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호주에 와서 만나는 나의 실체에 대해.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6. 3. 17:27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누구나 그렇듯 가끔씩 침울한 감정에 빠지기도 하고, 슬럼프라고 부르는 장기간 침체 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항상 '나'라는 존재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잘 풀리게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호주에 오기 전까지 내가 이루고자 했던 것들은 대체로 모두 이루었다. 긴 글이 되겠지만 이렇게 쭉 정리해서 쓰고 싶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공부를 열심히 했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면 딴짓을 아예 안한건 아니었다. 그래도 수험기간 내내 피씨방, 플스방, 영화관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고, 동아리 후배들과의 모임때문에 노래방에만 딱 두번 갔던걸 제외하면 딱히 뭘 하면서 놀아본 기억은 없다. 타고난 머리가 남들만큼 못해서, 그리고 조금 부족한 꼼꼼함 때문에 원하던 고려대학교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성균관대에 입학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난 우리학교를 사랑한다.

수능 이후 주어진 자유시간. 누구나 그렇겠지만 핑크빛 캠퍼스 생활을 꿈꾸었던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싶을 정도로 독하게 했다. 매 끼니를 아주 적은 양의 밥과 두부, 야채로만 채웠고 열심히 운동을 했다. 두달이 지나자 16kg이 내 몸에서 빠져나갔다. 다이어트도 성공.

대학 신입생의 첫 여름방학,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처음 선보였던 내일로 티켓을 이용해 일주일간 우리나라 여행을 했다. 8월 24일까지 마지막 과외수업을 하고 26일엔 그 해 카투사 지원을 위한 토익을 보고 27일 집을 떠났다. 글을 쓰다보니 새벽 5시 50분쯤 집에서 출발할 당시가 떠오른다.. 아무튼 광명시에서 출발해 땅끝마을 해남부터 임진각까지 내 나름의 전국여행을 했다.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자신감으로 충만했을 그때 토익점수가 나왔다. 가채점 결과와 거의 같았다. 875점. 처음 본 시험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와준 결과에 기분이 정말 좋았다.

1학년 2학기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 대계열 입학생이었던 나는 좋은 전공 진입을 위해 좋은 학점이 필요했지만 1학기 성적이 영 별로였다. 약간의 꼼수를 부렸고, 전공 진입시 계산되지 않는 과목은 포기한채 필요한 과목만 공부를 했다. 이번에도 성공. 영어영문학과에 진입할수 있었다.
2학년. 전공을 배정받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능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특수한 환경 덕분에(때문에?) 과 학생회 대표일을 맡았다. 그릇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능력, 동시에 쓸데없이 컸던 꿈 때문에 1년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항상 내가 좋아서 했던 일이고, 좋은 친구들
과 선배들을 만날수 있었기에 후회는 없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부터 날 괴롭히던 어깨탈골.. 결국 재검을 통해 4급판정을 받았다. 2009년 겨울 장애학생보조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2년간 우리 아이들과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가끔씩 장애인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하면 우리 아이들 생각에 아직도 눈물을 흘릴때가 있다. 근무기간동안 책을 많이 읽고 싶었다. 24개월동안 200권에 조금 못 미치는 책을 읽었다. 함량미달인 책도 많았고, 채 100쪽도 되지 않는 지식총서류도 다수 끼어있지만, 그전까지 1년에 단행본 한 두권 읽을까 말까 하던 나이기에 대단한 성과였다. 영어공부도 놓지 않았다. 삶이 쳐진다고 느껴지던 시절 토익에 응시했다. 무료하고 축 쳐지는 일상을 탈출하고자 응시한 시험. 950점.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역이 난 하면 된다니까'.

어느순간부터 소집해제 후 장기간의 해외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에 이어 결정한 호주 워킹홀리데이. 현지에서 일을 구할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응시한 아이엘츠 제네럴. 결과는 밴드 스코어 7.0이었다. 

고등하교 3학년때부터 한국 나이 23살이 될때까지 난 저렇게 살아왔다. 뭐든지 정말 마음먹고 도전한 일엔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다만 한가지 계속해서 실패했던건, 대학교 2학년 이후에 시도했던 다이어트들... 그러나 운동은 나랑 안맞는가보다라는 생각으로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가 무슨 대단한 인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자신을 '고급인력'이며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호주에 도착한지 두달 반이 지났다. 여기 와서 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마주하고 있다.

나는 사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딱히 할줄 아는 요리도 없었다. 공익근무기간동안 우리 아이들과 매주 요리교실에 참여하긴 했었지만, 요리 과정을 제대로 눈여겨 본 적이 없다. 사람이 집을 나와 살려면 먹을것도 알아서 해야하는 법인데, 요리를 못하니.. 매일 먹는게 거기서 거기다.

돈을 번다는 행위, 즉 노동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도 몰랐다. 한국에 있을때 과외만으로 돈을 벌어봤기에 몸을 움직여 다른 사람의 돈을 받아내는게 이렇게 힘든 것인줄 몰랐다.

내세울게 없어졌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특수한 '학벌'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현상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쨌든 존재하고 있는 대학 서열에서 1등은 아닐지언정 어딜 가도 뒤지지 않을 간판을 가지고 있었지만 학교이름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나를 내세우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렇게도 싫어하던 학벌이 내 자신감의 근원이었다. 내가 나를 고급인력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큰 요인이었다. 학교 이름을 빼자 난 여기서 내세울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졌다. 그렇다고 일을 잘하겠는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은 펜을 굴리고 머리를 써서 하는 일이었다. 몸을 쓰는 일이 아니었다. 해본적이 없는데 잘할리가.... 군대 안갔다와서 그런거라고 누군가가 말할 것 같다. 맞다. 군대 안갔다온 놈이라서 그렇다. 어쩌겠는가.. 이미 지나간 시간.. 일하는 식당이 있긴 하지만 매일매일 눈치만 본다. 미운오리새끼가 된 기분이다. 


