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여행기-1. 워킹투어/크리스티아나/리즈라즈

2011/여행기2011. 11. 7. 00:47
그전 여행지였던 페로 제도에서 안개 덕분에 비행기가 4시간 15분이나 연착되는 바람에 코펜하겐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밤 11시였습니다. 첫 날은 그냥 아무것도 못하고 숙소에서 체크인하고 샤워를 하고 바로 잠들었습니다.

둘째날, 원래 제 나름대로 계획해놓은 루트가 있었지만 무료로 진행되는 워킹 투어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고, 또 같은방 여행자들이 적극 추천하길래 워킹 투어에 참여했습니다. http://www.newcopenhagentours.com/ 뉴 유럽 워킹 투어에 속하는 투어인데, 저는 Rikke라는 가이드와 함깨했고, 쉬운 영어로 진행되며 2시간 40분 안에 알차게 진행되었습니다. 

벤츠 택시의 위엄. 

시청사입니다.

투어 가이드와 제너레이터 호스텔에서 같이 출발한 관광객 두 명.
 

끝나가는 시위. 런던 세인트폴 성당 앞에선 무지하게 컸었는데말이죠..

도시의 왕은 비둘기.

킹 오브 더 시티^^


날씨에 따라 맑은 날은 왼쪽 여인상이, 비오는 날은 오른쪽 여인상이 나온다는데.. 지금은 고장났답니다. 코펜하겐은 요즘 상태가 살짝....

코펜하겐은 지금까지 두 차례의 큰 화재를 겪었습니다. 저기 저 세븐일레븐 자리가 첫번째인가 두번째인가.. 화재의 시작 장소라고 하네요.

가이드 누님. 바지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못찍었네요ㅋㅋ. 본 직업은 유치원교사입니당.









칼스버그 맥주를 만든 아저씨가 살던 집이라는데.. 칼스버그 못마셔봐서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ㅜㅜ

대화재를 피해 살아남았다는 두 건물 - 끝에 보이는 빨간 벽돌 건물입니다.




군인 아니죠. 목사 맞습니다. 역사적 설명 들을땐 흥미로웠는데 막상 기억나는건... 없ㅋ엉ㅋ

쿨한 양놈들. 가이드 설명 들으면서 담배 뻐끔뻐끔.

개인적으로.. 애기들은 백인 애기들이 더 귀여운것 같습니다. 그런데 10대 넘어가면서 상태가 영..ㅡㅡ



뉘하운 항구입니다. 겨울에 가면 아~주 휑하다던데 10월 말은 괜찮았습니다.




오페라하우스는 역시 시드니가 진리.

상당히 맘에 들었던 길거리 전시. 관계 영상 클릭



잉글랜드 버킹엄 궁전 위병교대식도 못봤고, 코펜하겐 아멜...(이름 기억이 안나네요 ㅜㅜ) 궁전 위병교대식도 못봤습니다^^...

깃발이 펄럭임 = 왕비가 있습니다!


투어는 이곳 마블 처치에서 끝납니다. 다음으로는 걸어서 인어공주상을 보고, 크리스티안 하운과 크리스티아나를 다녀와야죠!





작은 인어공주상의 주변엔..

다 이러고 있다.
 

크리스티안하운에 있는 Our Saviors Church. 입장료는 ISIC카드로 학생요금을 적용받아 25 DKK였습니다. 저기 저 꼭대기까지 올라갈수 있는데요, 올라갈수록 계단이 좁아집니다!  10월 말 기준으로 오후 세시쯤 꼭대기에 올랐는데요, 그때쯤 햇빛 방향이 딱 옛날 건물들을 비춰서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계단이 이렇게 좁아집니다!

정ㅋ상ㅋ






















성당 내부에도 들어왔습니다. 말 그대로 '위엄'이 느껴지는 성당.. 적어도 중세 기독교 세계에서 성자들이 왜 교회를 크게 지어야만 했는지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이런 교회에 들어온다면.. 저절로 경외감을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요? 한 세계를 지배했던 체계이기에 기독교 자체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이었겠지만, 이런 웅장한 건물들을 통해 기독교의 힘이 더 수월하게 유지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나라 개신교 교회들도..?











