하여간 정말이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걸 실감할수 있는 곳이 호주같다.


도서관에서 집정보를 알아보다가 결국 홈스글렌과 세인트킬다에 직접 찾아가기로 약속을 했다. 첫번째로 홈스글렌. 길게 말할것 없이 하여간 별로였다. 그런데 플린더스 역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내자신이 참 처량했다.마침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고, 새들은 시끄럽게 지저귀는데, 그냥 참 쓸쓸했다.

(집도 없는데 처음 간 곳에서 이렇게 해가 지는걸 보니 '아 괜히 와서 집도 못구하고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런데... 홈스글렌 갔다오는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드디어 시작된 세인트킬다 삽질!! 일단 플린더스 역에서 나와 편의점에 갔고, 힘내자는 의미로 콜라를 하나 사서 마셨다.(이때는 에너지드링크를 마셔본적이 없어서 괜히 시도하기가 꺼림칙했다.) 트램 정류장으로 걸어갔는데 참 신기한게... 어제까진 트램 노선도를 봐도 뭐가 뭔지 파악이 되질 않았었는데, 오늘 막상 어딘가를 가야겠다고 생각이 드니 노선도가 파악됐다!! 사실 이때는 정말 뿌듯했다. '아 홈스글렌에선 삽질했지만, 이제 나도 며칠 여기 있다보니 뭔가 익숙해지고 그러는구나!'

무료 트램을 타고 스펜서 스트리트까지 갔다. 무료 트램에서 내린 다음에 다른 정류장으로 가서122번 트램을 탔다. 세인트킬다 고고씽!!


그.런.데.... 내려보니 이게 왠걸. 여긴 세인트 킬다의 '피츠로이 스트리트'였다... St.Kilda/Fitzroy St.라고 써있는걸 내멋대로 세인트 킬다 '스트리트'라고 생각하고는 (그런거 없다....), '아 그냥 저기로 가면 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던거다.. 정말이지 어쩜 그렇게 개념이 없을수가 있었나 나도 내가 안타깝다.


정류장에서 내리니 그냥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조 집주인한테 전화를 해보니 내가 내린 곳에서 자기 집까지 어떻게 오는지 문자로 알려주겠단다. 623번 버스를 타면 된다길래 그 버스를 탈수있는 정류장을 참 여러 사람들한테 물어봤다. 젊은 사람들 빼고ㅋㅋㅋ. 많은 사람들 중에 유난히 기억나는 사람이 두명 있는데, 할머니 한 분과 인도인 아저씨 한 분이다. 그 두분은 아주 자신감 넘치게 '저~~기로 가면 623번 버스를 탈수 있다'라고 친절히 설명해주셨는데, 막상 가보니 900번과 623번만 다니는 정류장이었다ㅜㅜ

결국 한참 헤매다가, 포기하고는 집주인에게 내일 가겠다고 전화를 했다. 정말이지 너무 힘이 빠졌다. 아 오늘 이렇게 두 집 다 물건너가는구나, 왜 세인트킬다 집주소랑 위치는 정확히 확인 안하고왔을까 등등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고 나서 돌아오는 트램의 노선도와 시간표를 봤다.   4분 후에 도착예정이길래 또 거기에 기분이 좋아졌고ㅡㅡ... 사진을 찍었다



'아 이제 곧 오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있었는데.. 아뿔사! 여긴 반대방향이었다! 길을 건너서 타야 시티로 가는거였고, 그걸 놓치면 이 삭막하고 무서운 밤거리에서 20분정도를 그냥 더 서있어야 하는 상황이 된거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 반대쪽 차선에서 트램이 다가오고 있었다! 할수없이.... 무단횡단을 하고야 말았다. 아 정말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래도 자랑스런 한국인(?)으로서 여기 사람들한테 욕먹을 행동은 안하겠다고 생각했기에 무단횡단을 절대 안하려고 했는데, 급하니까 나도모르게 그냥 길을 가로질렀고 트램을 탔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계속 씁쓸했다. 외국생활을 너무 우습게 봤다는 생각도 들었고, 왜이렇게 오늘하루 멍청했나 내가 참 원망스럽기도 하고....

