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슬프다.

자유게시판2013. 5. 19. 07:52

꿈이라는 말, 소리내어 말해보면 정말 꿈 같다. 한 음절의 순 우리말 단어들이 대개 그렇듯, 꿈이라는 말도 너무나 즉각적으로 의미가 다가온다. 그리고 그 소리와 의미는 다시금 꿈결같이 사그라든다.



나는 1988년에 태어난 한국 나이 26살의 남자. 나의 꿈은 대체 무엇인지, 그 해답이 너무나 절실하다.




어릴적 깊게 관심 가지던 분야가 있었다. 바로 컴퓨터.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친구들 컴퓨터가 고장나면 내가 그  집에 찾아가 해결해주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중학교 입학 선물도 CD-RW를 사달라고 했었구나... 당시엔 보통의 중고등학생들에게 CD 레코딩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대상이었다. 아무튼, 느려터진 8배속 CD-RW로 나는 친구들에게 음악 CD, 게임 CD를 만들어 팔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완전 불법 장사치였구나. 물론 그때나 가능했던 장사질이라는 점에서 추억이기도 하다. 중학교 3학년 무렵엔 학교 교무실과 교실 컴퓨터를 수리하는 일을 도맡아 했다. 컴퓨터 과목 선생님이 짜장면 한 그릇 시켜주고 하루 종일 같이 일하게 했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부려먹을 계획이면 맛있는 것 좀 사 주지 짜장면 한 그릇이 뭔가 싶다. 그래도 그 날은 뿌듯하기만 했다. 내 손으로 전교 컴퓨터의 절반을 다 손봤으니 말이다. 아, 요즘은 선생님들한테 노트북이 지급되니 이것도 옛날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게 컴퓨터 하드웨어를 끼고 사는 것이 좋았으니, 고등학교에 가면서는 당연히 이과생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에 가 보니... 수학이 너무나 어려웠다. 입시만을 강요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환경에서, 수학을 못 하는 학생이 이과에 가겠다는 만용을 부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문과를 선택했다. 문과를 선택하면서,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 말하는 대로, 그리고 텔레비전과 영화에서 흘깃 본 적 있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었다. 쉽게 말해서 취업을 잘 하고 싶었다. 문과에 가기로 한 이 결정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이었다. 사실 좋게 말해 변곡점이고, 솔직히 말해 정말 후회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었기에,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목표로 수험생활을 보냈다. 그러나 목표하는 만큼 다 이루어내는 수험생이 얼마나 있으랴. 나도 목표했던 바에 살짝 못미치는 점수를 얻었다. 원서를 쓰는 기간,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성대' 아래로는 쓰고 싶지가 않았다. 그리고 '점수에 맞추어'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에 원서를 넣고 합격했다. 원서를 넣을 때도, 그리고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내 생각은 한결같았다.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해야지.' 아참 오해하실까봐 한 마디 붙이자면, 고대에 대한 미련같은 건 전혀 없다. 나는 우리 학교를 정말 좋아한다 :)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해 보았다. 학부 입학생으로서, 2학년에 올라갈 전공을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처음으로 출시된 '내일로 티켓'을 사들고 7일간 우리나라 여행을 하며 고민을 계속했다. 결론은 영문학과. 이유는 쉬웠다. 취업에 가장 유리한 학과였기 때문이었다. 영문학과 진입에 성공했다. 이때까지도 그저 평범하게 공부좀 하다가,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해서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에, 그 해 학생회 대표를 하기도 했다. (영문과 계십니까? ^^.... )