이름만 아는 대천사님들.. 이야기를 알고싶습니다! 성경을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은 항상 하는데.. '만화로 된' 구약성서밖에 안읽어봤습니다ㅋㅋ





성당 근처에 이런 곳이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나. 히피들이 버려진 군부대를 거점삼아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대단합니다^^ 
자치라는 고상한 가치와 그래피티, 마리화나가 함께 머무르는 곳입니다.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있는데, 이유는 '마리화나를 파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들어가보면 다들 마리화나를 피우고 있고, 대놓고 마리화나를 팔고 있습니다. 저는 안 샀습니다ㅋㅋㅋ



나가는 곳에 저렇게 써있구요


들어갈땐 저렇게 써있습니다. 유럽과 아예 다른 곳이다 이런 거죠..





크리스티안하운을 나와 쭉 걸어 왕립 도서관=블랙 다이아몬드와 아주 오래된 건물인 주식 거래소를 지나칩니다.


도서관을 굳이 찾아가지는 않지만, 발견한다면 언제나 들어가서 구경을 하고 나옵니다.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네요.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이름을 딴 거리입니다. Plads가 정확이 뭔지는 모르겠네요.. 이번 유럽여행의 중심 축이 철학인데, 코펜하겐을 여행하면서 키에르케고르에 대해서는 별로 알아보질 못했습니다.. 게을러서요 ㅜㅜ 

저녁은 Riz Raz에서 먹었습니다. 빵 우유 시리얼에 질리기 시작했던지라..




한국 쌀밥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밥입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입니다. 멜번과 시드니에서 7개월, 런던과 에딘버러에서 열흘 지내는동안 네 도시에서 항상 사람들은 무단횡단을 했는데.. 코펜하겐에선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아참 그러고보니 투어가 끝나고 난 후 멕시코에서 온 아저씨와 계속 같이 다녔습니다. 빈에서 1년 살았다는 아저씨 말에 따르면 빈에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이 없다더군요. 그리고 아예 jaywalking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호주나 영국 여행책자를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사람 우선' 운전/보행 문화라는 설명인데... 항상 뭐가 맞는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저로서는 코펜하겐의 보행문화를 보며 무단횡단이 '사람 우선'이라는 말로 포장될만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도 뭐가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렇게 포장될만한 행위는 아니라는 말이죠.


숙소에 돌아와보니 8인실에 저 혼자만 남아있었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체크아웃 했더군요. 신나게 손빨래를 하고 근처 2층침대 두 개를 모두 옷걸이삼았고, 일기를 쓴 후 편하게 잠들었습니다. 



















 


헬싱키의 Cafe Esplanad에서 쓴 글 [11월 5일]

2011/글2011. 11. 6. 23:31

핀란드.. 생각보다 별 거 없다. 역시 사람 사는곳인가?

어떤 거대한 무언가를 보고 싶어 이곳에 왔지만, 사람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것 같지 않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너에게는 신기하듯, 너에게 당연한 것들이 나에게는 신기하다. 그런데 당연한 것들은 인지하기가 어려운지라, 설명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나는 그 어려운 것들을 찾아 나선게 아닐까? 그러면서도 실상 노력은 하지 않고, 또 관광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다름'을 끊임없이 만나기에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멜번에서 에딘버러까지 아주 당연했던 무단횡단, 코펜하겐에 도착하자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나라마다 같은 상품의 가격이 달랐다.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나에게는 처음 겪는 것들이었다. 멜번에서 그렇게 자주 지나쳤던 카페들을 점점 만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기회만 되면 커피를 마시는걸 보니 나는 정말 카페인 중독인가보다.
내가 나의 생각 속에서만 머무른다면 저 바깥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지 알지 못할텐데, 여행은 그걸 알게 해준다. 스트랫포드 어폰 에이번을 가던 기차에서 만난 출판사에서 일하는 형님, 코펜하겐을 같이 돌아다닌 10개월째 세계 배낭여행중이라던 멕시코 아저씨, 지금 같이 지내고있는 5개국어를 말하고 이해할줄 아는 카우치서퍼까지.. 아참 호바트 백패커에서 만났던 일본인들까지! 아주 거대한 무언가를 발견하지는 못했고, 또 준비가 부족했던지라 관광도 어설프게 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나와 다르고 대단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기에

나오길 잘 했다. 