숙소로 돌아와서 이틀 연장을 했다. 전에도 썼지만 그린하우스 직원들 근무태도가 참 엉망이다.연장 물어봤을때 낮엔 안된다고 하더니 밤에 와서 물어보니까 그냥 다 된단다ㅉㅉ

방 연장을 하고 내 방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데.. 대만 여자애들이 들어왔다. 얼굴 보는건 처음이었는데, 그냥 데면데면하게 있었는데, 슬쩍 말을 걸더니 F4 아냐고 물어보더라. 그리고 시작된 한류 대화. 와.. 정말 말로만 들었었지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얘네들 한국 드라마도 꽤 많이 알고있고, 요즘 대만에서는 강심장도 방송된다고 한다. 꽃보다 남자 얘기도 많이 했고, 또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얘기도 했다.
원래는 일본 스타일이 대세였는데, 한 3년 전쯤부터는 완전히 한국 스타일이 대세라고 한다. 옷입는 스타일부터 화장법까지 전부 한국 스타일을 따라한다고 한다. 사실 얘네 옷입는거 봐도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스타일이다. 대만, 중국, 일본, 한국 연예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사실 그쪽 나라 연예인들을 알지를 못해서 별 흥미는 없었다.

한참 떠드는 와중에 옆방 사람이 너무 시끄러워서 잘수가없다고 미안하지만 말소리좀 줄여달라기에 알았다고 하고는 바로 잠들었다.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4. 10. 21:16
구스타프 모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2주 전부터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하고있었는데, 오늘(4월 10일)이 마지막 날이길래 얼른 다녀왔죠. 국제학생증으로 할인을 받아서 12달러 내고 보고왔습니다. 

[집에서 나왔는데 구름이 너무 멋있길래 찍었는데, 역시 똑딱이는 한계가..ㅜㅜ]





빅토리아 국립 미술관(National Gallery of Victoria   http://www.ngv.vic.gov.au)



구스타프 모로는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를 묘사한 작품과 살로메 이야기를 묘사한 작품으로 잘 알려진 화가입니다. 두 작품은 아래 더보기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 말고도 신화와 전설, 성경에서 영감을 얻은 많은 작품을 남겼죠. 상징주의의 시초라고도 불린다는데 저는 미술사에 대해선 잘 모르기때문에 넘어가죠..




 

 제우스와 에우로페,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 오뒷세우스와 세이렌, 트로이아의 헬레네 등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도 골고루 전시되어있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그리고 살로메를 그린 작품들도 잘 전시되어있었구요.

그런데 제가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은 그것들이 아니라 바로 아래 작품입니다.

 아무리 검색해도 이보다 더 선명한 사진을 구할수가 없는데요, 인터넷상에서 가장 선명한 이 사진은 실제 전시작품을 통해 느낄수 있는 힘 혹은 아우라를 절반도 느낄수가 없습니다 ㅜㅜ


얼핏 지나치면서 봤을때 그냥 음침한 그림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저 그림은 바로 맥베스 부인을그린 작품입니다. 던컨 왕을 살해한 후 왕비가 된 맥베스 부인이 몽유병에 증상을 보이며 궁전을 배회하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Lady Macbeth'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와 셰익스피어가 상상한 맥베스 부인의 모습이 정말 이렇게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름끼치는 모습이었고, 만약 이 전시회를 2주전에 갔었다면 저는 분명히 한번 더 갔을겁니다. 바로 이 그림을 보기 위해서말이죠. 그만큼 엄청난 힘을 내뿜었던 그림이었습니다. 

아.. 잔뜩 찬사를 늘어놓았는데, 생각해보니 그럼에도 이 그림은 별로 유명한 그림이 아닌거같네요ㅋㅋㅋㅋㅋ 뭐.. 예술에는 정답이 없으니 괜찮습니다ㅋㅋ

아무튼 오늘은 그렇게 가려고 벼르고 있던 구스타프 모로 전시회를 다녀와서 만족스러운 하루입니다.