그런데... 인생사 참 아이러니의 전시장이다. 영문과에서 만난 어떤 선배 덕분에 책 맛을 알아버렸다. 사실 처음으로 책을 진지하게 읽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더 이전의 일이지만, 내 삶 가까운 곳에서 '책 읽는 맛과 멋'을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학생회 일로 지쳐있었기에 학교 공부는 손을 놓았었지만, 틈틈이 '지적 허영'을 채우는 독서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 때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첫 해였다. 광우병 파동이 터졌고, 사회 문제에 눈을 떴다. 내가 진보적인 정치성향을 갖고 있다고 확실히 알게 된 것도 책과 함께 생각을 깊게 했던 덕분이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습관성 어때 탈골 때문에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군복무를 시작했다. 이 시기에 이런저런 책을 더 많이 읽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어긋나기' 시작했다. 취업에 대한 생각이 거의 사라져버린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위대한 사람, 훌륭한 사람, 세상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정서가 뜨거웠고, 국민참여당이 발족하던 시기였다. 나는 그 방향에 내 인생을 맡기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 꿈을 밀고 나가기는 너무 두려웠다. 대학 신입생 시절 '전공진입 고민'을 하겠다며 떠났던 내일로 여행처럼, 이번에는 '인생 진로의 고민'을 하겠다며 해외로 발을 돌렸다. 호주에서 도시 노동자로 6개월, 유럽에서 배낭 여행자로 2개월을 보낸 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해답이 나왔다. 정치인이, 아니면 시민 운동가라도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한 번 애써보자고 결심했다. 




일단 접근 가능한 일부터 시작해보라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한 시민단체의 대학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작은 규모였지만 나름의 강연회도 주최해보고, 역시 작은 규모였지만 사람들을 모아서 '토크 파티'라는 행사도 진행해보았다. 4월 11일 총선을 맞이하며 투표 독려 캠페인도 참 열심히 준비했었다. 여담으로, 그때 NHK에서 '한국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주제로 취재를 왔었는데, 내가 프레젠테이션 하는 영상이 1초정도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못 타본 공중파를 일본에서 타게 되다니... 1초였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뿌듯했다.



총선이 끝난 후,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가 터져나왔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처음엔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만을 외쳤다. 허나 시간이 갈 수록 눈에 들어온 것은, 나의 정치적 롤모델이었던 유시민의 얼굴이었다. 그의 안색은 피로감과 비루함으로 물들어갔다. 사태를 지켜보단 와중,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내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너무나 많겠구나.' 당시 총선에서 낙선한 홍준표 현 경남도지사는 공직생활을 마감한다는 트위터 멘션에 '비아냥받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많은 오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 자신으로 인해 빚어질 사건, 또한 그 사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펼쳐지리라는 예상. 나는 과연 '정치의 일상이 요구하는 비루함'을 견디고, 마음 속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



냉정히 판단해본 결과, 나는 그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 날로 직업 정치인이 되겠다는 꿈은 사라졌다. 시민으로서, 공공선과 연대를 고민하는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과 공동체에 관여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가장 긴 시간 고민했던 꿈이 사라지자, 당장 내 인생의 꿈이 다시 필요해졌다. 무엇이 되었든지간에 '꿈'이 필요했다. 단순히 또 하나의 취업 준비생이 되기는 너무나 싫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일까. 마침 청강하던 영어학 수업에서 길을 찾았다. 이전까지도 영어나 언어 일반에 대해 큰 관심이 있었는데, 그 수업에서 인생의 목표가 될 만한 내용을 발견했다. 학자라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인생 항로에 또다른 변곡점이 생겼다. 복수전공을 신청할 마지막 기회를 내 손으로 포기하며, 영어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노동자가 아닌 학생으로서 하는 외국 생활이 어떠한지를 체험해보고 싶어서 4학년 1학기라는 시점에 맞추어 교환학생을 지원해 선발되었다. 




학자로서의 내 가능성을 평가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이 땅에 온 지도 벌써 세 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우리 학교 영문학과 수업에 비하면 정말 터무니없이 '많은' 분량의 읽을거리 앞에서 매일매일 좌절하고 있다. 요즘은 에세이를 써야 하는 시험기간이다. 요 며칠간, 읽어도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영어 문장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또다시 내 꿈에 대한 회의감이 고개를 들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과연 나는 학자로서의 자질이 있는 것일까?