식당에서 매일 인도 직원들에게 무시당하면서, 반사적으로 '나도 한국가면 고급인력이다 씨발'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친다. 외치고 돌아서면 씁쓸하다. 아 난 정말이지 제대로 할줄 아는게 없구나.....

오늘도 약자의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에선 나자신을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5. 28. 23:07
정직 성실 끈기있음

등등으로 자평해왔지만

여기 와보니 아니었다.

밤샘청소하던날 뼈저리게 느꼈다.

난 일도 못하고, 또 몸이 힘드니까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지었고, 그나마도 제대로 처리하질 못했다.



규칙을 엄수한다고 생각했지만
교통비 몇달러가 아깝고 무료트램 기다리는 시간이 귀찮아 70번을 그냥 탔다가
인스펙터를 만났다..



 

호주에서도 책을 읽기 시작하다.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5. 23. 17:58

한국에서 지내던 때, 책을 많이 읽고 싶었고 또 실제로 주변의 대다수 친구들보다는 많이 읽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느꼈고, 책을 통해 상상력을 키웠다.
그렇지만 뭐든지 과하면 모자르니만 못한 법. 몸으로 경험하지 않으며 책으로만 세상을 경험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호주 생활을 시작으로 대략 1년간의 외국 생활을 하면서 절대로 책을 읽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눈으로 피부로 손끝으로 세상을 겪고 싶어 해외로 나왔기에 적어도 이 기간동안은 책과 만나지 않기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체육관 청소를 하던 와중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 정말 재미있는 소설을!'

원래 내 모습대로라면 머리속 생각이 몸으로 내려오기까지 며칠이 걸려야 하지만.. 저 생각을 품고는 바로 다음날 멜번 시립 도서관을 찾았다. 그것도 바닷가에 놀러갔다와서 피곤한 상태로!

영문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잘 아는 '재미있는' 작품이 별로 없었고, 그나마 검색해본 몇몇 작품들은 이미 대출중이었다.

'할 수 없지' 라는 생각 절반과 '역시 한글 소설이 아직 나에겐 활력소지'라는 생각 절반으로 한글 소설 책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체적으로 둘러보니 시립도서관에서 2009년을 전후로 한번에 책을 들여온 후 새로운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보였다. 몇몇 작품을 꺼냈다 집어넣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던 와중 눈에 들어온 작품, 『노서아 가비』. 책을 다루는 방송에서 소개된적이 있었고, 한국에 있을때 그 방송을 본 후 항상 제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던 소설이다. 다만 한국에 있을 때는 다른 책들에 더 끌리는 바람에 읽지 못했는데, 2년 전부터 이름과 소재를 기억하고 있던 책을 만나니 바로 손이 갔다.







'러시아 커피'의 한자 표기를 우리식 한자음으로 읽은 말, '노서아 가비'.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읽어보기를 추천하며, 그냥 재미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라면 19세기 말에도 이미 커피를 즐기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는 (엄연한) 사실에 놀라며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이라면 19세기 말 개화기 조선을 둘러싼 어지러운 정세를 떠올리며 그때 그 시절 러시아 공사관의 공기를 맛볼 수 있을테며, 세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김탁환이라는 작가가 만들어낸 입체적인 인물들에, 특히 '여자' 주인공 따냐의 대사 하나하나에 빠져들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여자라는 사실에 왜 강조를 했는지는 끝까지 읽어본 후 작품해설을 읽어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기에 따로 적을 필요는 없는것 같다. 그리고 사실 정말 오랜만에 책 서평을 쓰는지라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는지까지 쓰려니 막막하기도 하다.

몇 달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7. 멜번의 중심에서 위닝일레븐2011을 즐기다.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5. 5. 17:15

어제 일찍 잤으니까 충분히 일찍 일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8시에 눈뜬 후 조금만 더 자야지 하고 눈감았다가 일어나보니 9시 10분이었다.. 어차피 아침 못먹게됐으니 그냥 더 자기로 하고 10시 20분까지 잔 다음에 일어나서 씼었다. 아참 어제밤 샤워하면서 속옷을 빨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 안말랐길래....... 화장실에 있는 핸드 드라이어로 속옷을 말렸다ㅋㅋㅋㅋㅋㅋ 누가 들어올까봐 조마조마했지만 다 말릴때까지 아무도 안들어왔다. 여행자숙소에 있다보니 별별 짓거리를 다 하게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열한시쯤 숙소에서 나왔다. 주립 도서관으로 ㄱㄱ!

(이렇게 정리해놓고 도서관 자리에 앉으면 일단 '뭔가 하는 기분'이 든다.)

자리를 잡고, 우리은행 홈페이지부터 접속했다. 집이 계약되긴 했지만, 돈도 내지 않았고 또 24일이 입주 예정일이었기때문에 조금 더 빨리 들어갈수있는 집을 찾으면서 동시에 돈에 대한 압박감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에선 exe파일 다운로드와 액티브엑스 설치가 안되기때문에 어제밤 백패커 앞 피씨카페에 가서 인터넷뱅킹에 필요한 보안프로그램을 다 다운받아왔다. 그런데 이게뭥미.. 어제 그 피씨카페에선 잘 접속되더니 내 넷북에 설치하니까 접속이 안된다...그 피씨 카페에서만 된건가? 결국 계속 삽질하다가, 이력서나 수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씩 손보다가, 잠시 쉬려고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엄마가 페이스북 온라인상태셨다. 채팅창을 열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결국 ANZ계좌로 500달러만 송금해달라는 부탁을 했다ㅜㅜ 


그렇게 이력서 수정과 커버레터 작성을 마쳤다. 일주일만에 집에 손벌리게된 처지가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송금 문제까지 해결하고 나니까 그전에 비해 훨씬 의욕이 생겼다. 어제에 이어 담배 파는 글을 올렸고, 70불에 사겠다는 사람과 바로 연락이 됐다. 이번엔 연락처를 문자로 남겨달라고 말을 했고, 약속한 시간에 만나서 거래를 했다.