모든 일이 끝난 9월 18일의 일기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9. 19. 00:23

글을 쓰기 시작하는 지금 시간이 이미 19일로 넘어가는 밤 1시다. 그래도 오늘은 꼭 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쓴다. 펜으로 일기장에 쓰는 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시간도 늦었고 좀 피곤한 감도 있기에 컴퓨터로 써야겠다.

9월 18일을 마지막으로 호주에서 '일'을 하는 생활이 드디어 끝났다. 몸이 힘든 날도 많았고, 마음이 힘든 날도 많았던 지난 6개월. 내가 대체 여기서 뭘 하고있는건지 알수가 없었으며 유럽여행은 왜 가겠다고 결심해서 이 고생을 하고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나자신을 이해할수 없었던 순간순간들이 지나고 지나 결국 오늘이 왔다.

아침 9시 15분경 레스토랑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주마등처럼 스쳐간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품고있는지 한 순간에 느낄수 있었다. 처음 도착한 날의 설레임, 쉐어룸을 구하기 직전의 혼란, 첫 일을 시작하기 전의 길지는 않았지만 깊었던 고민과 불안감, 즐겁지 않은 일을 하면서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 그리고 정말 즐기면서 할수 있는 일을 찾은 뒤 알게된 일의 보람.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지나고 보니 참 별 것 아니었던 일들이 당시에는 왜그렇게 무겁게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참 많았고, 워킹이고 유럽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 지금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것이라는 고차원적인 이유 하나, 한국에 돌아가버리면 주위 사람들에게 창피할것같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곳 생활을 정리하는것마저도 귀찮아했던 나의 나태함까지 더해져 지금까지 올수 있었다.

최근에 쓴 포스팅에서는 나 자신을 실패한 워홀러로 묘사했는데... 사실 지나고 보니 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된 지난 6개월이기에 충분히 성공한 워홀러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남들보다 재미없게, 남들보다 외롭게, 남들보다 단조롭게 생활했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건너와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구했고 목표했던 만큼 돈도 벌었고 마지막으로... 세상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정말 좋았다. 마치 3월 15일 멜번에 도착하던 바로 그 날의 날씨처럼. 힘들고 또 힘들었던 6개월 일의 나날이 끝난 오늘. 내 머리 위 내리쬐는 햇살, 내 볼을 스쳐지나가는 바람, 햇살과 바람에 동시에 흩날리는 가로수 나뭇잎까지 모두 다르게 느껴지고 다르게 보였다. 

죽지 않을 만큼의 고난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는 말이 맞나보다. 힘들고 괴로웠던 지난 시간을 지나보내고 모든 일을 마무리지은 오늘, 나 자신의 됨됨이가 한 뼘은 자란 느낌이었고 '성취감'이 무엇인지 정말 오랜만에 다시한번 느꼈다.

이제 유럽을 향해 나아갈 일만 남았다.




 




 

멜번 날씨특집 2탄.

2011/워킹 홀리데이 정보2011. 8. 29. 22:57
같은시간 같은장소에서 바라본 서쪽 동쪽 남쪽입니다.