너무 슬프다. 인생이라는 게 불확실성의 연속이고 아이러니의 전시장이라지만, 뭐가 되고 싶은지 하나 명확하게 찾지 못하는 내 인생이 너무 불쌍하다. 그 시절, 꿈꾸던 삶을 쫓아 이과를 갔더라면 이렇게 오랜 시간 방황하지 않고 명확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밤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맨, 사회 개혁을 위한 정치인 혹은 시민운동가, 학자... 모두 나에게 조금씩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고등학교 2학년 문과로 진학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진로 고민의 자유. 사르트르의 말처럼 자유는 나에게 선고(宣告)된 것처럼 느껴진다. 차라리 이 자유를 모르는, 내가 하고 싶고 꿈꾸는 일만 바라보는 컴퓨터 공학도였다면... 적어도 진로 때문에 이렇게까지 좌절하며 고민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또하나 나에게 죄가 있다면, 그 시절 내 삶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죄가 있나보다. 10대 중반 진지하게 성찰하지 않은 죄로 나는 스물 여섯이 되도록 대체 내가 무얼 원하는지, 무얼 하고 싶은지 단단하게 내세우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 괴로움을 떨쳐내기 위해 이 글을 썼다. 인터넷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 긴 글이고, 뚜렷한 주장 하나 없는 글이라 어느 누가 잘 읽어줄지도 걱정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나와 같은 처지라면... 방황하는 20대가 여기 또 한 명 있다는 사실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 2013년 5월 19일 밤 12시 51분. 

영문법 조각모음 0. 현상과 해석

영어수업자료/영문법 조각모음2013. 5. 14. 05:25

영문법 조각모음 

-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현상과 해석




안녕하세요? 4가지 영역의 영어 공부에 관한 제 생각을 담은 글을 마치고... 이제는 영문법에 관한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조각모음'이라는 표현대로, 흩어진 영문법 지식들을 한 데 모아 '유기적인 흐름'을 목표로 하는 영문법 안내입니다. 조각모음을 하려면 흩어진 조각이 존재해야겠지요? 조금이나마 영문법을 알고 계신 분들을 예상하며 글을 쓰려 합니다. 문법을 한 번 이상 전체적으로 공부해본 중고등학생, 토익 등을 준비하면서 영문법을 한 번 이상 전체적으로 다루어본 적 있는 분들이 읽으시면 적절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영문법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라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내용은 아닙니다. 다만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은 조금 버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만 고려해 주세요^^



이번 글은 일종의 '긴 서문'입니다. 첫째로,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는 사실부터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장 유명한 경우로 천동설과 지동설의 사례가 있지요. 인류가 천체 관측을 시작한 이래, 우주의 운동 방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상은 그대로였지요. 그러나 해석하는 방식도 그대로였을까요? 기원 후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가 확립한 천동설(혹은 지구중심설)은 16세기 이전까지 우주의 질서를 설명하는 가장 완벽한 이론체계였습니다. 그러나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합리적인 내용의 지동설(혹은 태양중심설)을 발표하면서, 우주의 질서를 설명하는 방식은 점차 지동설로 대체되었습니다. 우주라는 현상은 그대로였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 변화한 것이지요.



언어와 문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라는 것이 지속적인 변화를 겪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 내에 눈에 띄는 '구조적' 변화를 겪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서점에서든 영문법 코너에는 각종 교재들이 넘쳐납니다. 인터넷 서점 영문법 카테고리에도 많은 영문법 책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아주 다른 설명을 담고 있기도 하지요. 영어라는 현상은 그대로이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정말 다양합니다. 



넘쳐나는 영문법 설명들 사이에 혼잡함을 더하지는 않을까 걱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지도했던 몇몇 학생들의 좋은 반응과, 굳이 돈 들이지 않고도 많은 분들이 영문법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저의 소망을 원동력으로 삼아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돈 들이지 않고 배우는 제대로 된 영문법' 본 서문의 두 번째 주제입니다. 영어 사교육시장 규모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사교육계에서도 많은 선생님들이 진정으로 교육에 전념하며, 영어에 너무 많은 자원이 몰리는 현상을 걱정하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고 있자면, 영어 사교육 업체들은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들의 학부모, 그 밖의 사회인 모두의 불안감과 경쟁심을 부추기며 우리들의 지출을 유도합니다. 영어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입시학원 광고 문구를 보며 어느 학생과 학부모가 초연하게 지나칠까요? 토익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어느 취업 준비생이 무심하게 지나칠까요? 