무사히 담배를 70불에 팔고, 숙소로 돌아와서 H형과 S랑 저녁 얘기를 했다. 또 스테이크를 해먹기로 결정! 백패커 근처 콜스 ㄱㄱㅆ


(신기해서 찍었다. 한국식품점이 아니라도 왠만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이정도는 있다.)

3달러짜리 스테이크 하나랑, 원래 6달러인데 4달러에 할인해서[각주:1] 파는 스테이크 하나씩을 사왔는데, 원래 6달러짜리는 맛이 영 별로였다. 3달러짜리가 훨씬 연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같이 저녁을 먹고나서는 인터넷을 좀 뒤적거렸다. 메일 확인도 하고, seek 가서 이력서 돌릴만한데도 검색했다. 그러던 중 H형은 거실쉐어 나온 집을 보러 간다고 했고, 난 계속 하던일을 했다.

그리고.. 형이 전화를 했는데, 지금 시립 도서관이라고 위닝 하자고 하는거다 ㅋㅋㅋㅋㅋ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가겠다고 했고, 가서 회원등록을 하고 패드를 받아 위닝 두게임을 하고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루종일 딱히 한게 없는 하루였지만, 저녁에 위닝 두 게임을 하고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사실 조금 씁쓸하기도 했지만..ㅋㅋㅋㅋ)


시립도서관의 플레이스테이션3, 위닝일레븐 2011-여기선 프로 에볼루션 사커 2011이다)
 

게임을 하고 다시 숙소에 돌아왔을때가 8시 10분쯤이었고, 그때부터 계속 인터넷으로 집 정보와 일 정보를 알아보다가 일찍 잠들었다. 

그전 날들에 비하면 참 아무일 없던 날이었다.

  1. http://kjw8124.tistory.com/script/powerEditor/pages/%EA%B3%BC%EC%9D%BC,%EC%B1%84%EC%86%8C,%EC%9C%A1%EB%A5%98%20%EB%93%B1%20%EC%8B%A0%EC%84%A0%ED%95%A8%EC%9D%B4%20%EC%A4%91%EC%9A%94%ED%95%9C%20%EC%A0%9C%ED%92%88%EB%93%A4%EC%9D%80%20%EC%8B%9C%EA%B0%84%EC%9D%B4%20%EC%A7%80%EB%82%98%EB%8F%84%20%ED%8C%94%EB%A6%AC%EC%A7%80%20%EC%95%8A%EC%9D%84%20%EA%B2%BD%EC%9A%B0%20'Still%20Fresh'%EB%94%B0%EC%9C%84%EC%9D%98%20%EC%8A%A4%ED%8B%B0%EC%BB%A4%EA%B0%80%20%EB%B6%99%EC%97%AC%EC%A7%80%EA%B3%A0%20%EA%BD%A4%20%EC%A0%80%EB%A0%B4%ED%95%98%EA%B2%8C%20%ED%8C%94%EB%A6%B0%EB%8B%A4.%20%EA%B0%80%EB%82%9C%ED%95%9C%20%EC%9B%8C%ED%99%80%EB%9F%AC%EB%93%A4%EC%9D%80%20%EB%8B%B9%EC%97%B0%ED%9E%88%20%EC%9D%B4%EB%9F%B0%EA%B2%8C%20%EC%A2%8B%EB%8B%A4. [본문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6. 캠버웰 선데이 마켓에 다녀오다 & 담배 직거래 헛수고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5. 4. 13:59

어제밤 약속한대로 대만 친구들 Joe, Babara, Cindy, Candy와 캠버웰 선데이 마켓에 갔다왔다. 여덟시 사십분쯤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플린더스역으로 갔다. 선데이 세이버[각주:1]를 구매하고, 기차타고 캠버웰로 ㄱㄱ!


캠버웰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시장이 보인다.
시장에서는 참 다양한 물건들을 팔더라. 주로 잡다한 옷가지들, 그리고 음반이나 책, 심지어 카세트테이프까지 ㅋㅋ

캠버웰역. 왜 플래폼을 안찍고 이걸 찍었지?


캠버웰 선데이 마켓. 캠버웰 일요시장

사람이 정말 많았다.


옛~~날 신문을 파는 아저씨도 있고

화분을 파는 아줌마도 있고

옷을 파는 젊은이들도 있고

하여간 사람이 많다ㅋㅋ

오래된 LP판을 파는 매장

애기들은 역시 장난감!

나보다 더 세상에 일찍 나온 카세트테이프. 탑건 OST

포켓몬스터 모자를 쓰고있는 서양초딩

그런데 우왕... 정말 햇빛이 장난이 아니었다! 멜번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강렬한 햇빛은 처음이었다. 첫날 엘리자베스 스트릿에서 느꼈던 강렬함보다 훨씬 강한 느낌이었다. 선크림 바르고 나간게 정말정말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가만히 있으면 그냥 등이랑 목이랑 다 익는 느낌이었다 ㅋㅋ

그런데 문제는.. 사고싶은게 하나도 없었다 ㅜㅜ 내가 거길 왜 간다고 했는지 진심으로 후회했다. 햇볕은 뜨겁지.. 살건 없지.. 그저 짜증뿐ㅋㅋ 그래도 그나마 Joe랑 같이 갔으니 망정이지, 딸랑 나만 따라갔으면 개뻘쭘하고 짜증만 났을뻔했다. 아.. Joe가 간다고 안했으면 나야 당연히 안갔겠지 ㅋㅋ 뭐 대충 둘러보다가, 핫도그 하나 사먹고, 목마르니까 음료수 사러 울워스에 들어갔다. 1달러짜리 오렌지주스가 있길래 싼맛에 샀는데.. 최악의 오렌지주스였다!!! 뭐 저런맛이 다 있나 싶었다... 음료수든 뭐든 먹던걸 버려본적이 거의 없는데, 이건 정말이지 계속 마실수가 없어서 결국 버리고야 말았다. 호주애들 입맛은 도통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게 맛있나 ㅡㅡ....