서쪽-빅토리아 하버 방향


동쪽-시티 중심 방향



아침에 아무리 하늘이 맑아도..
점심쯤되면 바닷가에서 먹구름이 밀려옵니다 ㅜㅜ

물론 오늘은 좀 극적으로 대비되는 날이구요ㅋㅋ



그래도 하루중에 날씨가 확! 변하긴 변하는 멜번입니다..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8. 14. 21:39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지 '성공적인' 워홀 생활을 꿈꾸고 계실 것입니다. 저도 현실적으로 생각하려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많이 노력했었지만,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약간이나마 부푼 꿈을 안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친구와 친해지고, 실생활에서 영어를 쓰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을 늘리고,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구해 돈도 벌고 경험도 쌓고, 마지막으로는 그렇게 모은 돈으로 화려한 여행을 하고....

3월 15일 아침에 멜번의 아침을 처음으로 맞이했고 오늘이 8월 14일이니 이제 오늘만 지나가면 정말로 멜번에서 지낸지 5개월이 지나게 됩니다. 지금까지 제가 지내온 모습들을 앞서 말한 '성공적인' 워홀 생활에 짜맞춰보자니 별로 맞아떨어지는 짝이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정말 친구라고 부를만한 외국인은 하나도 없습니다. 실생활에서 영어를 쓰기 위해 외국인들과 함께 사는 집에 들어가려고 했었으나 결국 초반에 영어로 통화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한국인 집에 들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영어실력을 늘리진 못했구요.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구하고 싶었기에 처음에 주제도 모르고 날뛰었지만, 말도 안되는 다단계 업체부터 시작해 한국 식당, 저녁 체육관 청소, 제가 일을 얼마나 못하는지 일깨워준 난도스, 건물 화장실 청소를 거쳤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원래 아침에 청소만 하던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와, (가끔씩 바쁠때만!) 바리스타 일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돈은 그럭저럭 벌어서 어느새 호주 도착 후 적자였던 통장잔고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여행은 이제 계획을 짜고 있구요..

성공적인 워킹홀리데이 생활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외국인 친구'와 '자연스러운 영어 늘리기'는 완벽히 실패했습니다.[각주:1]

이 글은 실패자의 입장으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을 전하는 글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워홀 '수기'를 찾아 읽고 계실겁니다. 만일 꾸준히 연재되는 수기가 있다면, 대체로 나름대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워홀러들의 수기일 것입니다.

성공적인 몇몇 워킹 홀리데이 메이커 뒤에,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기 꺼려하는 수천 수만명의 워홀러들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시작하기도 전에 기를 죽여서야 안되겠지만, 출발 전 유학원 설명회에서 들은 바로는 한 해 호주로 입국하는 한국인 워홀러가 '4만 명'이라고 합니다. 과장해서 그들중 절반이 세컨비자를 받는다고 친다면, 한 해에 호주 전역에 대략 6만여 명이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6만 명 가운데 성공적인 몇몇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들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막연이 기대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호주는 영어권 국가이기에 영어는 절대적으로 '기본기'입니다. 여기 와서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호주는 영어를 '말하기 위해, 쓰기 위해' 오는 곳이지 영어를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여러분들이 해봤던 그 어떤 일보다 힘든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문화주의를 자신들의 자랑으로 여기고 다민족 사회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멜번[각주:2]이지만, 제가 보는 멜번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인종에 따른 직업분화와 생활양식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편의점 어디를 둘러봐도 백인은 일하지 않습니다. 중국인과 인도인이 일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표면적인 위생과 미화를 담당하는 '큰' 청소일은 백인이 합니다. 직원들이 퇴근한 뒤 썰렁한 건물에 남아 하는 사무실, 화장실 청소는 유럽계, 남미계 이민자들과 동양인들이 합니다. 동양인들도 자주 찾는 식당과 카페에는 동양인도 일합니다. 백인들만 자주 찾는 식당과 카페에는 대체로 백인들만 일합니다. 어둠이 내리깔린 도시의 표면은 더욱더 갈라집니다.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그들의 'Dinner'를 즐기는 자들은 백인들입니다. 자국민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 혹은 패스트푸드, 누구나 갈 수 있는 스타벅스에는 인도인과 동양인들이 넘쳐납니다. [각주:3]

이 곳에 오면 저절로 일자리가 생기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혹시 일자리를 얻게 된다면, 처음엔 좋지 않은 근무조건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처음부터 모든게 잘 풀리는 사람이 없지는 않을것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분명히 다른 문화를 가진 다른 나라이며, 이곳의 규칙과 분위기를 모르는 초보 구직자에게 좋은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 힘들게 생활하실 것을 무조건 각오하시고 오셔야 합니다.