그러한 마케팅이 요즘같은 시대의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대부분 대형 학원의 강의와 유명한 교재들은 아직도 옛날 방식의 영문법 체계를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들이 혼란스러워하며 배웠던 내용이라면, 학생들에게는 쉽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설혹 자신이 배웠던 틀과 달라지더라도, 혹은 권위있는 교재의 내용과 달라지더라도, 더 합리적인 해설이 가능하다면 그것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되는 설명'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혁신적인' 몇몇 설명들이 말하듯, 기존의 문법 설명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식의 주장과 함께 '새로운 조각'을 만들어내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지만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지식들을 모아 붙일 수 있는 '접착제'를 만들고자 합니다. 기존 내용과 새로운 내용의 조화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학습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더불어 제 생각을 하나만 더 보태자면, 저는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일' 자체가 원래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황된 광고에 눈길을 주지 마세요. 외국어 학습의 성취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노력입니다. 



노력하는 분들에게, 그 노력에 상응하는 '명확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유기적인 구성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영문법의 모든 내용을 포함하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 이번 연재는 어느 정도 영문법을 알고 계신 분들이 사전 지식을 활용해 하나의 설명 자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동시에 다른 내용과의 연관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되기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각각의 연재물마다, 글 말미에 인터넷을 통해 돈 들이지 않고도 올바르게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자료와 홈페이지를 꾸준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연재가 마무리된 후에는 제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은 모든 강의와 책을 기억나는 대로 전부 정리해 공유하겠습니다. 이 연재를 통해 소개해드릴 내용도 결국은 여러 강의와 책에서 얻은 배움을 정리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번 글을 포함해 9부작으로 계획된 이번 연재에서, 제가 엮어낸 해석 방식을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본격적인 설명은 다음 글의 '시간과 시제'부터 시작됩니다. 각각의 글은 2주 혹은 늦어도 3주 안에 완성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추천 사이트 1


- 뉴욕에서 의사하기 (http://ko.usmlelibrary.com/

& 백신영어 카페 (http://cafe.vaccineenglish.com/)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지 않으시지만, 뉴욕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하신 고수민님의 블로그와 영어 학습 전문 카페입니다. 카페는 고수민님의 저서를 구매하신 분들에 한해 가입을 허용하고 있어 살짝 아쉽지만, 뉴욕에서 의사하기 블로그의 포스팅만 읽어봐도 유익한 내용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뵌 적도 없고, 웹상으로도 연락해본 적이 없지만, 영어 학습에 관해 저와 생각이 거의 똑같아서 저도 많이 참고하는 곳입니다. 상식적인 영어 훈련을 항상 강조하십니다. 


----------------------------------------------------------------------------------------------------------

이 글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나눔 공간 [톨레 레게]에 올라가는 글입니다. 원문 바로 가기

'영어수업자료 > 영문법 조각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 시제에 대해  (1) 2013.12.02
시제와 시간 2부  (0) 2013.08.06
시제와 시간 1부  (2) 2013.07.08
영문법 조각모음 0. 현상과 해석  (0) 2013.05.08

영문법 조각모음 0. 현상과 해석

영어수업자료/영문법 조각모음2013. 5. 8. 21:05

영문법 조각모음 

-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현상과 해석




안녕하세요 여러분? 4가지 영역의 영어 공부에 관한 글을 마치고, 이제부터는 영문법에 관한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조각모음'이라는 표현대로, 흩어진 영문법 지식들을 한 데 모아 '유기적인 흐름'을 목표로 하는 영문법 안내입니다. 조각모음을 하려면 흩어진 조각이 존재해야겠지요? 조금이나마 영문법을 알고 계신 분들을 예상하며 글을 쓸 예정입니다. 수능 영어를 공부하면서 문법을 한 번 이상 전체적으로 다루었던 고등학생, 토익이나 토플을 준비하면서 영문법을 한 번 이상 전체적으로 공부해본적 있는 분들이 읽으시면 적절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영문법을 처음 접하는 분들이라고 해서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처음 공부하시는 분들은 조금 버거울 수도 있다는 사실만 고려해 주세요^^



이번 글은 일종의 서문입니다. 우선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명한 사례로 천동설과 지동설의 변화가 있지요. 인류가 천체 관측을 시작한 이래, 행성의 운동 방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현상은 그대로였지요. 그러나 해석하는 방식도 그대로였을까요? 기원 후 2세기 프톨레마이오스가 확립한 천동설(혹은 지구중심설)은 16세기 이전까지 우주의 질서를 설명하는 가장 완벽한 이론체계였습니다. 그러나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합리적인 내용의 지동설(혹은 태양중심설)을 발표하면서, 우주의 질서를 설명하는 방식은 점차 지동설로 대체되었습니다. 우주라는 현상은 그대로였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해석이 변화한 것이지요.