문제의 1달러짜리 오렌지주스. 먹다 버렸다.


열두시 반쯤 다시 만났다. Joe랑 나는 할일도 없고 햇빛에 지쳐있었는데, 나머지 여자 셋은 신나게 쇼핑을 하고 돌아왔다ㅡㅡ. 내가볼땐 다 후줄근해보이는 옷들이었는데, 그래도 어디서 찾아냈는지 괜찮은 옷들을 한두벌씩 가져왔더라.

메이스톤 스트리트에 있는 소피아 레스토랑에 갔다. 크기도 크지만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맛있을줄 알았는데, 글쎄... 별맛 없더라. 심지어 스파게티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쏘렌토가 더 맛있다고 느껴질정도? 음.. 내가 한국 맛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런가 ㅋㅋㅋㅋ 암튼 피자도 별로였고, 샐러드도 뭐 이런게 있나 싶었다. 전체적으로 그저 그랬다. 그래도 남은 음식 포장은 아주 깔끔하게 잘 해줬다. 그건 맘에 들었다ㅋㅋ


캠버웰역 근처 유명 맛집 소피아. 나한테는 별로였다.

점심을 먹는데 어느순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내가 영어 쓰려고 여기 온건데, 지금 뭐하고있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대만 친구들이 정말 계속해서 다양한 한국말을 물어봤다.. 자기소개하는 말, 숫자표현, 다양한 욕설(^^)들까지.. 한국문화를 좋아하다보니 알고싶고 궁금해서 그런거겠지만..그래도 삼일째 되니까 갑자기 기분이 상하더라. 나는 얻어가는것도 하나 없고.. 얘들만 신나서 계속 한국말 물어보고 서로 신기해하고 좋아하고 ㅜㅜ.. 한편으론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러고있는 상황이 조금 답답했다.
 

숙소에 다시 돌아온 후, 세시 반쯤 Joe가 떠났다. 대만애긴 하지만 그래도 그나마 마음 맞는 외국인이었는데, 줄리앙 이후로 또 떠나버려서 아쉽다. 흠.. 백팩에 살면 항상 이런 일이 생기겠지? 물론 그전에 누구랑 좀 친해지는게 먼저지만..ㅋㅋㅋㅋ



(Babara & Joe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얘들은 여기 와서 정말 잘 놀러다니는것같다.)


그리고....호주 와서 한동안은 정말 하루라도 안좋은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었는데, 이날도 그랬다.

Joe가 떠나고 나서 담배를 팔기 위해 호주바다에 글을 올렸다.[각주:2] 바로 전화가 왔는데.... 불상사의 시작이었다ㅜㅜ 첫날 핸드폰을 개통하면서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난 초반에 어느 누가 전화를 걸더라도 항상 Unknown이라고만 나왔었다. 당연히 제때제때 전화를 받지 못하면 다시 걸수도 없었고, 전화를 받더라도 번호가 저장되지 않았다.

전화를 준 사람에게 '지금 서던크로스역으로로 갈게요'라고 해놓고는 번호를 안물어봤다...
약속시간이 되면 전화가 오겠지 싶은 생각에 일단 서던크로스역으로 갔다. 계속 서던크로스역 앞을 왕복으로 돌아다녔다. 한시간 넘도록 그렇게 돌아다녔는데, 전화도 오지 않고 하필 그날은 길거리에 동양 남자도 없었다. 난 무슨 밀거래 하는 사람마냥 담배 한보루를 손에 들고 계속 서던크로스역 앞을 배회했다ㅜㅜ

(문제의 말보로 레드)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후져빠진 핸드폰이며, 그냥 다 힘빠지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핸드폰 크레딧을 아껴서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한국에 있는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었다.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ㅡㅡ


결국 다시 숙소로 돌아왔고, H형 만나서 얘기좀 하고 저녁을 같이 먹었다. 형이 사온 콜스 스테이크[각주:3]에다가 점심에 소피아에서 싸온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저녁을 먹고 뭘 해야하나 하고 멍하게 있었는데, 낮에 만난 한국인 형들이 맥주를 사오셔서 그린하우스 6층에서 '하이트' 맥주를 마셨다ㅋㅋㅋㅋ
하루종일 돌아다녀 피곤해서 그랬는지 캔맥주 두캔에 알딸딸해졌다. 저녁에 담배와 핸드폰때문에 힘들었지만, 밤에는 맥주와 함께 재미있게 떠들다가 하루를 마감했다.

그렇게 멜번에서 맞이하는 첫 주말이 지나갔다.