마치 중.고등학생 시절 '누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성적을 올렸다'라는 말만 듣고 그대로 따라했다가 다음 시험에서 별 재미를 못 보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어 하나만큼은 많이 준비해서 오시길 바랍니다.[각주:4] 힘들게 생활하게 될 것이라 단단히 각오하고 오시길 바랍니다. 

부푼 꿈을 한 수 접고, 자신의 현재 모습을 냉정히 바라보고, 떠도는 풍문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좌절이 숨어있을지 상상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준비된 분들이라면 저는 실패해버린 위의 목표들을 달성하고 멋지게 워킹 생활을 즐기다 돌아가실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 영어실력 '늘리기'에 실패했다는 말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영어를 매우 많이 준비했습니다. [본문으로]
  2. 위에서는 일반적인 '호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제부터는 제가 경험한 '멜번'만을 얘기합니다. 다른 도시는 가보질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본문으로]
  3. 멜번이 신분제 사회는 아니기에 누구든지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자유는 있고, 제가 방금 말한것과는 반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그들'의 문화에 동참하는 워홀러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분들이 거리낌 없이 자신들의 생활과 즐거움을 지인들에게 말하고 인터넷에 글로 표현할 것입니다. [본문으로]
  4. 본문과는 조금 다른 어조 말해보겠습니다. 솔까말 우리가 여기 영어학원에 돈 가져다 바치려고 온건 아니잖습니까? 이왕 온거 이딴 나라에 돈 퍼주기보단 왠만하면 좀 빼먹고 가자구요. [본문으로]

상실의 시대를 읽고 쓰는 글

2011/워킹 홀리데이 자유2011. 8. 13. 14:59

상실의 시대를 읽고 쓰는 글

 

대략 일주일정도 책을 붙들고 읽은 것 같다. 말로 정확히 표현하지 못할 이상한 울림이 내 마음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다. 하루키라는 작가, 그리고 이 작품이 왜 이토록 유명하고 오랜 기간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었는지 조금은 알게 된 계기라 생각한다. 사실 트램과 트레인을 타고 이동하면서 읽은 부분도 많고, 예전에 한창 책을 읽던때처럼 제대로 집중하면서 읽지 않은지라 많은 얘기를 풀어놓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3장에 나오는 반딧불이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별로 기억에 남는 부분이 없다. 영문판으로 다시 읽을 계획인데, 그때는 주의깊게 읽어봐야겠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가장 강렬한 마음속 울림을 느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도리가 남긴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쓰는편지의 마지막 한 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짝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법한 절망감,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포기가 그 편지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그 전까지 미도리의 당돌하고, 말 그대로 피가 통하는생생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편지 속 그녀는 차분한 말투로 자신의 절망감을 표현한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는데.. 그 말이 왜 이토록 내 가슴에 사무치도록 울리는지 모르겠다.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와타나베는 결국 미도리를 갈망하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만, 마지막 장면을 몰랐기에 미도리가 편지를 써내려가는 그 절망적인 심정이 상상되면서 내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한다.

 

읽는 순간 실제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감정을 흔들어놓은 장면이 또 하나 있지만..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다시 쓰고 싶다.

 

이렇게라도 작품에 대한 인상과 감정을 풀어놓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 책에 끌려다닐 것만 같아 빈약하지만 글을 써본다.