문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어라는 것이 지속적인 변화를 겪기는 하지만, 짧은 기간 내에 눈에 띄는 '구조적' 변화를 겪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서점에서든 영문법 코너를 확인해보세요. 1967년에 처음 출판된 성문 종합영어부터 시작해 각종 영문법 교재들이 넘쳐납니다. 인터넷 서점 영문법 카테고리에도 너무나 많은 영문법 책들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아주 다른 설명을 담고 있기도 하지요. 영어라는 현상은 그대로이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정말 다양합니다.



넘쳐나는 영문법 설명들 사이에 또 하나의 혼잡함을 더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러나 제가 가르쳤던 몇몇 학생들의 좋은 반응과, 돈 들이지 않고도 많은 분들이 제대로 된 설명으로 영문법을 공부할 수있으면 좋겠다는 저의 소망을 원동력으로 삼아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돈 들이지 않고 배우는 제대로 된 영문법' 본 서문의 두 번째 주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영어는 단순한 '외국어'의 지위를 초월한 지 오래입니다. 사람과 언어의 갑을관계가 뒤바뀐 구조 속에서, 영어 사교육 업자들은 보통의 한국 사람들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물론, 사교육계에도 많은 분들이 진정으로 학생의 교육에 전념하며, 한국의 영어 과잉화를 걱정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고 있자면, 영어 사교육계 광고는 유치원,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들의 학부모, 그 밖의 사회인 모두의 불안감과 경쟁심을 부추기며 학원 강의 수강을 유도합니다. 영어가 인생을 결정한다는 입시학원 광고 문구를 보며 어느 학생이, 학부모가 초연하게 지나칠까요? 토익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앞에서 어느 취업 준비생이 무심하게 지나칠까요? 



그러한 마케팅이 자본주의 사회의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인정한다 해도, 문제는 그분들이 가르치는 방식입니다. 대부분 대형 학원의 수업들은, 그리고 유명한 교재들은 왜 아직도 옛날 방식의 영문법을 고수하는 것일까요? 자신들이 학창 시절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며 배웠던 내용, 학생들에겐 더 쉽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영어 전공생들은 학원이나 학교 선생님이 되는 순간, 대학 시절 배웠을 '시제와 시간' 개념의 차이를 조금도 언급하지 않은 채, "현재 시제가 미래를 대신하기도 한다"라는 한 마디 말로만 넘어가는 것인가요? 



'말이 되는 설명'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제 생각을 하나만 더 보태자면, 저는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일' 자체가 원래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달콤한 광고에 더이상 속아 넘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외국어 학습의 성취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노력입니다. 



노력하는 분들에게, 그 노력에 상응하는 '명확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유기적인 구성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영문법의 모든 내용을 포함하지는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많은 분들이 놓치는 내용을 한 데 묶어 유기적으로, 그리고 서로 연관되어 있는 내용들이 분명하게 파악되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돈 들이지 않고도 올바르게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인터넷 상의 자료와 홈페이지를 꾸준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연재가 마무리된 후에는 제가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은 모든 강의와 책을 기억나는 대로 전부 기록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소개해드릴 내용들은 저의 창작물이 아니라 여러 강의와 책에서 얻은 배움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입니다. 이번 글을 포함해 9부작으로 계획된 이번 연재에서, 제가 엮어낸 해석 방식을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본격적인 설명은 다음 글의 '시간과 시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나름 연재물인지라... 다음에 무슨 내용이 올 지는 그때그때 밝힐 예정입니다 :)




* 추천 사이트

- 뉴욕에서 의사하기 (http://ko.usmlelibrary.com/) & 백신영어 카페 (http://cafe.vaccineenglish.com/)

지금은 뉴욕에 거주하지 않으시지만, 뉴욕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하신 고수민님의 블로그와 영어 학습 전문 카페입니다. 카페는 고수민님의 저서를 구매하신 분들에 한해 가입을 허용하고 있어 살짝 아쉽지만, 뉴욕에서 의사하기 블로그의 포스팅만 읽어봐도 유익한 내용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뵌 적도 없고, 웹상으로도 연락해본 적이 없지만, 영어 학습에 관해 저와 생각이 거의 똑같아서 저도 많이 참고하는 곳입니다. 상식적인 영어 훈련을 항상 강조하십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블로그에 한 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영어수업자료 > 영문법 조각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 시제에 대해  (1) 2013.12.02
시제와 시간 2부  (0) 2013.08.06
시제와 시간 1부  (2) 2013.07.08
영문법 조각모음 0. 현상과 해석  (4) 2013.05.14

초대장 나누어 드립니다.