 

'2011 > 워킹 홀리데이 자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뉴스를 보며..  (0) 2011.05.22
제가 사는 동네입니다.  (0) 2011.04.17
멜번의 날씨는?  (2) 2011.03.31
멜번에서 열리는 F1 경기  (0) 2011.03.28
드디어 이사했다!  (0) 2011.03.24

호주 워킹홀리데이 3. 기분좋게 시작한 날, 씁쓸하게 끝나다.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9. 21:30

세번째 날, 아침부터 출발이 참 좋았다. 제때 일어나서 밥을 먹었고, 약간 쉬다가 커피 수업을 들으러 갔다. 첫번째 포스팅에도 언급했지만, 멜번에 온 날 바로 한 일이 바로 커피스쿨 등록이었다. 커피코스를 등록하고 바리스타가 되어보겠다고 결심한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내가 커피를 좋아하고, 둘째로 멜번의 하늘에서 커피스쿨 광고를 보았고, 셋째는 출국 2주전에 참석했던 모 유학원 설명회때문이었다. 설명회를 진행하던 직원분이 말하길 멜번은 거의 커피의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카페가 많기 때문에, 바리스타가 참 해볼만한 직업이라는 것이었다. 원래도 커피를 좋아하고, 또 커피코스 광고를 보았기에 끌리는 상황이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던거였다. 

(멜번 도심에서 지내시는 분들이라면 어딘지 아시는분도 계실듯합니다 ㅋㅋ)


뭘 하든 사실 학습엔 자신이 있기에 의기양양하게 첫 수업을 들었는데.. 역시 머리로만 하는거랑 손으로 하는건 다르더라. 아무리 해도 거품을 제대로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튼 첫 수업을 마치고는 다시 숙소로 가서 넷북과 다이어리를 가지고 주립 도서관으로 갔다. 그린하우스의 후줄근한 와이파이에 진절머리가 나있었는데, 전날 만난 M이 주립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무선인터넷을 쓸수있다기에 갔던거다.
 


참... 그리스 시대 건축물과 비슷하게 생긴게.. 멋지더라ㅜㅜ  바로 앞에 잔디밭에서 여유롭게 시간 보내는 사람들도 참 좋아보였고.. 여기가 서울 중심가보다 더 발달된 도시였으면 도시였지 못한 도시는 아닌데.. 왜 여기가 더 여유로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부러울 따름.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겉모습과는 달리 참 깔끔하고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무선인터넷 접속을 시도했다. 비밀번호 없이 접속되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크롬을 켜서 페이스북에 접속하려고 보니 엉뚱한 페이지가 나왔다. 빅토리안 뭐뭐뭐뭐뭐.. 도서관 네트워크에 로그인하라는 페이지였는데, 이메일 주소 쓰고 30초만 기다리면 되는 간단한 인증절차였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딴짓을 조금 하고 난 후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을 하려고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그런데 접속하려고 할때야 한국에서 액티브 엑스 설치를 해놓지 않고 왔다는걸 깨달았다. '아... 여기서 액티브엑스 설치하고 하려면 인터넷도 느려서 귀찮은데ㅜㅜ'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안프로그램들을 설치하려고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도서관 네트워크는 모든 액티브 엑스와 exe파일 다운로드를 막아놨다.... 정말 깝깝했다. 가져온 돈이야 [그당시엔] 충분했기에 당장 송금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세상 일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기때문에 조금 더 송금을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주립도서관이 나한테 협조를 안해줬다. 결국 그날은 일단 집정보를 알아봤다.