 


  1. 일요일에만 판매되는 대중교통 티켓. 3.20달러에 하루종일 존1과 존2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다. [본문으로]
  2. 호주는 담배 반입을 250개피로 제한하고 있다. 물론 이런저런 꼼수로 더 많이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고, 성공하는 경우가 많긴 하다. 그래도 나는 처음 혼자 오는 외국이었기에 안전하게 한보루만 사왔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말보로 레드 한갑이 20달러정도 하는데, 호주에서 한국 사람한테 직거래로 팔면 70달러정도에 팔 수 있다. 호주에선 담배가 한갑에 대략 15달러정도 하기 때문에 이런 거래가 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본문으로]
  3. 호주에선 정말 모든게 다 비싼데, 소고기 하나만큼은 우리나라보다 얼마든지 저렴하게 먹을수 있다. 대형마트에 가면 3~4달러정도에 남자 둘이 먹을만큼의 스테이크 고기를 살 수 있다. [본문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 5. 집을 구했다! 그리고..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26. 23:02

H형이 전화로 깨워준 덕분에 그린하우스 아침을 먹을수 있었다. 난 아침 준다는게 뭔가 했는데.. 이런거구나나 싶었다. 빵, 우유, 땅콩버터, 딸기잼 등이 있었고 별로 맛없는 시리얼과 우유도 있었다.좀 일찍 내려오면 베이컨이랑 샐러드도 먹을 수 있나보다. 시리얼을 잔뜩 담아 우유를 붓고, 토스트를 해먹었다. 이때 처음 베지마이트(Vegimite)를 봤다. '호주에서 홀로서기' 책에서 베지마이트를 설명하면서 호주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우리입맛엔 별로라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한번 먹어봤는데...... 베지마이트 바른 식빵을 버릴수밖에 없었다. 그정도로 맛이 없었다.(이런 글도 있습니다: 바로가기) 이게 진짜 사람이 먹는게 맞나 싶을정도였다. 누구든 베지마이트가 맛있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좀 만나보고싶다.

아무튼 대충 아침을 먹고 또 넷북으로 쉐어하우스 정보를 찾아봤다. 바로 직전에 올라온 남자 쉐어생을 구한다는 글을 발견했고, 글을 보자마자 연락하고는 또 곧장 집을 보러갔다. 호주바다에서 보든 검트리에서 보든 남자 쉐어생을 구한다는 집주인을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그냥 앞뒤 가리지 않고 바로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생각보다 방이 약간 작긴 했지만 살고계신분들 인상도 다들 좋았고, 작지만 깔끔해서 집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사실 맘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 빨리 그린하우스를 나가서 정착을 하고싶었기때문에 무조건 들어가고 싶었다. 일단 적극적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집에서 나왔다. 

다시 그린하우스로 돌아가 잠깐 쉬다가 커피 수업을 들으러 갔다. 이날 커피스쿨에 있던 열명정도의 사람 중 나만 한국사람이었고. 나머지는 다 중국사람이었다. 두시간동안 여기가 호주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말 엄청나게 풍부한 중국어를 듣고 왔다... 이때 왠지 커피스쿨에 낚인거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래도 나름 수확이 있었는데, 같이 연습하던 중국 학생들 중 한명이 RMIT 학생이었고, 그 친구가 RMIT 몇번 건물로 가면 쉐어 정보가 있는지 알려줬다. 그당시엔 엄청 고마웠는데, 결과적으로 아무 도움도 안되었고 또 엉뚱한 일을 겪게된 첫 단추였다.

커피 연습 후, 그린하우스에 들러 넷북과 노트, 디카를 챙겨 바로 다시 나왔다. RMIT로 진입!!!!
 

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의 약자 RMIT. 정말 도심 한가운데 있다.

8번 건물로 가는 길
  

아까 중국 친구가 알려준대로 RMIT 8번 건물을 찾아 들어가는데,, 저~쪽에 한국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왔고 자기소개를 하는데.. 교회 부속 모임이지만 꼭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참여할수 있는 모임이라고 했다.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는 내 볼일을 봤다. 쉐어 정보를 노트에 옮겨적고 다시 주립도서관으로 가려는데, 내가 들어온 방향과 반대 방향에도 문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갔고,

그대로 복도에 갇혔다....................

스완스톤으로 나갈수 있는줄알았는데..

셀프 클로징이라는게 그냥 자동으로 닫힌다는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계단식 복도에 그냥 갇혀버렸다



결국 할수없이 아까 번호를 교환한 그분에게 전화를 했고, 그분이 와주셔서 겨우겨우 복도에서 건물 안쪽으로 다시 들어올수 있었다. 아 정말이지 주말 대학건물 복도에 갇혔을땐.. 별 생각이 다 들었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미안하더라도 백패커 친구들한테 전화했어도 되는 거였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런 생각들을 했던것같다.

그 형과 같이 나오면서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했고, 건물을 빠져나와 인사를 했다. 난 다시 주립도서관으로 들어가 쉐어 정보를 검색하다가 아침에 다녀온 집주인에게 다시한번 문자를 해봤다. 세시쯤 연락을 주신다고 했는데 연락이 없길래 내가 먼저 어떻게 결정됐냐고 물어봤는데..

도서관 안이었지만 저 문자를 본 순간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를뻔했다. 되는게 없다고 생각하던때였는데 집이 정해지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아까 만났던 그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말했다.하여간 나는 기분에 따라 너무 쉽게 변하는게 정말 큰 문제다.

기분 좋아서 따라간 모임은.. 정말 순도 100% 교회 모임이었다. 처음엔 단체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하느님 얘기가 시작되더라. 개인적으로 무신론자인 나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뛰쳐나왔다. 
이날 좀 심각하게 깨달았는데, 나 정말 사기당하기 쉬운 사람인것 같다. 교회 모임이라는데 왜 아무 경계도 하지 않고 그냥 연락처를 줬을까.. 물론 그덕분에 RMIT 건물에서 쉽게 빠져나올순 있었지만 정말 다음부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숙소로 돌아와 H형을 만났다. 그런데 위에 사진처럼 여섯시에 연락을 주겠다던 집주인이 계속 연락을 주지 않았고, 내가 전화해도 받지도 않았다.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집도 일도 못구한 한국 남자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녁으로 한국음식을 먹기로 결정했다.