초대장 드립니다2013. 4. 30. 17:38

티스토리 초대장이 필요하신 분들은 방명록에 쓰시지 말고,


이 글에 댓글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고 싶으신 이유와 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기본으로 돌아갑시다.

영어수업자료2013. 4. 24. 01:47

영어 공부에 왕도는 없습니다.


꼼수는 통하지 않습니다.


Back to basics.


Read lould

Write everyday.



(말하기) 알파벳 J를 T로 오해한 경우

영어수업자료2013. 4. 8. 16:39

예전에 쓴 글에서 영어 발음에 대해 언급하며,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수준을 극복할 정도의 발음교정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영어의 소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약간 공부하시길 추천드렸구요. 오늘은 이에 관련된 일화와 그에 대한 설명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한국인이 자신의 이름 철자를 말하며 알파벳 'J'를 언급했지만, 영어 모국어 화자가 그것을 'T'로 알아들은 경우였습니다


우리가 듣기에 너무나도 다른 두 소리인 '제이(J)' 와 '티(T)'가 어떻게 그의 귀에 같은 소리로 들린 것일까요? 



두 소리 사이에는 다양한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두 가지 특징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알파벳 'J'를 영어로 읽을 때, 그 소리는 /dƷ/로 시작합니다

(출처 http://www.uiowa.edu/~acadtech/phonetics/about.html 페이지의 Launch English Library )


위 그림은 /dƷ/ 소리를 내기 위해 만들어지는 입 속의 모습입니다. 이 다음의 모습을 보고싶으신 분들은 위의 바로가기를 참조해 주세요. 혀의 앞부분이 '윗니 바로 뒤'와 '입천장 앞부분' 사이의 위치에 닿아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특징이 하나 더 남아있습니다. /dƷ/ 는 소리를 낼 때 성대가 울려야 하는 유성음입니다. (유성음/무성음에 대해서는 '듣기편' 참조 부탁드립니다.)


이제 알파벳 T를 읽을 때 나는 소리에 대해 살펴본 후, J와 T가 혼동된 이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알파벳 T를 읽을 때, 그 소리는 /t/입니다.


얼핏 보기에, 위에서 살펴본 /dƷ/와 상당히 비슷해보입니다. 그러나 혀 앞부분의 위치가 미세하게 다릅니다. 앞서 살펴본 경우와 달리 이번에는 혀의 앞부분이 완전하게 윗니 바로 뒤쪽에 닿아있습니다. 그리고 /t/는 소리를 낼 때 성대가 울리지 않아야 하는 성음입니다.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dƷ/는 혀가 조금 더 입 안쪽에 붙으며 소리나는 유성음이고, /t/는 혀가 조금 더 입 바깥쪽에 붙으며 소리나는 무성음입니다.


글 도입부에서 언급한 그 한국인은 위와 같은 발음규칙에도 불구하고 /dƷ/를 한국어 /ㅈ/처럼 소리냈습니다. 음성 영어 /dƷei/ 가 아닌 음성 한국어에 가까운 /ㅈ ㅔㅇㅣ/ 로 소리내어진 것입니다. 아쉽게도 한국어 자음 /ㅈ/은 영어 자음  /dƷ/와는 달리 무성음입니다. 


영어 모국어 화자에게 /dƷ/는 유성음으로 소리날 때 비로소  /dƷ/로 인식됩니다. 한국인 화자는 그것을 무성음 /ㅈ/로 발음했습니다. 그 결과 영어 모국어 화자는 비슷한 위치에서 소리나지만 무성음인 /t/로 그 소리를 오해한 것입니다...