집정보를 알아보다가 엘리자베스 스트리트에 있는 한 아파트 주인과 연락이 닿았고, 곧장 살펴보러 달려갔다. 집을 둘러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거실도 넓었고, 또 도시 중심에 있으면서 그렇게 깔끔한 아파트가 가격도 적당했다. 백패커 돌아온 후 전날 만난 H와 같이 들어가기로 합의를 하고 다시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그때 시간이 아마 5시쯤이었던것같다. 집주인은 우리에게 10시쯤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정말 완벽하게 내 착각이었는데, 나는 집주인이 날 상당히 마음에 들어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린하우스를 하루 더 연장하고, 들뜬 여세를 모아 전날 알게된 한국 친구들을 꼬드겨서 백패커에서 매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펍 투어에 갔다. 원래 매주 목요일마다 그린하우스에서는 5달러를 내고 술집 3군데를 돌면서 각각 맥주 한잔씩을 마실수 있는 투어를 제공하는데 그날은 마침 성 패트릭데이와 겹치는 날이라 그날은 성 패트릭 투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드레스 코드는 녹색! 심지어 녹색으로 머리 염색한 사람도 있었다 ㅋㅋㅋ 스프레이로 하는 1회용 염색약이 있구나..?


오른쪽 직원이 친절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진엔 안나왔지만 빨간머리 여직원은 정말 태도 최악이다

투어 가는길!

입장할때 저렇게 표시를 해줬다. 한국사람들끼리..ㅋㅋㅋㅋㅋ ㅜㅜ

두번째 술집 명함. 멜번 센트럴 역 상가에 있는 술집이다. 시끌시끌한 분위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잘 어울릴만한 술집



첫번째 술집에선 독일 여자애들이랑 같이 어울렸는데, 정말 서양애들은 외모로 나이를 가늠할수가 없더라..  둘이 비슷한줄 알았는데 한명은 18살이고 한명은 26살이었다ㅡㅡ

두번째 술집에 가서도 재밌게 놀긴 했는데, 집주인이 약속한 열시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불안해졌고 결국 9시 50분쯤 술집에서 나가서 그냥 혼자 돌아다녔다. 답답한 마음에 그냥 한인 마트에 들어갔다. 집 계약이 안된거나 마찬가지라고 단념하고는 사리곰탕 컵을 네 개 샀다. 낮에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이 먹는걸 보고 먹고싶었기 때문에..ㅋㅋㅋㅋ  
컵라면 네 개를 사들고 나오면서 집주인한테 전화를 해봤다. 결과는 역시나 꽝!
그 다음부터 갑자기 기운이 엄청 빠졌다. 한국에서 지낼땐 사실 원하는걸 거의 이루면서 살았기에 외국에 나와 혼자 산다는게 맘 편한 일이 아닐거란건 충분히 예상했지만, 막상 [혼자 착각해서] 잘 될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잘 안풀리니까 기운도 빠지고 갑자기 힘든 느낌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와버렸다. 씻고 잠깐 쉬다가.. 그냥 넷 다 해산. 나는 씻고 나서 조금 있다가 다시 6층으로 올라가서 쉐어 정보를 알아봤다. 그러나 역시 별 영양가는 없고.. 호주바다에서 도시쪽 쉐어 정보를 하나 보긴 했는데, 토요일에나 살펴보는게 가능하고, 입주는 다음주 목요일이라나? 당장 내일모레면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건 아니될일이었다. 물론 연장하면 되긴 했지만 그당시엔 정말 연장하기가 싫었고 하루빨리 숙소에서 나가고만 싶었다. (그런데 다른 집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사실 이사를 24일에 했다..)

씁쓸함과 피곤함을 뒤로하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왠일인지 잠이 참 안왔다. 약간 피곤하긴 했지만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랬나보다. 그냥 누워서 눈만 감고 있는데, 같은방 쓰는 아일랜드 여자와 대만 여자 둘이 같이 들어왔다. 그런데 이것들이 왜 하필이면 '내가 자고있으니 괜찮다'(No no, it's okay. He's sleeping. 아직도 기억난다 이것들아!)고 말하는지.. 그렇게 말하니까 눈뜨지도 못하고, 뒤척이지도 못하고 한 5분 괴로웠다ㅡㅡ

다행히 잠시후에 잠들었고 그렇게 멜번의 셋째날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