(전날 M누나가 맛있다고 말해준 으뜸분식! 이젠 멜번에서 한글 간판을 봐도 어색하지 않다ㅋㅋ)
 

(이름은 까먹었지만, 하여간 치즈 올려서 먹는 이거 정말 최고다 최고 ㅋㅋ)


진짜 맛있더라..... 밥이 약간 별로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만에 먹어보는 밥인지 ㅜㅜ 요리도 정말 맛있었다!! 외국에서 한국 음식이라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정말 엄청 많이 들었다. 한참 감탄하면서 먹고 있었는데, 다행히 집주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다음주 목요일에 들어오면 될것같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때 조금 실망했다. 당장 들어가고싶었는데 며칠이나 더 기다려야한다니.. 그래도 집구하는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걸 느끼고있을 시기였기에 일단은 엄청 기분이 좋았다.


 

돌아와서 바로 샤워를 했다. 일찍  일기쓰고 이력서 수정을 하려 했는데..
대만인 룸메이트 Joe와 그의 여자친구가 들어왔다. 지난밤 여자애들과 한류 얘기에 이어 오늘도 또 한류 얘기를 참 많이 했다. 한참 얘기하다보니 Joe가 영화 '아저씨' 얘기를 꺼내는데, 자기 넷북에 저장돼있다고 같이 보자더라. 재생하고보니 자막이 없길래 무슨말인이 알아듣냐고 물어봤는데.. 한국말 잘 모르지만 하도 많이봐서 대충 무슨내용인지 안다더라 헐..
나라면 무슨말인지도 모르는 영화 한번 보기도 힘들것같은데.. 한류열풍, 정말 헛것이 아니더라.

한참 얘기하보니 같은방 대만 여자애들도 들어왔다. 다섯명(Joe,여친,같은방 대만여자애 둘, 그리고 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일 선데이 마켓에 같이 가자더라. 할일이 딱히 없었던 나는 당연히 알겠다고 말했고, 그렇게 대만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잠을 청했다. 

건물 복도에 갇히고, 교회 모임에 낚이고, 밤엔 일찍 자고싶었지만 대만애들이랑 떠드느라 일찍 잠들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집을 구해서인지 푹 잘수 있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A. 멜번 워킹홀리데이 구직일기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4. 21. 17:46
3월 15일 도착, 도착하자마자 커피코스[각주:1] 등록
 
3월 22일 처음으로 이력서 인쇄- 아래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50장 복사. 카페에만 지원함


영어이름때문에 고민을 좀 했는데, 원래 내 이름의 발음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고 싶었고, 그렇다고 Joe나 John처럼 뻔한 이름은 싫어서 Joel로 결정! 그치만 나중에 결국 바꾼다..

구직 초반에 저지른 엄청난 실수 : 디그레이브스 거리 모 카페에서 오전 파트타임으로 샌드위치 만드는 일을 해보겠냐는 제의를 받았지만, 시급 '캐쉬' 13불이라는 말에 거절.. 그땐 나정도면 당연히 수월하게 택스잡을 구할수있을거라는 크나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각주:2] 

3월 25일 D레스토랑에서 키친핸드 트라이얼 세시간 
 : 시립 도서관에 한국어를 공부하는 외국인이 있길래 얘기를 좀 나눴는데 그친구가 소개해준 자리. 결국 구직에 실패하긴 했지만 이때 인맥으로 일을 구한다는게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음.

3월 30일. 이력서 첫번째 수정 - 오로지 카페에만 지원하고있던 상황이었기에 커피 얘기를 조금 추가. 그리고 드디어 진짜 '뻥'을 치기 시작. 한국에서 아르바이트 경력이 전혀 없었지만 2008년 커피샵에서 일한걸로 뻥을 치고, 한국에 있으면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친구 폰번호를 적어놨음. 감당할수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경력을 거짓으로 적어도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방법은 절대 비추천. 결국 나중엔 거짓 부분을 지웠음



4월 1일. K 백패커 청소일을 놓치다. 택스 16불짜리 청소일이었는데, 전날밤 호주바다에서 광고를 봤다. 사장이 아침 9시부터 오후 세시까지 있으니 그 사이에 이력서 들고 방문해달라는 글을 보고는 11시쯤 여유있게 가봤다. 그랬더니 이게 왠걸. 사장이 출근하기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고, 그사람한테 일을 줬단다. 내가 아직 덜 배고프고, 일을 구하는 태도가 글러먹었구나(..) 하고 자조하기 시작.

4월 2일 한인 가라오케 업소에 지원했지만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해야한다는 말에 생각해보다 결국 포기. 난 잠없이는 못산다... 시급은 캐쉬14불이었기에 괜찮은 편이었음. 정말 너무 기운이 없었고, 간만에 펜으로 일기를 썼다. 지금 보니 [진짜 그냥 집에 가고싶다.]라고 써있다.

4월 3일. 금~토(1~2일) 연이은 실패에 한참 풀이 죽어있었지만 이대로 무너질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이력서 수정하고 집을 나섬. 이때부터 카페 말고 다른곳에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함.

오전부터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낮 한시쯤 L 카페에서 전화가 왔고 바로 트라이얼로 세시간 일함. 트라이얼을 끝내가는데 S한국식당에서 또 전화가 옴. 바로 달려가서 일하기로 결정. 하루만에 낮에 할 일과 저녁에 할일을 모두 잡아버림.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트램에서 호주 현지 '마케팅' 회사에서 전화가 와 화요일에 인터뷰 약속을 잡음. 갑자기 행운이 몰려오는듯해서 엄청 기뻤던 날. 물론 오래가진 않았다.

4월 4일. 카페 트라이얼 도중 실수를 해서 사장한테 찍힘. 그래도 기회를 절대 놓치기 싫었던 나는 바로 커피스쿨로 달려가 네시간동안 연습을 했고, 가장 잘 나온 라떼아트 동영상을 들고 다시 L카페로 찾아가 사정을 했고 다음날 하루 더 나와보라는 허락을 받음. 저녁엔 S한국식당에서 일함.