황당한 경우처럼 보이시겠지만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는 이렇게 중요합니다. 이러한 정도의 기본적인 영어 발음 규칙을 숙지하신다면, 영어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에서 최소한의 장애물은 제거하시는 셈입니다. 이전의 말하기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영어 특유의 연음과 인토네이션까지 모두 완벽하게 소화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도로 개별적 소리들의 차이점 정도는 알아두셔야 합니다. 유성음/무성음의 차이, /f/와 /v/의 차이, /f/와 /p/의 차이, /s/와 /z/의 차이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유성음과 무성음이라는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기에 혼란을 초래할까 걱정되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해당 용어들은 다른 색깔로 처리했습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질문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도 리믹스다.

자유게시판2013. 4. 5. 06:28

커비 퍼거슨, 에브리띵 이스 어 리믹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모방

셰익스피어 리어 왕 햄릿, 모두 기존의 이야기 변용



씨앤블루, 와이낫 파랑새 표절

애플, 제록스 인터페이스 도용

안드로이드, 아이폰 인터페이스 차용

삼성 갤1, 아이폰3gs 모방


봉구스밥버거


사람들의 반응이 다른 이유는? Loss Aversion & 약자에 대한 심리적 동화




http://boingboing.net/2012/02/26/the-everything-is-a-remix-theo.html


http://blog.naver.com/dolphintree/70164147374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글날 맞이 썰 1,2  (0) 2013.10.09
꿈. 슬프다.  (4) 2013.05.19
연필을 깎는 손  (1) 2013.03.28
다큐멘터리 3일, 아마르 꼬레아-칠레 Kpop콘서트 방송을 보고  (0) 2012.09.03
무제  (0) 2012.02.17

연필을 깎는 손

자유게시판2013. 3. 28. 05:03

나이를 먹어가며 공부를 조금씩 조금씩 많이 하다보니.. 공부할 때는 연필만한게 없다는걸 여러번 느끼게 됩니다. 물론 펜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색이 필요하거나, 정보를 시각적으로 조직할때는 펜이 적절하지요. 그러나, 차분히 앉아서 공부하는 순간에는 깔끔하게 다듬어진 연필이야말로 저와 가장 잘 맞는 필기구입니다. 특히 전공인 영문과 특성상 해외에서 발행된 페이퍼백 소설을 자주 보는데요, 그러한 책들에 쓰인 종이는 연필과 궁합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볼펜이 남겨놓은 흔적이 종이에 남겨진 상처같다면, 연필이 남긴 흔적은 책이 저와 함께한 나이테와 같이 느껴집니다.

 

저는 지금 덴마크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출국 전에 짐을 싸면서, 그렇게나 자주 쓰는 전동 연필깎이를 가져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칼로 깎을수도 있는 연필인데, 굳이 전동 연필깎이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휴대용 연필깎이를 살 수도 있지만, 칼로 깎으면 된다는 생각에 결국 그것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덴마크에 도착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연필 끝이 무뎌졌습니다. 연필을 깎으려 휴지 한 장을 펼치고, 칼과 연필을 양 손에 잡아보니... 문득 손으로 연필을 깎아본게 언제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더군요. 초등학생 시절의 어느 장면이 어렴풋하게 기억날 뿐입니다. 아무튼 연필을 깎아야지요. 그런데... 손재주가 어설픈 제가 연필을 깎아보니, 초등학생이 깎아도 이것보다는 잘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대용 연필깎이를 하나 살까 하는 고민을 잠시 했습니다만, 이렇게나 어설픈 제 손재주를 보고 있자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여기서 지내는 동안 칼로 연필을 깎는 손재주를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지요.


이곳에 도착한지 딱 두 달이 지났습니다. 연필을 깎는 솜씨도 많이 늘었지요. 아직 사진을 찍어 올릴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처음 칼을 쥐어 깎았던 그날에 비하면 정말 많이 나아졌습니다. 제 손을 거쳐 깔끔해진 연필을 바라보다가, 문득 뜬구름 잡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건 '제 손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계 혹은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 저의 손을 통해 무언가가 모습을 달리하게 된 상황이라는... 황당한 생각 말입니다. 