2011 8 13일 오후 3 56

 

 

호주 워킹홀리데이 B. 멜번 워킹홀리데이 구직일기 2탄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7. 30. 00:11

4월 21일 난도스에서 트라이얼을 한 후 바로 다음날부터 일하기 시작.
 -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그리고 거의 일주일간 설거지만 죽어라 함 : 이스터 홀리데이 기간이었기에 식당이 내내 바빴다. 음식을 빨리빨리 만들어야하는데 나같은 초보가 느릿느릿 일할수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자식들.. 차근차근 제대로 알려준적도 없으면서 사사건건 잔소리를 해댔다. 지금 생각해보 참 거지같았던 경우 하나 : 일을 시작한지 4주가 조금 넘었을때, 가게 문을 여는 시간에 일을 하게 됐다. 주인도 같이 나왔었는데, 내가 일하는걸 보더니 대체 왜 4주가 지나도록 아직도 아침에 뭘 해야하는지 모르냐면서 면박을 줬다. 일을 시작한지 4주가 지난건 맞지만 그때까지 아침에 일해본건 3번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단순히 '이거 해라, 저거 해라'같은 단순지시였다. 단 한번도 아침에 문을 열때는 무슨 일들을 어떤 순서대로 해야하는지 지도받아보지 못했는데, 그걸 못한다고 혼이 났다.

그래도 인정하는건, 솔직히 내가 일을 잘 못하긴 했다. 주문이 밀려들면 당황해서 실수를 계속 저질렀고, 손님들이 불만을 얘기한적도 있었다. 아무튼 결국.. 6월 5일에 잘렸다.
 
6월 6일 난도스에서 잘린지 하루만에 저녁청소일을 구했다. 한국인 컨트랙터가 껴있는 일이긴 했지만, 시급이 16불이었기에 바로 시작했다.

6월 11일, 집앞 레스토랑에서 연락이 왔다. seek.com에서 그 식당이 청소부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었는데, 다음주부터 일을 시작하자는 연락이었다. 이건 시급 17.75불.

6월 13일. 아침에 3시간 레스토랑 청소, 저녁에 4시간 건물 화장실 청소를 하는 투잡생활 시작.

6월 중순부터 무릎 통증 시작.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에 어설프게 운동을 시작했다가 결국 무릎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건 바로 사이즈가 맞지 않았던 안전화! 

6월 말, 안전화를 신지 않으면서부터 무릎 통증이 조금씩 완화.

6월 중순부터 대략 한 달간, 얼마 있지도 않았던 멜번 친구들 중에 세 명이 한국으로 돌아가버리는 일이 생겼다. 몸의 피로와 함께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 

7월로 접어들면서 레스토랑 디시워싱도 시작. 일주일에 수,목 이틀만 하루 두시간씩 하는 일. 덕분에 수요일,목요일은 아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간다.

7월 중순, 무릎 통증이 거의 나았지만 마음은 계속 심란함. 대체 내가 여기서 뭐하고있는것인지에 대해 한심한 생각이 들기 시작. 유럽여행을 포기하겠다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음

7월 27일, 저녁 화장실청소를 그만두기로 결심. 8월 5일까지만 일할 것이다.

구직일기 1편에 비하면 별다른 내용이 없습니다. 저녁청소를 그만두기로 다 말해놓은 지금 상황.. 이제 카페나 레스토랑에 웨이터를 도전해볼겁니다.



 

7월 28일의 일기

2011/워킹 홀리데이 일기2011. 7. 29. 00:25

아부와의 대화.

여기에도 분명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은 사람이 있긴 있지만, 대체로 그런 것들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방글라데시의 부유한 집안 출신 호주 청소부.

 디아즈와의 대화,
'영어도 잘하고 커피도 만들줄 아는데 왜 청소를 해요?' 당장 돈벌이가 충족되었다는 생각에 더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었다. 말로는 멜번 떠나기 전에 바리스타를 꼭 하고야 말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커피스쿨에 가서 연습한건 한번? 두번?... 물론 6월엔 데이트하느라 바쁘긴 했다ㅋㅋ
돈이 다가 아니다. 순간순간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경험을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가능한한 발전적인 방향을 꾸준히 모색해야겠다. 라모레 일을 구한 순간 바로 저녁청소를 관뒀어야 했는데..