4월 5일. 세번째 카페 트라이얼을 마치고 나니 매니저 曰 '난 너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 지금 멤버로도 충분하지만 널 써본 이유는 지금 일하고있는 바리스타가 6월에 떠날 예정이기때문에 그를 대신할수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지만, 지금 너의 실력으로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니가 이렇게 매일 와서 어깨너머로 배우고싶다면 그건 니 자유다. 대신 내 앞에서 제대로된 커피를 만들기 전까지 난 돈을 줄수가 없다.' 
결국 내 실력으로 멜번에서 바리스타가 된다는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결론을 내렸고, 괜찮은 실력을 갖추기까지 얼마나 더 연습해야할지 가늠할수가 없었기에 바리스타 일에 대한 미련을 깨끗하게 버렸다.

바리스타 일을 포기하니까 3일에 연락받았던 호주 '마케팅' 회사에 아무 거리낌 없이 인터뷰를 보러 감. 그날따라 영어가 '대박' 잘나왔고, 쉽사리 합격했다. 사실 말이 좋아 마케팅 회사였지, 그냥 다단계 세일즈 회사였다. 
워킹 와서 '세일즈' 일을 한다는 애기를 못들어봤기에 내가 이런 일을 할수있다는게 마냥 신나고신기했다. 그리고 사실.......... 약간의 자뻑도 느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해 온 보람이 있구나!' 이틀 전 최악의 상황에서 갑자기 구직에 성공했기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기분이 계속 좋은걸 어쩔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경솔한 선택. 하루 일한 S한국식당에 다시 찾아가서 호주 회사에 취직되었기에 일을 못나올거같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4월 6일. 세일즈 관찰의 날. 실제로 일을 하지는 않았고 현재 직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두시간정도 옆에서 보기만 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하나에 40달러나 하는 자동차 클리너가 두시간동안 열 개 넘게 팔렸다. 그리고 일하고있던 중국 대학생 曰 '이걸 하나 팔때마다 회사한테 20달러를 주면 된다. 그런데 이게 원래 40달러다. 그러니까 하나를 제대로 팔면 20달러를 버는거다. 그렇지만 얼마에 팔든 그건 너의 재량이다.' 하나 팔때마다 20달러라는 말에 대박을 건졌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잘 팔리는 제품이라면 당장 일해도 되겠다!

4월 7일. 세일즈 오리엔테이션. 회사 사무실에서 세일즈의 기본과 판매 제품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기본 임금이 없이 오로지 실적으로만 돈을 버는 구조라더라. 그렇지만 전날 워낙 잘팔리는 장면을 직접 봤고, 하나에 20달러라고 알고있었기에.. 기본 시급이 없다는건 별로 중요하게 들리지 않았다.

4월 8일. 실전 투입. 장사 드럽게 안됐다
4월 9일. 쪽박
4월 10일. 일요일이라 하루 쉬엇다. 그래도 일을 하고있다는 만족감이 있엇기에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자는 생각으로 미술관에 다녀옴
4월 11일. 쪽박
4월 12일. 중박
4월 13일. 쪽박
4월 14일. 쪽박

시간이 지나고 보니, 6일 장사가 잘 됐던건 그냥 그날 운이 유난히 좋아서였다.....

13일밤 같이 사는 형의 진지한 충고에다가 14일날 본 4년차 직원의 판매실적을 보고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함.
14일 아침 6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해 사무실에 7시 15분까지 도착 후 오전회의를 하고 재고파악 후 9시 30분부터 6시까지 단데농에 있는 주유소에서 일하고 집에는 거의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 그렇게 하루종일 일해서 번 돈 : 18달러

게다가 일하다보니 맨처음 중국 대학생 녀석이 말한 '20달러'는 사실이 아니었다. 
-소비자판매가는 40달러가 맞음
-소비자 직거래 세일즈이기때문에 그보다 싸게 넘기는게 기본
-사무실에서는 한캔을 '25달러'에 판매하라고 지시함
-현장에서 세일즈 직원들은 손님들에게 '이 클리너가 원래 40달러인데, 오늘 여기서 사시면 35달러에 드리고 거기다가 원래 30달러인 극세사 수건(사무실 지정:10달러)을 무료로 드린다고 말함.
   :  실제 사무실의 지정대로 25+10달러에 팔게됨. 내게 남는돈은 25달러중 5달러와 10달러중 2달러. 
-혹은 60달러에 두 개와 극세사 수건을 공짜로 준다고 말함 
  :  25+25+10 = 60 딱 맞아떨어짐. 그래도 나한테 들어오는 돈은 5+5+2 = 12달러

이런식이었다. 말 그대로 '원래' 40달러에 팔리는건 맞지만, 그건 정말 '원래' 가격이고.. 길거리 직판에선 그렇게 파는게 아니었다. 아 중국친구야... 설명을 하려면 너부터 제대로 알고 설명했어야지..



4월 15일. 아침 일찍 일어나 이력서를 수정함.
 일단 이름을 바꿨다. Joel이라는 이름을 쓰면서 내가 생각했던 발음은 [Jo-el]이었지만, 그건 한국어 화자인 내 착각이었다. 영어를 모국어, 혹은 제2언어로 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oe를 한 음절로 발음했고, 내가 내 이름을 발음하는데 자신이 없어지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그냥 쉽디쉬운 이름 가운데 Harry로 결정.