나름 스무 해 넘게 필기구를 잡아오면서, 저는 그것들을 한 번도 제 손으로 직접 다듬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주 어릴땐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연필을 깎아주셨을테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자동 연필깎이를 사용했고, 중고등학교 시절엔 샤프와 하이테크 볼펜을 사용했고, 그 후에는 전동 연필깎이로 연필을 깎아왔지요. 집을 떠나고 무언가 결핍이 생겨서야, 저는 제 손으로 연필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직접 세상을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어디 연필뿐이겠습니까? 집을 떠나 발생한 또다른 결핍, 부모님의 부재는 저로 하여금 스스로 요리를 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모님과 지낼 때 편하게 해결되던 세 끼 식사는, 이제 하루중 가장 성가시면서도 중요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손수 만드는 요리는 연필 깎기와는 비교가 무의미할 만큼 제가 '직접' 하는 일이지요. 물론 직접 식재료를 재배하는 농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합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으니, 대체 왜 이렇게까지 내 손으로 하는 일이, 내가 '직접' 할줄 아는 일이 많지 않은가 고민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결론이 쉽게 나왔습니다. '서비스'라는 개념 덕분인 것 같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용역' 이지요. 경제학에서 말하는 그것입니다. 재화와 용역. 구매 가능한 물건과 구매 가능한 행위들은, 그러한 물건과 행위에 얽힌 행동을 우리로 하여금 직접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가 봅니다. 구매 가능한 연필깎이는, 칼로 연필을 깎는 행위를 대체합니다. 요리의 경우 부모님의 예는 적절해보이지 않네요. 구매 가능한 요리는 무엇일까요? 어려울것 없습니다. 음식점이 바로 요리를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지요^^ 우리나라에는 참 음식점이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 학생들 가운데 자취생을 뺀다면 직접 요리를 할 줄 아는 학생은 참 드물지요. 그런데, 조금이나마 다녀본 서구권 몇몇 나라들엔 길가 음식점이 너무 없습니다. 다니다 보면 불편할 지경이지요. 그런데 이것이 원인으로 작용해 우리와는 반대 결과를 만들어내는것 같습니다. 제가 만나본 서양인 학생들은.. 20대 초반이지만 왠만하면 조금씩이나마 요리들을 합니다.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지요.


누군가는 제 이야기를 좋지 않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칼도 결국 공산품 아니냐고,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는 것도 결국 구매 행위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면... 사실 할 말은 없습니다^^ 세상이 세상이니만큼,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직접 삶을 꾸려나가자! 이런 주장은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지요.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파격적이거나 고색 창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넘쳐나는 재화와 용역의 세상에서 잠시 한 박자 쉬면서, 무언가를 우리 손으로 직접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돈은 딱 그만큼의 자유만을 우리에게 허락하는것 같습니다. 구매의 자유. 구매의 자유만 즐기다보면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내는 자유는 점점 외연을 좁혀갑니다. 맛있는 요리도 할 수 없고, 연필 끝이 무뎌졌을 때 연필심을 날카롭게 하지도 못하지요. 세월이 흐를수록 구매의 자유 아래로 종속되어가는 삶의 자유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불편하게 바라보는 분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돈이 우리 삶에 개입하는 현상은 날이 갈수록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어갑니다. 일례로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다루어지는 소재들은, 사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즉, 그러한 사건의 발생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다만 돈으로 거래될 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구매의 대상은 시간이 갈수록 다양해져만 갑니다. 마이클 샌델이 한국에 왔을 당시 열렸던 무료 강연조차 암표가 거래되었다고 하지요... 상황이 이렇더라도, 저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실제 삶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나자는 이야기를요. 실제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경험은 결국 손과 발을 거쳐서, 감각을 거쳐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구매의 자유 아래로 자꾸만 숨어들어가는 우리 생활의 자유를 하나씩 하나씩 찾아보는건 어떨까요? 저는 앞으로 평생 연필을 제 손으로 깎을 결심을 했답니다. 우리나라에 계신 여러분들은.. 곧 다가올 벚꽃을 상쾌한 마음으로 만나러 가는건 어떨까요? 번거롭겠지만 도시락을 직접 싸보기도 하고, 흩날리는 벚꽃잎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보는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인터넷 글 치고는 장문의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 슬프다.  (4) 2013.05.19
이 글도 리믹스다.  (0) 2013.04.05
다큐멘터리 3일, 아마르 꼬레아-칠레 Kpop콘서트 방송을 보고  (0) 2012.09.03
무제  (0) 2012.02.17
백 투더 퓨쳐!  (1) 2011.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