T한국식당, M한국식당에 이력서를 넣음. M식당에선 약간의 말실수를 했기에 큰 기대 안함.
그런데 T식당 사장님이 커버레터를 보시더니 '첫 문단은 잘 베꼈네' 라고 말씀하심.. 사실 그 부분은 인터넷에서 본 다른 사람의 이력서를 베낀 부분이 맞았다. 내가 보기엔 인상적인 구절이라 생각해 그대로 넣었지만, 업주들 눈에 그렇게 보인거라는 사실에 당장 수정했다. 아예 단도직입적으로 내 소개를 했고, 전체적으로 문장은 단순하게, 강점은 두드러져보일수 있도록 수정했다.



4월 16일.  T식당에서 다시 연락이 와 면접을 보러 갔다. 역시 약간의 말실수를 했고, 미련없이 가게를 나와 이력서를 대충 돌렸다.

4월 17일. 기분전환을 위해 머리를 자르다. 멜번의 하늘에서 알게된 연습생 무료 헤어컷이었는데, 결과는 대만족. 멜번에서 머리자르실분들, NARA HAIR[각주:3] 괜찮습니다 ㅋㅋㅋㅋ(론스데일 203)
머리를 자르고 나와 H형과 세인트킬다 해변에 갔다옴. 어차피 구직 잘 안될거, 일요일인데 하루정도 쉬어주자!

H형이나 나나 그리 신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놀러간김에 사진은 좀 즐거워'보이게'

세인트킬다 해변에 가면 이렇게 야생 펭귄을 볼수가 있다! 펭귄 펭귄 펭귄!


집에 돌아와 호주바다를 뒤적거리다 집 바로 앞 헬스장 청소일을 발견하고 지원 메일을 보냄


4월 18일. 일단 청소업체에서 연락이 왔음. 저녁에 바로 시작하기로함. 하루종일 이력서를 돌렸다. 4시에 T한국식당에서 전화가 왔음. 수요일부터 일하기로 결정. 다시 일이 좀 풀려가는것같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 그러나 한편으로는 결국 한국식당에서밖에 일할수없다는 사실에 씁쓸함.
그러기도 잠시, T식당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쪽에선 저녁 9시 마감까지 책임질수있는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저녁 청소일을 하고있다면 안되겠다는 통보. 하루 2시간 30분짜리 청소일때문에 풀타임 식당일을 놓침. 진짜 허무했지만, 원래부터 그닥 기쁜 일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냥그냥 받아들임. 저녁엔 청소일을 시작

4월 19일. 이력서를 또다시 약간 손보고 40장 인쇄. 계속 지원함. 라이곤 스트리트에 가봤지만 경력자만 뽑는다는 말만 여러번 듣고 돌아옴. 집근처 하버베이 쇼핑센터에 있는 가게들에도 몇군데 지원

4월 20일. 늦잠을 잤다. 일어나보니 날씨도 최악. 아무 희망 없이 이어지는 날들에 지쳐가고 있었음. 룸메이트 형들은 일과 공부를 하러 나갔고, 혼자 남겨진 집에서 컴퓨터에 저렇게 일기를 썼다.

 
저걸 쓰고 컴퓨터를 끄니 시간이 2시 45분이었고, 일단 15분정도 잠이나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누웠다. 눈을 뜨니 3시 10분. 그리고...

알람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정말 '곧바로' 모르는 번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제 지원한 Nando's[각주:4]식당이었고, 한번 보자더라. 당장 집에서 튀어나갔고, 다음날 트라이얼 하기로 약속을 했다. 

4월 21일. 아침 11시 45분까지 식당에 갔고, 3시간동안 접시닦이 일과 식탁 닦는 일만 했다. 그리고 점장과 확실히 계약을 했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교육 시작이다. 교육 기간동안 시급 9달러, 교육이 끝나면 그때부턴 시급이 18달러다. 

당분간 지금 하고있는 저녁 체육관 청소일과 병행할 예정이다.


3월 15일에 도착한 워홀러, 4월 21일 드디어 호주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취직하다.



 
  1. 아 진짜 커피... 멜번 와서 저지른 최악의 실수였다. 돈,시간 모두 버린 선택이었음. [본문으로]
  2. 호주에서는 그냥 파트타이머도 세금을 내면서 일하는게 법이지만(=택스잡) 세금계산을 하지 않고 그냥 현금으로만 임금을 받는 일(=캐쉬잡)도 많습니다. 어떤 일이 더 대우를 잘 받을지는 분명하겠죠. 호주 내에서 아무 경력도 없는 사람이 처음부터 택스잡을 하기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것같습니다. [본문으로]
  3. 돈이 정말 부족한데 무료로 정말 잘 다듬어주셔서 엄청 고맙다. 홍보해드린다고 약속했으니 여기서 약속을 지키고있다ㅋㅋ [본문으로]
  4. 호주 내에선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음식점. 닭고기 요리를 주료 한다. 프랜차이즈 관리가 약간 느슨한지.. 매장마다 사장님마다 근무조건이 천차만별인듯하다. 난 호주인이 운영하는 Nando's에서 일하게되었다ㅜㅜ [본문으로]

제가 사는 동네입니다.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4. 17. 20:36
멜번 도시 중심부 바로 옆 도클랜드에 살고있습니다. 다들 요즘 집에 있으면 정말 춥다는데 창문 닫고있으면 춥지도 않고, 같이 사는 형들도 정말 좋으신분들입니다. 멜번 와서 딱 한가지 잘 풀린일이라면 바로 지금 살고있는 이 집에 들어온거라고 생각할정도입니다. 

처음 집 본날 밖에서 찍은 사진.. '아 여기가 내가 살곳이 될수있을것인가!?'


집앞 트램 정류장



룸메이트 형과 함께 쓰는 방

제 책상입니다. 이사온 첫날 찍은 사진이라 많이 깔끔하네요 ㅋㅋ



집앞 에티하드 스타디움


















오늘 찍은 저녁 풍경입니다. 집앞이 바로 항구니까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